다아시 손자, 조선에 오다— 오만과 편견

오만과 편견은 모든 인간의 피하지 못하는 운명이다

by 신지승


계급 · 심리 · 젊음의 역학-몇 초의 이끌림

여자의 결혼을 통한 계급 상승 교본. 영화 오만과 편견을 보며 그런 생각이 스치고 지나간다.

남녀가 서로 강렬한 이끌림을 확인하는 데는 단 몇 초면 된다. 얼굴 보고, 몸매 보고, 옷 입는 스타일을 스캔하는 데는 그 정도면 충분하다. 그런데 그 몇 초의 이끌림 이후에 따라오는 수많은 요소들 — 대화, 계급, 학력, 성격, 기질,관계연출력 — 이후 첫 몇 초의 환상을 조금씩 파괴한다.

20살 젊은 작가 (이후 38살에 장편화) 결혼도 안 해본 여성작가 오스틴의 작품이 왜 이리 오랫동안, 수없이 영화화되며 여전히 글로벌 장사가 되는 걸까?

근거 없는 자존심

영국 시골 롱본. 딸 다섯을 둔 집의 유일한 탈출구는 오직 결혼뿐이다. 그렇다고 딸들에게 가정교사를 붙이거나 그 시대의 필수 교양인 피아노를 제대로 가르친 것도 아니다. 그냥 얼굴 하나 믿고, 교양은 뒷전인 부모. 무력한 아버지, 결혼 잘 시켜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어머니.

그리고 엘리자베스. 피아노도 짧고, 프랑스어도 어중간하고, 집안도 변변찮다. 그런데도 꺾이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보면 그냥 자기 근거를 스스로 만들어버리는 기질이다. 그 기질이 없었다면 다아시의 첫 청혼을 거절하는 건 불가능했을 것이다. 재산도 없고 빽도 없는 여자가 귀족 청혼을 거절한다는 건, 당시로선 거의 미친 짓이니까.

그 근거 없는 자존심이 없었다면, 귀족 가문에서 티 없이 자라 세상 물정 모르는 다아시 같은 청년을 사로잡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시골 여자 vs. 도시 남자

이런 시골 여자들이 도시의 철저한 부모 관리 아래 키워진 여자들과 다를 수밖에 없다. 보통 부잣집 여자들과 거리의 건달들이 만나는 영화적 반전 공식과 비슷하다.

시골엔 멋진 남자가 없다. 떵그러니 자연만 있는 빈 공간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도시에서 온 남자들은 시골 여자들의 호기심에 쉽게 넘어갈 수밖에 없고, 그 틈을 시골뜨기의 자존심이 몇 번의 기회를 박살 낸다.

도시에서 철저하게 관리된 여자들 — 빙리의 여동생 캐럴라인 같은 — 은 오히려 계산이 너무 보인다. 다아시가 질린 건 그쪽이다. 촌뜨기 여자다. 그게 역설적으로 신선하게 작동한다.

특히 감각이 뛰어난 스무 살 젊은 여자는 대개 안정보다 스릴 있는 연애를 구한다. 결혼이 눈앞에 다가오면 그때는 다르지만.

다아시의 첫 청혼은 자기를 낮추어 보는게 자존심이 상한다.

콜린스는 안전 그 자체인데, 젊은 여자의 연애에서 안전은 설레는 요소가 아니다. 콜린스는 연애의 기술을 모른다. 키가 작고, 말이 많고, 고리타분한 목사다. 다아시는 자신을 절대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엘리자베스에게 남다른 세계관이 있는 게 아니다. 그냥 근거 없는 자존심뿐이다. 그리고 그게 전부였다.

무도회 — 마을의 공개 연예 프로그램

18세기말 영국에서 결혼은 인생의 유일한 관심사이자 목적이었다. 무도회는 결혼 시장이다. 동시에 계급, 성격, 관계 능력이 공개적으로 드러나고 평가받는 자리다. 지금으로 치면 그 마을의 공개 연예 프로그램 같은 것이다.

사람들은 세심하게 살핀다. 안 보는 척하면서도. 누구에게 먼저 다가가는가. 어떻게 거절하는가.

군계일학은 아니었던 엘리자베스는 무던한 성격의 도시 남자에게 먼저 춤추자고 하지만 거절당한다


도시 남자 다아시를 자기에게 관심 집중시키는 데 성공했지만, "못봐 줄 정도는 아니야! "

엘리자베드는 "지가 돈 있고 멋있게 생긴 놈이면 다야. 나는 나야!" 하며 흥분한다. 복수는 바로바로 그 자리에서 하는 성격이다 "

우연의 개입 — 펨벌리

엘리자베스는 이모와 이모부(가디너 부부)와 함께 더비셔 여행 중이다. 다아시의 집 펨벌리가 관광 코스로 등장한다. "어떤 집인가 보고 싶다"는 정도라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그러나 연애 심리적 측면에서 보면, 흔들리기 위해 간 것이다. 이성적으로는 만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지만, 이끌림은 이미 작동하고 있다. "만나면 안 된다"와 "이끌린다"는 동시에 작동한다. 젊은 남녀의 관계는 언제나 그렇게 전개된다.

목사 딸, 결혼 못 한 여자, 몰래 소설 쓰는 사람. 엘리자베스는 어쩌면 작가 오스틴 자신의 근거 없는 자존심이 빚어낸 문학적 표현일 수 있다.


오만과 편견의 당시 배경은 산업혁명의 한복판이라고 한다

계급 이동이 조금씩 가능해지는 시대 여성의 선택지는 결혼뿐이었고 무도회라는 공개 결혼정보시장

그 당시 조선은 양반 / 중인 / 상민 / 천민 계급 이동이 거의 불가능했으며 여성은 외부 활동 제한되었다

1811년 홍경래의 난이 발생했고 차별에 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대항해시대와 식민지 전쟁, 산업화를 거친 1811년을 배경으로 하는 오만과 편견은, 우리 시선에서 보면 얼마나 부러운가? 시골 촌뜨기가 도시에서 온 귀족들을 보는 느낌과 비슷했을까

어쩌면 오만한 영국 제국의 허상과 편견을 깨기에 참 좋은 교본이면서 우리의 처지를 되돌아볼 기회로 삼아

오만과 편견을 한국적으로 재탕(?)해 볼 가능성을 찾는다.


거문도 여자, 다이사의 손자를 만나다 ,


다아시의 손자 — 한국 버전, 거문도 1885


소설 속 상상을 조금 더 밀어붙여본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는 결혼해서 늦게 아이를 낳는다. 그리고 그 아들이 자식을 낳는다. 아들이다. 당시 장자는 펨벌리의 영지를 상속받고, 차남은 군대나 성직으로 간다. 그러니 둘째 손자 다아시 3세는 충분한 교육과 교양을 받은 뒤 군인이 된다.


19세기 중반 이후 영국은 해군 중심의 제국이다. 인도, 홍콩, 동남아, 동아시아 해역. 세계 곳곳으로 파견된다. 그래서 이 다아시 가문의 후손은 펨벌리에서 동아시아로 경로를 잇는다. 영국 본토에서 교육받고, 해군 장교로 임관하고, 인도와 홍콩을 거쳐, 1885년 거문도에 도착한다.


조용한 섬. 가난한 어촌. 외부와 단절된 삶. 그는 이곳을 바라보며, 유전적 기질대로 거문도 여자를 만난다.


섬처녀 영자는 세계의 도시에서 온 다아시 3세를 만나 처음에는 옥신각신한다. 그것은 롱본에서 시작된 이야기의 메아리다. 계급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바다가 다르지만 — 근거 없는 자존심과, 몇 초의 이끌림과, 우연의 개입은 여전히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영국남자와 거문도 처녀의 사랑 이야기는

저무는 대영제국과 아시아 변방 작은 섬 조선의 거문도에서 일어나는, 멜로와 더불어 (역사의 멜로화는 매우 잔혹한 편견을 낳는다)진정한 오만과 편견에 대한 사유를 위한 서사를 만들고 싶은 욕심이다.(실제 영국 수병과 거문도 무당과의 사랑이야기는 유명하다 .

그러나 그 이야기를 포함하지만 다른 이야기로 구상중 참고로 수병과 무당의 이야기를 소개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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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5년 4월15일 영국해군이 러시아 남하저지를 목적으로 한국의 남쪽 거문도에 주둔한다. 수백명 수병 중 피터라는 수병이 거문도에서 바다에 빠져죽는 어부들의 늙을 기리기위해 굿을 하는 무녀촌에 사는 한 아름다운 무녀와 사랑에 빠져, 한국 최초의 혼혈여아가 탄생한다. 박영숙 소설 '거문도' 3편 대하소설이 1997년 발표되고 이는 영국정부, 영국 BBC등에서 대하드라마로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경제위기를 맞아 무산된 스토리다. 사실에 근거한 Fact와 가상의 Fiction을 합친 Faction스토리. 실제로 피터와 무녀 사이에 혼혈여아가 탄생, 거문도에는 '아이노꼬' 즉혼혈이 살다가 그녀가 처녀가 되었을 때 조정에서 데리고갔다라고 마을 어른들에게 들었다는 증언있었다. 그 즈음 실제로 최초의 영국의 한국공사관에 이한응이라는 3등 서기관이 파견되었고, 가상 시나리오는 그가 3개월 배를 타고 영국에 최초로 파견될 때 그녀를 피터네 가족에게 인계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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