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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pmage Sep 05. 2022

돈 주는 만큼 일하는 게 어때서요?

미국의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을 보면서..

1.

미국에서 대사직(Great Resignation) 현상이 일어났을 때, 미국 주요 방송과 기사들은 그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찾았다.


첫 번째, 본인이 죽음의 문턱에서 넘어왔거나 그렇지 못했던 가족과 친구를 둔 경험,

두 번째, 재택근무의 강제적 전환에 따른 혜택,

 번째, 채워지지 않는 인력으로 인한 '번아웃'


  가지의 경험이 미국인들로 하여금 삶에 대한 고찰과 새로운 발견을 부추겼고 그것이 "삶과 일에 대한 균형(Work and Life Balance)"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미국의 주요 기업이 재택근무를 종료하고 출근을 지시하자 일부 주요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있는 기업들로 이직을 했다. 그리고 이제 미국의 밀레니엄 세대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트렌드.쫓기 시작했다.

출처: 틱톡 - Quiet Quitting


2.

미국의 '조용한 사직' 일본처럼 대신 퇴사를 해주는 '퇴사대행서비스' 같은 것이 아니다. Job Description 명시되어 있지 않은 업무나 근로시간 이외의 추가 근무(Extra Work) 거부하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를 주도하는 미국의 젊은 세대는 그들의 부모와 고용주 세대가 주도한 'Hustle Culture(개인 보다 회사와 업무를 중시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것이 삶의 가치가 있다고 평가하는 문화)' 거부한다. ' 받은 만큼만 일하겠다' 것이다. 이에 대해 보수적인 기성세대는 젊은 세대가 너무 불평과 불만이 많고, 참을성이 없으며, 자유는 누리면서 책임은 없고, 개인주의를 넘어 이기주의이며, 삶을 개척하지 않고 소비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젊은 세대는 그렇게까지 회사에 몸과 마음을 바쳐서 부모 세대가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항변한다.  쪽의 주장과 내러티브를 읽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서로를 이해하기에는 너무나 가치관의 차이가 벌어졌다고.

출처: 틱톡 - Quiet Quitting


3.

일부는 조용한 사직을 통해 얻는 것과 잃은 것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삶과 일의 균형' 얻는 대신에 '보다 나은 연봉, 포지션  혜택' 포기해야 한다고. 더불어 업무 생산성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한다면 권고사직(laid off) 당할 확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나는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하루 8시간을 일해도 생산성을 높이지 못한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이미 재택근무와  4 근무에 대한 기업 실험을 통해 생산성 향상은 증명되었다. 근무시간의 유연성과 탄력성이 고용주의 우려와 달리 직원의 성장과 생산성 향상을 높였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소에 관계없이 모두가 연락이 되는 공통 업무시간대를 유연하게 조정하여 일을 한다면 대부분 최선을 다할 것이다. 반면에, 정해진 사무실에서 추가 시간에 추가 업무를 하게 된다면 '조용한 사직' 대안으로 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4.

내 경험으로 볼 때 '조용한 사직'은 직원의 개인 문제라기보다는 회사와 관리자의 구조적인 문제일 경우가 큰 것 같다. 만약, 회사와 관리자가 직원의 번아웃을 외면하고, 나쁜 매니지먼트(예. 마이크로 매니징, 업무태만, 비난, 공 가로채기 등)를 하고, 적절하지 못한 보상(승진 누락, 연봉 동결)을 지속한다면 '조용한 사직'은 직원이 가지는 두 가지 옵션 중에 하나이다. (나머지 하나는 이직이다. 어차피 미국은 한 사람 대비 두 개의 일자리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조용한 사직'을 할 바에는 빨리 이직을 하라고 권하고 싶다. 조용한 사직은 하는 사람이나 지켜보는 사람 둘 다 스트레스를 받고 서로를 비난만 한다.


5.

최근에 나도 아시아 태평양 본부(싱가포르) 새로 생긴 포지션으로 제안을 받은  있다. 내가 생각해도 충분히 해볼 만했고 시기도 좋았다. 이직을 하면 높은 연봉,  나은 포지션과 개인 사무실을 가질  있을 터였다. 사택 지원과 자녀의 국제학교 입학 지원도 협상해볼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만 커버하는 것이 아니라 아태 지역 본부에 속하는 나라도 커버해야 한다. 그만큼 일이 많고 해야 한다. 리포팅을 위해 연일 밤을 불태워야 한다. 지금의 나는 이미 '주는 만큼 일하고, 일한 만큼 번다는 생각' 길들여졌다. 과거의 내가 허슬플레이를 하며 상사의 인정을 갈구했다면, 지금은 가족이 먼저일 뿐이다. 따라서, 젊은 친구들의 '조용한 사직' 대한 나쁜 인식은 없다. 그저 선택지를 하나 더 늘렸다고 보는 것이다. 직업의 성공을 원하면 몸을 날려야 하고 삶의 균형을 원한다면 욕심은 버려야 한다. 그리고 이렇게 당당히 말하는 젊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그렇게 계속 말해준다면 나도 혜택을 누릴 테니까. 그럼에도 염려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런 현상에 편승하는 프리 라이더 같은 사람들 말이다. 그들이 조용한 사직 현상을 아무 일도  하고 놀기만 하는 현상으로 왜곡하는데 쓰이지 않길 바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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