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의비밀] 늙은 여우가

엄마수업

by 가이아Gaia
233CF743562D721F250E11



244D9546562D72F525F8F3

17.12.23




늙은 여우가




사람에게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은 망각이란 거지

어제는 어제일 수 있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 인생 100년 너무 우습게 보지도

너무 쫄지도 마라



엄마가 늙은 여우가 되기까지

산속에 이 정글은

온통 굽이치는 골짜기 골짜기 마다

엄마보다 덩치 큰 산짐승들과 아웅다웅하며 살며

용케 이 산 깊숙한 곳에 지하 동굴 하나 얻어

마련한 자리가 이 곳이구나.



그런 산속에서 물어뜯기는 약육강식의 초원에서

엄마는 때론 비겁하게 사자인척도 하고

때론 코끼리 위에 올라탄 개미가 되어도 보았다.

그래서 터득한 한 가지

무엇이든 공짜가 없다는 거다.



예쁜 여우에서 늙은 여우가 되기까지

엄마의 머리털엔 탈모가 시작되고

내 얼굴에 그윽하게 주름이 배어나올 때

내 삶의 풍파는 온 입으로 남아 적당한 교양과 소양을 지키며

사는 일은 사치였다.

그래 그렇지만 그 소양과 교양은 어디에 분실했는지 모르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새끼 둘을 키우는 어미로

그 방향을 잃은 적도 단 한 번도 흔들림 없이

여기 이 굴까지 왔다.



여기 이 굴이 너희가 보기엔 참 초라할지 모르지만

늙은 여우는 세상의 고통과 청춘을 맞바꾸고 살아온

삶의 댓가 이니라.

이제는 저 굴 밖에서 나는 바스락 소리에도

누가 왔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이 굴 안에서 엄마도 두렵고 무서웠다.



이 굴 안에 내 새끼와 내 새끼 먹일 양식

뺏기지 않으려

늘 분노하듯 불안해하며 살았지



그래서 늙은 여우가 된 엄마는

너희들에게 일어날 미래를 어쩜 미리 준비하며

살았을는지 모른다.

이 어미처럼 불안하게

싸움닭처럼 살지 말라고

그러나 싸움닭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예쁜 여우도 잊지 말아다오



너희도 살아보면 알겠지만

인생 만만하지 않다.

너희가 앞으로 만나게 될 삶은 그렇다.

젊을 땐 모른다.

그러나 철들면 늦을 때가 많다.

이것을 우려하는 게 엄마의 조급함일까

늙은 여우가 된 이 애미는

솔직히 웃는 일보다 우는 날이 더 많았다.



아파서 울고

힘들어서 울고

서러워서 울고

한스러워 울고

억울해서 울고

원통해서 울고

그렇게 우는데 이유는 많았다.



솔직히

논 날보다 일하는 날이 더 많아서

지금도 놀면 불안하다.

배가 고픈 일 보다 부르면 불안하고

아무 일이 안생기면 더 불안했다.

너희도 나중에 사회에 나와 사람만나는 일 해봐라



그 사람이 천사가 되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악마로 돌변하고

그 친한 사람이 핵폭탄 터트리고

그 친했던 사람이 뒤통수 치고

모르는 사람들의 시기 질투와 욕

모르는 사람들의 위협과 협박

그것들을 감수하며 이 세상 진정성 있게

참 진을 담아 살아낸다는 게

그리 만만하지 않음을 말이다.



그렇게 늙은 여우가 되기까지

해 뜨는 새벽 해지는 어둠을 구별하지 않고 살았다.

기를 쓰며 말이다.

내 동굴 앞에 얼쩡거리는 사나운 짐승들 앞에서

불을 피워 그 가스를 같이 마시며 말이다.



그래 이 엄마 늙은 여우가 어떻게 생존했는지 아니?

절대 포기하지 못했다.

그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임계점 이였을는지 모른다.

그래서 늙은 여우는 너희에게 감사한다.

너희가 있었기에 엄마는 그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혹독한 99%의 온도에서 열정을 불태웠다고



그래 불꽃

순간을 위해 짧아야 더 멋있는 꽃

그 불꽃의 임계점을 위해 순간 1%가 10년이었구나.

그래도 이 글이 정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되는 이 순간이 감사하다.



이 어미의 털은 더 이상 빛나지도 않지만

내 오장육부는 송곳에 찔려 제 기능을 잃은 것이 많지만

병으로 죽든 암으로 죽든 내 명에 죽든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 나이다.



한때 불꽃처럼 살아낼 때

저 산 꼭대기에서

절규하듯 우는 내 울음소리에

지나가던 사자가 용케 더 강해지는 울음소리를 가르쳐 주었던 시절이 있다.

지금도 그 사자가 무섭지만

그 사자 보다 진짜 무서운 건

그 사자 뒤에 가려진 더 많은 정글이었다.



결국 그런 전쟁 같은 정글에서 한해 두해

수 십년 해를 접하다 보니

경험이 되어있는 내 무기

바로 엄마의 무기다

그래서 조금은 두려움도 덤덤할 수 있는 세월을 산다.

그리고 늙은 여우는 이 정글을 쉬지 않고 돌아다닐 것 같다.

매일 매일 살아가는 이 하루가 또 내 지혜가 될테니.



오늘 저 동굴 밖에서 누구를 만날까

그래 너희도 그렇게 살아주었으면 한다.

이 숲을 떠나 저 큰 대륙을 가는 길에

어둠을 두려워 말거라

가는 길 만나는 그들 앞에 이 어미에게 배운대로

멈추지 말고 타협하며 가거라.



꼭, 저기 끝까지 가면서

바람의 말도

구름의 소리도

땅의 기운도 느껴가며

너의 곁에 머물러 줄 신과 함께

열정을 도난당하지 말고 끝까지 가거라.

그리고 삶의 보따리를 채워가며 가야한다.



언젠가 너희가 늙은 여우가 되고

늙은 늑대가 될 때

너희의 전부인 새끼들에겐 더 해박한 지식으로

더 유능한 지혜로 더 많은 세상이야기를 전해주렴

이 어미는 딱 요기까지지만








2428EF41562D73091D9D3E


다른 컬럼 구독하기 바로가기 ↓↓클릭↓↓

왕비재테크 카페 : http://cafe.daum.net/dgbudongsantech

keyword
작가의 이전글[왕비미션] Llife-블랙 프라이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