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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의비밀] 늙은 여우가
엄마수업
by
가이아Gaia
Jun 1. 2018
17.12.23
늙은 여우가
사람에게 신이 준 최고의 선물은 망각이란 거지
어제는 어제일 수 있는 것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 인생 100년 너무 우습게 보지도
너무 쫄지도 마라
엄마가 늙은 여우가 되기까지
산속에 이 정글은
온통 굽이치는 골짜기 골짜기 마다
엄마보다 덩치 큰 산짐승들과 아웅다웅하며 살며
용케 이 산 깊숙한 곳에 지하 동굴 하나 얻어
마련한 자리가 이 곳이구나.
그런 산속에서 물어뜯기는 약육강식의 초원에서
엄마는 때론 비겁하게 사자인척도 하고
때론 코끼리 위에 올라탄 개미가 되어도 보았다.
그래서 터득한 한 가지
무엇이든 공짜가 없다는 거다.
예쁜 여우에서 늙은 여우가 되기까지
엄마의 머리털엔 탈모가 시작되고
내 얼굴에 그윽하게 주름이 배어나올 때
내 삶의 풍파는 온 입으로 남아 적당한 교양과 소양을 지키며
사는 일은 사치였다.
그래 그렇지만 그 소양과 교양은 어디에 분실했는지 모르지만
그 어떤 상황에서도 새끼 둘을 키우는 어미로
그 방향을 잃은 적도 단 한 번도 흔들림 없이
여기 이 굴까지 왔다.
여기 이 굴이 너희가 보기엔 참 초라할지 모르지만
늙은 여우는 세상의 고통과 청춘을 맞바꾸고 살아온
삶의 댓가 이니라.
이제는 저 굴 밖에서 나는 바스락 소리에도
누가 왔는지 알 수 있을 만큼
이 굴 안에서 엄마도 두렵고 무서웠다.
이 굴 안에 내 새끼와 내 새끼 먹일 양식
뺏기지 않으려
늘 분노하듯 불안해하며 살았지
그래서 늙은 여우가 된 엄마는
너희들에게 일어날 미래를 어쩜 미리 준비하며
살았을는지 모른다.
이 어미처럼 불안하게
싸움닭처럼 살지 말라고
그러나 싸움닭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예쁜 여우도 잊지 말아다오
너희도 살아보면 알겠지만
인생 만만하지 않다.
너희가 앞으로 만나게 될 삶은 그렇다.
젊을 땐 모른다.
그러나 철들면 늦을 때가 많다.
이것을 우려하는 게 엄마의 조급함일까
늙은 여우가 된 이 애미는
솔직히 웃는 일보다 우는 날이 더 많았다.
아파서 울고
힘들어서 울고
서러워서 울고
한스러워 울고
억울해서 울고
원통해서 울고
그렇게 우는데 이유는 많았다.
솔직히
논 날보다 일하는 날이 더 많아서
지금도 놀면 불안하다.
배가 고픈 일 보다 부르면 불안하고
아무 일이 안생기면 더 불안했다.
너희도 나중에 사회에 나와 사람만나는 일 해봐라
그 사람이 천사가 되기도 하지만
그 사람이 악마로 돌변하고
그 친한 사람이 핵폭탄 터트리고
그 친했던 사람이 뒤통수 치고
모르는 사람들의 시기 질투와 욕
모르는 사람들의 위협과 협박
그것들을 감수하며 이 세상 진정성 있게
참 진을 담아 살아낸다는 게
그리 만만하지 않음을 말이다.
그렇게 늙은 여우가 되기까지
해 뜨는 새벽 해지는 어둠을 구별하지 않고 살았다.
기를 쓰며 말이다.
내 동굴 앞에 얼쩡거리는 사나운 짐승들 앞에서
불을 피워 그 가스를 같이 마시며 말이다.
그래 이 엄마 늙은 여우가 어떻게 생존했는지 아니?
절대 포기하지 못했다.
그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임계점 이였을는지 모른다.
그래서 늙은 여우는 너희에게 감사한다.
너희가 있었기에 엄마는 그 임계점을 넘어섰다고
혹독한 99%의 온도에서 열정을 불태웠다고
그래 불꽃
순간을 위해 짧아야 더 멋있는 꽃
그 불꽃의 임계점을 위해 순간 1%가 10년이었구나.
그래도 이 글이 정상은 아니지만
그래도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되는 이 순간이 감사하다.
이 어미의 털은 더 이상 빛나지도 않지만
내 오장육부는 송곳에 찔려 제 기능을 잃은 것이 많지만
병으로 죽든 암으로 죽든 내 명에 죽든
죽는 것이 두렵지 않은 나이다.
한때 불꽃처럼 살아낼 때
저 산 꼭대기에서
절규하듯 우는 내 울음소리에
지나가던 사자가 용케 더 강해지는 울음소리를 가르쳐 주었던 시절이 있다.
지금도 그 사자가 무섭지만
그 사자 보다 진짜 무서운 건
그 사자 뒤에 가려진 더 많은 정글이었다.
결국 그런 전쟁 같은 정글에서 한해 두해
수 십년 해를 접하다 보니
경험이 되어있는 내 무기
바로 엄마의 무기다
그래서 조금은 두려움도 덤덤할 수 있는 세월을 산다.
그리고 늙은 여우는 이 정글을 쉬지 않고 돌아다닐 것 같다.
매일 매일 살아가는 이 하루가 또 내 지혜가 될테니.
오늘 저 동굴 밖에서 누구를 만날까
그래 너희도 그렇게 살아주었으면 한다.
이 숲을 떠나 저 큰 대륙을 가는 길에
어둠을 두려워 말거라
가는 길 만나는 그들 앞에 이 어미에게 배운대로
멈추지 말고 타협하며 가거라.
꼭, 저기 끝까지 가면서
바람의 말도
구름의 소리도
땅의 기운도 느껴가며
너의 곁에 머물러 줄 신과 함께
열정을 도난당하지 말고 끝까지 가거라.
그리고 삶의 보따리를 채워가며 가야한다.
언젠가 너희가 늙은 여우가 되고
늙은 늑대가 될 때
너희의 전부인 새끼들에겐 더 해박한 지식으로
더 유능한 지혜로 더 많은 세상이야기를 전해주렴
이 어미는 딱 요기까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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