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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전문 분야가 아닌 내용을 말할 때

by 박근필 작가

소득이 높은 사람은
오프라인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소득이 낮은 사람은
온라인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 건축학자 유현준.








개인적으로 유현준 님 좋아한다.
하지만 이 말에 난 동의하지 않는다.

만약 저 말의 앞뒤 내용 있다면,
문맥과 맥락 파악이 필요하다.

하지만 특별한 전후 내용 없이 위 내용만 툭 말한 거라면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
온라인 공간이 오프라인 공간을 집어삼킨지 오래다.
예컨대 온라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온라인 콘텐츠 생산자는 최하위 소득인 인가?

SNS(인스타 등등)에서 시간을 의미 없이 보내고 허비하는 사람을 겨냥해 SNS의 중독,
무분별한 유튜브, 넷플릭스 등 영상 시청을 경계하자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면 그나마 이해가 간다.

말과 글의 힘은 매우 강력하다.
주워 담기도 어렵고 힘들다.
밖으로 꺼내기 전에 숙고의 시간을 갖자.
혀와 팬을 잘 못 쓰면 패가망신할 수 있다.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니더라도 이야기는 자유롭게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물리학자가 철학을 얘기할 수도,
진화생물학자가 인문학을 얘기할 수도,
정치인이 예술을 얘기할 수도 있다.
오히려 전 이걸 나쁘게 보지 않고 좋게 본다.

서로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해당 분야의 전문가는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시야나 관점을 제시할 수도 있으니까.

다만 한 가지 당부 아닌 당부는,
자기 전문 분야가 아닌 내용을 말할 땐,
'개인적인' 의견이라는 것을 강조까진 아니더라도 약간의 뉘앙스 정도는 풍겨주는 게 좋겠다.

그리고 자기의 전문 분야가 아니다 보니 얼마든지 자신의 견해가 정답이 아니며 틀릴 수도 있다는 여지도 밝혀주길 바란다.

특히 소위 공인, 준공인, 셀럽, 인플루언서라 불릴 만큼 영향력이 막강한 분이라면,
본인의 말과 글이 갖는 임팩트에 대한 무게감과 책임감을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내 전문 분야가 아닌 내용을 말할 땐,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를 꼭 명심하고 전달하는 이에게도 그것을 느낄 수 있게 표현해 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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