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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oto Sep 01. 2020

사랑을 포기하지 마

사랑이 없는 인생이란 너무 끔찍하니까

네가 사랑을 포기하려 한다면, 나는 말할 거야. 사랑을 절대로 포기하지 마. 앞으로의 인생에 사랑이 없다면, 그 인생은 지금보다 더 괴로울 테니까.


너를 아프게 했다고 사랑을 포기해버릴 거라면, 나는 물을 거야. 과연 아프지 않은 사랑이 있을까. 그 사랑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을 만난다면 너는 아프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도 만나지 않는 다면, 정말 아프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이 세모 혹은 네모라, 그 사람의 모난 구석이 둥글어지면 아프지 않을까? 아니, 상대를 바라보는 나의 모습이 모난 모습 일 수 있잖아. 솔직히 말할게. 나는 지금의 네가 둥글게 느껴지진 않아.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 사람 편에서 이해하고 마음 써줄 때 감히 '사랑'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스님의 주례사 - 법률 스님 지음


내 청첩장에 쓴 글귀, 내가 사랑에 기대고 떼쓰고 싶어질 때면 언제나 되새기고 마음잡게 도와주는 글귀야. 감히 ‘사랑’이라고 부를 만한 것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세상에 얼마나 될까?



상대방이 나를 위해 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우리는 아프기 시작하는 게 아닐까. 내가 상대를 이렇게 저렇게 바꾸어서 만족한다면 그게 사랑일까. 상대에게 사랑한다면 나를 위해 변할 수 있잖아 라며, 나를 위해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은 진정으로 상대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어. 그건 상대보다 나를 사랑하는 행위잖아.


다시 물을게.

너는 진정으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위하여 변할 수 있어?

나를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을 위해 변할 수 있어?


변하는 것은 엄청난 노력과 의지가 필요한 일이잖아. 우리는 매년 영어공부를 다짐하고 아침형 인간이 되기를 계획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내년의 목표가 되어 다시 돌아오지. 우리는 살아있는 내내 그렇게 살아왔어. 사람이 변하는 것은 너무나 힘든 일이야. 모두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

그러나 나는 그것이 분명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믿고 있어. 조건이 있어. 반드시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바람이어야 해. 또 그 사람이 내가 변할 거라고 믿어주어야 해.


사랑은 노력이 필요해.

사랑받기 위한 노력과 사랑하기 위한 노력.

우리가 연애할 때 했던 노력들이야. 연애 초반에 그 설렘이 오랜 시간이 지나면 왜 사라질까. 나도 변했기 때문이야, 상대뿐만 아니라.


사랑받기 위한 노력과 사랑하기 위한 노력은 연결되어 있어. 사랑하면 사랑받을 수 있어. 사랑받으면 사랑할 수 있어. 누가 먼저일 것 없이 시작하면 되는 거야. 사랑을.


우리는 운명이니까 노력하지 않아도 나를 평생 사랑해 주어야 해, 20대 후반에 들어서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하지만, 재밌게도.. 생각만 안 하지, 분명 모두들 자연스럽게 그걸 기대하고들 있어. 모두들 노력하지 않아도 사랑받길 기대해.


내가 뾰족하게 말하고 못나게 행동하고 사랑해주지 않아도 너는 나를 사랑해주어야지. 나를 사랑한다면 이래서는 안 돼,라고 말이야. 한 번도 이렇게 말한 적도 생각한 적도 없는데, 내 행동은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처럼 하고 있었지 않아?

무조건 방어하지 말고 진짜로 최선을 다해서 객관적으로 나의 지금 모습을 판단해.


‘나를 사랑한다면 내가 싫어하는 행동은 하지 마, 내가 괜찮다고 하는 행동만 해!’

나를 돌아보지 못하면 나는 어느샌가 이렇게 돼있었어. 내 어린 날들을 생각해보면 말이야.(웃음)



내가 바라는 일이 나의 기준에서는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랜 시간 그렇게 살아온 사람은 아주 작은 행동도 바꾸기 어려울 거야.


내 남편은 언제나 양말을 벗을 때 뒤집어 벗어. 그리고 아무 데나 던져놔. 소파 밑이나 방 한구석 혹은 식탁 위. 나 역시 초반에는 양말이 여기저기 널려 매우 스트레스를 받았어. 싸우고 난 다음 날이면 양말이 예쁘게 세탁바구니 안에 들어있었지만, 오래가진 않았지. 사소한 습관일수록,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굳이 바꿀 필요 없다고 생각해. 나의 괴로움을 방관하지. 얼마 전에는 양말 빨 때는 뒤집어서 빨아야 한다는 영상을 가지고 와서 나에게 보여줬어.(웃음) 영상은 나에게 역효과였지만, 나는 이제 양말이 뒤집어져 있어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아. 그저 주워서 세탁기에 넣고 빨 뿐이지. 남편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겨우 양말 때문에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아서.


그래. 나는 감히 ‘사랑’이라고 말하는 것을 이 남자에게 주고 싶었어.


아주 사소한 에피소드이지만, 이런 일은 크고 작게 계속해서 생겨나더라. 사소하게는 양말부터 심각하게는 서로의 가족 문제로.


그런데 말이야. 어떤 단점에 몰입하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관련된 상황만 펼쳐져도 싸움을 시작해. 아니, 심지어는 관련이 없어도 싸움이 시작돼. 그렇게 점점 사라지는 거야, 사랑이.

그때, 절대로 몰입하면 안 돼. 몇 가지 단점 때문에 싸우지만, 우린 서로 더 많은 장점을 알고 사랑하게 됐잖아. 그 장점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면, 우린 다시 사랑할 수 있어.



일방적인 노력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야. 상대를 사랑할 수 없다면, 헤어지는 것이 나을지도 몰라.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얼마나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행복하지 않은 인생일 거라면, 헤어지는 게 맞을 거야.


하지만 나부터가 진짜 ‘사랑’을 하지 못한다면 그 누구를 만나더라도 같은 일은 반복될 거야. 내가 진짜 사랑을 하지 못하는 데 그 누가 나를 진짜로 사랑해줄까? 사람이라면 단점이 없을 리 없잖아. 더군다나 내가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에게서 단점은 아주 금방 찾을 수 있어. 다시 말하지만 나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단점을 고칠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


‘사랑’에 너무 큰 기대를 걸었어.

모든 걸 이해하고 포용하고 항상 다정하게 대해주고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해줄 거라고 기대했지. 그런데 나부터가 그게 어려운 일이란 걸 알아버렸잖아. 변한 건 상대만이 아니니까.


나도 모든 걸 이해해주지 못하고 포용하지 못하고 항상 다정하지 못하고 언제나 변함없이 사랑하지 못했으니까. 상대에게도 그걸 바랄 수 없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을 절대로 포기하지 마.


사랑이 없는 앞으로의 시간은 더 지옥 같을 테니까. 행복은 모두에게 주어지는 것이 아니란 걸. 잊으면 안 돼. 행복은 노력하는 사람이 가질 수 있어.


사랑이 변하는 것은 자연의 법칙 같은 거야. 사랑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해서 변해. 기대, 욕심, 질투, 무시, 미움, 증오 같은 것으로 변한 많은 사례들을 우리는 금방 찾을 수 있어. 변하지 않길 바라지만 사랑받을수록 변하고 사랑이 커질수록 변하는 게 사랑인가 봐.


나는 생각해. 내 사랑이 변하는 게 느껴질 때마다 나는 계속 계속 생각해.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거야. 내가 행복하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한다면 행복하게 해주는 게 사랑이다, 그렇게 계속해서 생각해.


‘이렇게 해주면 좋겠는 데’하고 생각이 스칠 때마다 작은 욕심도 놓치지 않고 잘 접어서 변기에 버리고 물을 내려. 바라는 건 점점 커지거든. 작을수록 버리기 쉬워.


양말을 잘 벗어서 세탁바구니에 넣어주면 좋을 텐데,

치약을 짜고 제자리에 놓으면 좋을 텐데,

운전할 때 좀 더 조심해서 해주면 좋을 텐데,

게임을 조금만 하면 좋을 텐데,

시댁이 불편한 나를 좀 더 살펴주면 좋을 텐데,

내 모든 이야기를 좀 더 진지하고 성의 있게 들어주면 좋을 텐데,

쓰기 시작하니 정말 많네?(웃음)


한 가지를 바라고 말하기 시작하면 어느새 끝까지 바라고 말하고 있는 나를 봐. 그리고 그런 나 때문에 힘들어하는 내 남자가 앞에 있더라. 그때 이 말을 들었어.


나는 너에게 바라는 게 없는데, 너는 나에게 바라는 게 왜 이렇게 많아?


머리랑 가슴을 아주 정통으로 맞았어. 숨고 싶을 정도로 부끄럽고 미안하더라. 


왜 그럴까? 나는 왜 이 남자에게 바라는 게 이렇게 많을까. 내가 이 남자만 보고 있는 거야.

내 인생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진정 사랑해 주는 것도 아니고. 그냥 내가 너만 보니까 너도 나만 보라고. 내 인생에 이 사람이 너무나 커져서 내 인생은 거의 최소한만 챙기고 나는 얘만 보고 있는 거야.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진짜 사랑인지.

만약 내가 지금 하는 것이 사랑이 아니라면, 다시 사랑할 수 있을지.

한번 생각해보자.


그리고 진정으로 다시 ‘사랑’하게 되었을 때,

그래도 사랑받지 못한다면 그때는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용기 낼 수 있을 거야. 이별을.



내 사랑하는 친구에게, 나는 언제나 네 편이야.

너의 행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어.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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