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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주홍 Aug 25. 2024

문제 식별 능력

상반기가 꽤 지난 요즘, 지난주에 상반기 구성원 리뷰 작성을 마쳤다. 이런저런 이유로 리뷰 작성을 끝내는 것이 늦어졌는데 상반기가 끝난 지도 한참 시간이 지난 뒤라 죄송한 마음이 많이 들었다.

나는 리뷰 작성이 정말 어렵다. 형식적이고 의미 없는 리뷰 작성이 아니라 그들에게 도움 되는 피드백을 전달하고 싶기 때문에 어떤 피드백을 드리면 좋을지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그리고 그 고민의 결과가 잘 전달되길 바라기 때문에 글로 옮길 때도 노력을 많이 들인다. 힘든 일이긴 하지만 피드백을 통해 함께 더 큰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래도 공을 들이려 하고, 많은 분들이 비슷한 생각일 것이라 믿는다.


피드백을 작성하다 보면 어느 정도 비슷한 내용을 쓰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개발자가 수준별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능력이나 추구하는 가치와 관련해서 프레임워크가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중에서도 크게 기준이 되는 것을 하나 고르라면 문제 식별 능력이다. 문제가 없는 조직은 없다. 특히, 스타트업은 그 문제들을 알면서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문제를 등에 업고 계속 달린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간 해결하지 않은 문제들로 인해 생겨난 부채에 도산하고 만다. 그렇기 때문에 청산할 문제들을 식별하고,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문제를 고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나는 중요한 문제들을 식별하고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리더의 전제 조건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도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문제를 식별하는 것과 해결하는 것은 다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더 중요한 능력을 골라야 한다면 식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를 식별하는 것이 해결의 시작이고,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문제를 식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프로불편러가 될 필요가 있다. 나는 많은 사람들이 불편한 것을 그냥 수용하고 계속 살아간다는 것에 놀라곤 한다. 수많은 비효율적인 일들을 경험하면서 그것을 불편한 것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고 그냥 반복한다. 또는, 불편한 것은 알지만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고 단정 짓기도 한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불편한 것이고,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게 식별한 문제들이 많이 있을 텐데, 그중에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를 잘 선택하는 것도 중요하다. 모든 문제를 해결하고 갈 순 없기 때문에 노력 대비 효과가 가장 큰 문제를 선택하여 해결해야 한다. 해결했을 때 효용이 크지 않은 문제일 수도 있고, 내가 생각하기엔 중요한 문제가 동료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나 혹은 우리 조직 내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어서 다른 동료 혹은 조직과 함께 해결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특히, 다른 조직과 함께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더더욱 해결이 어렵다. 이런 다양한 요소를 고려했을 때 해결할 문제를 잘 고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인데,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해결할 문제를 잘 고르는 것은 어려운 일이 맞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판단이 어렵다면 상위 조직장과 고민을 함께 나눠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이 과정은 해결 방법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것보다 해결할 문제를 상위 조직장과 함께 선택하는 것에서 주효하다. 아마 열심히 노력한 것에 비해 성과를 인정받지 못해 아쉬워하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많을 텐데, 사람에 따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는 중요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지만 상위 조직장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정말 잘못된 조직이 아니라면 상위 조직장이 무능해서 잘못 판단하기보다는 그들에게 정보가 부족하거나 나와는 시야가 달라서 그럴 수 있다(”높은 확률”로 가장 뛰어난 사람이 상위 조직장으로 선출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그렇기 때문에 문제를 문제라고 알려주는 것이나, 내가 몰랐던 정보를 획득하는 것에서 의견을 공유하는 것은 매우 유용하다.


해결할 문제를 잘 골랐다면, 축하한다. 이제 그만 고민하고 해결하기로 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집중하자. 해결하고 개선된 환경을 즐기자. 그리고 다음 해결할 문제를 또 찾자. 그게 우리의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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