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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지민 Mar 22. 2017

대체 이게 얼마만의 공부인가

대학원생 1주차의 일기

3월의 대학교는 너무 오랜만이다. 스무살의 설렘이 어찌나 전해지는지 '그래, 그때가 좋을 때지.'라며 나 역시 그때는 듣기 지겨웠던 말이 절로 나온다. 현실의 나는 아웃싸이더 복학생 느낌이지만. 석사를 졸업한지 5년이 지났다. 20년만에 학교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 정도야 가당찮지만 오랜만에 찾아간 캠퍼스가 어색한건 매한가지다.

첫 학기 대학원 수업을 4개나 신청했다. 사실은 어제까지 수강신청 정정기간이었는데 마지막까지 고민을 거듭하다보니 어느 새 12시가 넘어버렸다. 다들 너무 힘들거라고 말렸지만, 한 주 수업을 들어보니 왜 말렸는지 너무도 알겠더라. 매주 한 과목당 최소 A4 두 장씩 과제가 있고 모든 수업은 토론과 발표로 이루어진다. 석사 때 그렇게 치열하게 했었나 돌이켜보면 대학원 수업은 원래 그랬던 것 같다. 그저 잊고있었을 뿐. 게다가 그때는 정말 공부만 하는 풀타임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래도 어쩌겠나, 타전공생이라 선수강과목도 있으니 졸업을 생각하고 산더미같은 등록금을 생각하면 꽉꽉 채워넣고 견뎌내야하는 것을.

월요일과 수요일. 하루에 6시간씩 수업을 듣고 매주 이해하기 어려운 논문들을 읽고, 고뇌를 꾹꾹 눌러담아 써야하는 과제들이 기다린다니. 이외에도 이미 진행중인 리얼관광 국내여행, 한국관광스타트업협회 창립, 관광커뮤니케이터 양성과정 등 나는 참 하고싶은 것도 많다. 이제서야 취미가 붙은 클라이밍도 일주일에 세번은 가고싶고. 그래서 정말정말 큰일이다.

이번 주 학교가 시작되고 내 인생이 급 빡세졌다. 일주일에 4일은 적어도 학교와 과제를 위해 바쳐야할테고, 나머지 시간에는 사무실을 찾아 벌려놓은 일들을 수습하는 건지 새롭게 벌리는건지 모르겠지만 일도 해야하고, 다음학기 등록금을 위해 강연도 열심히 다녀야지.

유난히 길었던 겨울 비수기에 푹 쉬면서 즐겼던 주부 놀이가 불안하기도했지만 행복했는데, 학교가 시작하는 동시에 집안일이 너무 괴로워졌다. 본인도 바쁘면서 항상 함께해주는 자상한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평생 밖에서 바쁘게 살면서도 집안일을 해냈던 우리 엄마가 새삼 백배는 굉장하게 느껴진다.

아무튼,
학교 시작 일주일만에 괜히 말이 길었다.

나는 왜 공부를 하고 싶었을까? 난 관광을 전공한 적이 없었지만 관광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현장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노력했고, 어느 순간부터 내가 경험한 것들이 머릿 속에 산재되어있다는 걸 느꼈다. 이 모든 걸 관통하는 연결고리를 찾고 싶었고 어지러운 머릿 속을 차곡차곡 정리하고 싶었다.

"이수과정을 배우면서 흩어진 한 가마 분량 구슬이 한 줄로 꿰어지는 느낌, 2천 개짜리 그림 퍼즐이 맞춰지는 느낌, 그런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내가 가지고 있던 구슬 하나, 퍼즐 한쪽이 가진 의미를 그때서야 명확히 알게 되었다. 아마 박사과정이 없었으면 지금도, 앞으로도 몰랐을 것이다."

* 출처: 직업인에게 박사과정? 뭣이 중한디?

http://ppss.kr/archives/99031

우연히 읽게된 김용빈 박사님의 글에서 이야기한 이 의미를 알고 싶어서 나는 공부를 다시 시작했고, 1주차 수업을 들으면서 퍼즐이 맞춰질 수 있겠다는 설렘에 은근히 들뜨기 시작했다. 신청했던 과목 중 하나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15주 한 학기 동안 어마어마한 스트레스에 괴로울 나의 모습이 눈에 선하지만 그래도 견뎌내야한다는 자기 위로이자, 나보다 더 빡세고 열정적인 삶을 사는 이들도 주변에 이렇게나 많은데 겸손하게 이 운명을 받아들이겠다는 다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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