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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지의 경계 2

장 르노가 들려주는 노르망디 왕국 이야기 36화

by 오래된 타자기

[대문 사진] 스칸디나비아 어에서 비롯된 루앙(Rouen)의 거리 이름


단어 끝에 -bec이란 접미사가 붙은 지명들은 곳곳에서 눈에 띕니다. 스칸디나비아 인들은 중요성이 덜하다 싶은 하천에는 대개 이 접미사를 붙였습니다. 노르망디에 상륙한 바이킹 첫 세대가 갖다 붙인 bekkr(실개천)이란 단어는 그 뒤로도 좀 더 단순한 형태를 띤 말로 오랫동안 통용되었죠.


울베크(Houlbec)나 울르베크(Houllebec)란 지명(‘움푹 들어간(creux)’이란 뜻인데, 여기서는 ‘깊숙한(profond)’이란 뜻을 지닌 holr에서 온 말)은 코탕탱, 루무아, 브래 지역에 널리 분포합니다. 르 트로뜨베크(le Trottebec ; 자동사로 ‘(냇물이) 불어나다’, ‘(수심이) 높아지다’의 뜻을 지닌 þrútna에서 온 말) 하천은 쉐흐부르그 인근의 디베뜨 강에 합류하고, 르 호베크(le Robec ; ‘붉은’이란 뜻의 rauðr에서 온 말) 하천은 루앙 상류의 세느 강에 합류합니다.


세느 강으로 흘러드는 지류 가운데 하나인 베뛴느(le Béthune) 하천 주변에서만 발견되는 지명들도 있습니다. 르 이르베크(le Hirebec), 르 당베크(le Dambec), 르 브레베크(le Brébec), 르 티에베크(le Thiébec), 르 보베크(le Beaubec), 르 휠르베크(le Fulebec), 르 그라베크(le Grabec) 그리고 르 퀴유베크(le Quillebec) 등입니다.


실개천에 붙은 이 이름들은 오늘날 그 주변의 마을들을 지칭하는 지명으로 굳어졌습니다. 르 볼르베크(le Bolebec, 나무 둥치를 가리키는 bolr에서 온 말) 하천은 르 볼베크(le Bolbec ; 코 지역에 위치한 마을)란 지명을 낳았고, 리지외를 가로질러 흐르는 로르비께(l’Orbiquet ; 자갈이란 뜻의 ør에서 온 말) 하천은 오르베크(Orbec)란 지명을 낳았습니다.


코 지방의 이정표. 지명들 대부분이 고대 스칸디나비아 어를 어원으로 한 스칸디나비아 어로 되어있습니다.


바이킹들은 강 주변 지역을 침략하기 위하여 본류를 이루고 있는 주요한 강이나 하천들(그들이 붙인 이름들이 그대로 남아있는)을 자유로이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이 천연의 길들은 또한 그들이 정주하고 있는 영역을 축으로 경계 짓는 구실도 했죠. 이는 스칸디나비아 어에 기원한 지명들과의 밀접한 관계를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오흔느 강 계곡의 연안 지역들과 디브 강 연안, 뚜끄 강 연안과 리즐 강 연안 지역들의 지명들이 이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앵글로-노르망드 섬들에서는 스칸디나비아 어로 된 지명들이 무수히 눈에 띕니다. [1]


스칸디나비아 출신 주민들은 풍경의 여러 다양한 요소에 이름들을 부여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토지를 둘러싸고 일어난 다툼들이라든가 물과 관련한 것들(강, 하천, 호수 등) 그리고 숲들과 관계한 것들이 이 경우에 속합니다.


이러한 총칭명사 가운데에 어떤 경우는 아주 드물게 활용되었지만, 또 어떤 경우에는 자주 사용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인 지명은 끝에 -dale(또는 -dalle)이 붙는 경우죠. 이 단어는 dalr(계곡을 뜻하는)에서 온 것이고, 지표면의 침하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오늘날 이 단어가 활용된 지명을 갖고 있는 마을들은 부지기수입니다. 예를 들어 코 지방에 위치한 마을들인 우달르(Oudalle ; 짐승 사자를 뜻하는 úlfr에서 온 말), 디에프달르(Dieppedalle ; ‘깊숙한’이란 뜻을 지닌 djúpr에서 온 말)가 이에 해당합니다.


단어가 -lon(또는 -londe)이란 철자로 끝나는 지명들은 lundr(숲)이란 말에서 온 것이다. 예를 들면 코탕탱 지역의 마을들인 이끌롱(Yquelon ; 떡갈나무를 가리키는 eik에서 온 말), 에뚜블롱(Étublon ; 나무 그루터기를 뜻하는 stubbi에서 온 말)이 있고, 저지 섬에 지굴롱드(Gigoulonde ; Vigólfr란 인명에서 온 말)란 마을이 있습니다.


르 호베크(le Robec)는 루앙의 실개천으로서 세느 강으로 흘러듭니다. 오드호베크 가(Rue Eau de Robec)란 거리이름은 바이킹들에 의해 붙여졌습니다. [2]


단어 끝에 -fleur가 따라붙는 지명들은 대단히 한정적으로 사용된 경우라 할 수 있는데, 이 말이 가리키는 뜻은 만(灣)이나 넓은 강 하구를 가리키는 말 flói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물결을 뜻하는 말 flóð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온당할 것입니다. 왜냐면 이 두 단어는 음성학적으로 서로 비슷한 관계다 보니 같은 의미일 거라고 생각되지만, 노르망디 방언에서 거의 유일하게 발견되는 말은 바로 flóð이기 때문입니다.


옹플뢰르(Honfleur ; 옛 철자상으로는 ‘Honneflo’라 표기했다)는 아마도 húnn(돛대 끄트머리라는 뜻)이라는 말에서 비롯하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옹플뢰르 건너편 세느 강 하구의 다른 한쪽 지명은 아흐흘뢰흐(Harfleur ; 옛 철자 상으로 ‘Harofloth’)인데, 이 말 또한 아마도 herjan(약탈, 강탈이란 뜻) 또는 Hari란 인명(프랑크 왕국?)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덧붙이자면 훼깡 서쪽에 위치한 비트흘뢰흐(Vittefleur ; 옛 철자 상으로는 ‘Guiteflec’) 마을 이름은 확실히 flet(집, 가옥)과 hvítr(흰, 백색의)란 용어에서 파생했을 것이 분명합니다.






[1] 사진은 저지 섬에서 발견한 지명들입니다. 프랑크 활 사진.


[2] bekkr에서 온 bec이란 단어는 시냇물을 가리킵니다. 접두사 Ro는 루앙의 스칸디나비아 어(Rúðuborg)에 해당합니다. Rouð란 ‘붉은’이란 형용사입니다. 장 르노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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