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희 작사/최덕신 작곡
1. 후회
부모님께서 일찍이 피아노 학원을 하셨음에도 나에게 피아노는 친근한 악기가 아니었다. 너무 좋은 환경이었지만 왠지 모르게 친해지는 게 쉽지 않았다. 피아노에 대한 부모님의 반강제적인 권유를 뿌리치고 친구들과 놀러 다니기 좋아했던 학창시절이 후회되는 건 아니지만 남들보다 늦게 음악을 전공하겠다며 시작한 이후로 지금까지 그 좋은 환경에서 왜 자발적으로 피아노 앞에 자주 앉지 않았을까라는 후회를 종종한다. 하지만 그 때문에 스스로를 탓하며 그나마 열심히 달렸는지도 모른다.
2. 안녕, 피아노
생각지도 못한 타이밍에서 피아노가 부른다. 교회에서 반주하던 또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대단해 보이기 시작했다. 악보도 한 번에 잘 보고 코드라는 걸 보면서 자유자재로 반주하는 모습이 조금 부러웠다. 어릴 때부터 우리 학원에 다닌 친구였는데 피아노 앞에서 자신감 있는 모습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같았다. 그 날 이후 집에 돌아와 그동안 기다려준 피아노에게 나도 인사를 건넸다.
3. 찬미예수
코드를 하나씩 독학하면서 1번부터 차례로 쳐보기 시작한 게 찬미예수 500부터였나, 그걸 시작으로 1000, 1500, 2000 곡 수가 많아질수록 지겹긴 했었지만 멋도 모르도 막 쳐보던 그 시절이 소중한 밑거름이 되었던 거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피아노와 친해지기 시작하면서 오래 앉아있는 습관이 생긴 사실에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았다. 연습 겸 새로운 찬양도 익히고 좋아하는 곡들도 많이 생겼는데 그중 한 곡이 송명희 작사, 최덕신 작곡 '예수 그 이름"이다. 그 당시엔 회중 찬양으로 많이 불리지 않았는데 개인적으로 멜로디가 예쁘고 가사가 좋아서 혼자 많이 불렀던 기억이 난다.
4. 편곡
오랜 기간 좋아했던 곡이라서 연주곡이든 합창이든 편곡해두면 좋겠다 싶었는데, 마침 아내가 작은 무대에 서게 되어 이 곡을 하기로 했고 맞추어 편곡을 한 게 벌써 3년 전이다. 곡 제목에 맞게 예수 그 이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며 그 이름이 잘 들려지고 전해지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피아노만 사용할 수 있는 무대라서 목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분위기는 클래시컬한 쪽으로 하되 코드와 형식에 조금 변화를 주었고 Intro/Outro는 아내가 좋아하는 찬송가로, Interlude는 곡 분위기에 맞춰 클래시컬하게 피아노 솔로를 채웠다. 원곡이 잔잔하고 그 느낌을 살리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노래하는 입장에서 잠깐의 클라이맥스가 나와도 좋을 것 같아서 단 3도 키업으로 살짝 분위기만 바꿨다가 다시 돌려놓았다.
하고 싶은 말을 멜로디에 얹어 흘려보내는 노래에 있어서 가사가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된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가사에 집중할 수 있는 곡들을 모아 소품처럼 작게 담아내고 싶다. 그때 이 곡을 다시 불러달라고 부탁해야겠다. 시간이 지나 예수님 이름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로 다가와 또 어떻게 불리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