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균 쇠> / 재레드 다이아몬드
※ 웬만한 가정에는 한 권씩 꼭 있을 정도로 유명하면서도 쉽사리 다가가기 힘든 제래드 다이아몬드 교수의 퓰리처상 수상작 <총, 균, 쇠>입니다. 지리적 조건이 지난 1만 3천 년간 전 세계의 역사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밝히는 것이 목적인 책입니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한 겁니까?' 간단한 질문이었지만 그것은 얄리가 경험한 삶의 핵심을 꿰뚫고 있었다. 겉으로는 간단해 보여도 얄리의 질문에 대답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역사학자들도 그 문제의 해답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으며 이제는 대부분 아예 그런 질문을 던지지도 않는다. 얄리와 그런 대화를 나눈 이후 나는 인류의 진화, 역사, 언어 등 다른 여러 측면에 대해 연구하고 집필해 왔다. 그리고 25년이 지난 지금 이 책에서 비로소 얄리의 질문에 대답해보려고 한다.
- 재레드 다이아몬드(저자)
1장. 문명이 싹트기 직전의 세계 상황
2장. 환경 차이가 다양화를 빚어낸 모델 폴리네시아
3장. 유럽이 세계를 정복한 힘의 원천
4장. 식량 생산의 기원
5장. 인류 역사가 갈라놓은 유산자와 무산자
6장. 식량 생산민과 수렵 채집민의 경쟁력 차이
7장. 야생 먹거리의 작물화
8장. 작물화에 적합한 식물의 식별과 성패 원인
9장. 선택된 가축화와 '안나 카레니나의 법칙'
10장. 대륙의 축으로 돈 역사의 수레바퀴
11장. 가축의 치명적 대가, 세균이라는 사악한 선물
12장. 식량 생산 창시와 문자 고안의 체계
13장. 발명은 필요의 어머니
14장. 평등주의부터 도둑 정치까지
15장. 대륙 간 불균형 이론과 원주민이 낙후된 원인
16장. 동아시아의 운명과 중국 문화의 확산
17장. 동아시아와 태평양 민족의 충돌
18장. 남북아메리카가 유라시아보다 낙후되었던 원인
19장. 아프리카는 왜 흑인 천지가 되었나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생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저자는 현재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UCLA) 교수로 재직 중이다. 생리학으로 학자의 길을 걷기 시작한 그는 조류학, 진화생물학, 생물지리학으로 자신의 영역을 점점 확장해 나갔으며 라틴어, 그리스어, 독일어, 프랑스어, 러시아어 등을 구사한다. <디스커버>, <네이처>, <내추럴 히스토리> 등에 진화생물학이나 인류학에 관한 폭넓으면서도 깊이 있는 글들을 기고하여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저서 <제3의 침팬지>로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의 과학출판상과 미국의 LA타임스 출판상을 수상했다.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 미국과학아카데미, 미국철학협회 회원으로 선정되었으며, 미국지리학회에서 주는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총, 균, 쇠>는 1998년 퓰리처상 일반 논픽션 부문과 영국의 과학출판상을 수상한 책으로 인류 문명이 대륙별, 민족별로 불평등해진 원인을 다각적인 시각에서 명쾌하게 분석하고 있다. 그 밖에 저서로는 <섹스의 진화>, <문명의 붕괴> 등이 있다.
설날을 하루 앞두고 집에 도착한 나는 창고에서 검고 동그란 가방 하나를 꺼냈다. 가방 안에는 스텐으로 만들어진 화로가 들어있었다. 캠핑을 다닌답시고 차에 항상 놓고 다니다가 이제는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놈이었다. 그래도 꽤 비싼 놈으로 사서 그런지 여태껏 사용했어도 전혀 낡은 티는 없었는데, 오히려 그을린 외관은 자연히 사용감이 서려 클래식한 멋이 담겨있는 듯했다. 화로 안쪽에는 손도끼 하나와 라이터, 접이식 불쏘시개와 여남은 장작도 같이 있었다. 겨울철 할 일 없는 아버지에게 불 좀 때려고 주변에 있는 나무좀 구해달라고 했더니, 벌써 열 번이나 넘게 사용할 정도로 많은 양의 나무를 해놓으신 탓에 올 겨울까지는 충분히 화로에게 먹이를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창고 한편에는 인삼이 자라나는 육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검고 푸른 차양막을 지지하고 있던 네모 반듯한, 마치 어린 시절 학생부장 선생님의 손에 들려있던 각목 모양의 고목(古木)들은 세월 따라 때로는 비에 젖고 때로는 햇살을 맞길 반복했고 이제는 끝내 쓰임을 다하기 위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모든 것을 시간에 흩뿌린 터라 고목에는 수분기가 하나도 없었고 무게는 무척이나 가벼웠다. 속 빈 강정이라는 표현이 있지만, 그것보다는 자식에게 모든 것을 다 준 뒤 늙어버린 몸뚱이만 남아있는 부모님이 더 연상되는 모습이었다.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위해 문 앞에서 잠시 쉴 수 있도록 놓아둔 기다란 벤치 의자 위에 있던 신문지 몇 장을 가져와 불을 붙이니 늙은 나무에는 쉽게 불이 붙었다. 불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잠시간 쳐다봤다. 나무들이 붉은빛을 내며 검게 그을리더니 이내 회백색 한 줌의 재로 변하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자 재는 쉬이 떠올라 바람과 함께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아마도 한 줌의 재가 아니라 한 줌의 흙이 되었으리라. 가진 것을 모두 자연에 내주고, 마지막에 남아있던 껍데기마저 자연으로 내주는 모습을 보며 문득 불의 신을 숭배하던 조로아스터교의 숭배가 이런 식으로 시작된 것은 아닐까 망상에 잠겨본다. 마치 할아버지처럼. 순환. 탄생과 죽음. 그것을 잇는 고리, 불.
인류가 불을 처음 불을 사용한 시기는 지금까지 알려지기로 142만 년 전쯤이다. 그런데 이는 유적으로 발견된 것으로 추정할 뿐이니 만약 더 오래된 증거가 발견되면 초기 인류가 불을 이용한 건 더 오래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불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단연코 불에 그을린 음식이다. 날 것만 먹던 초기 인류가 불을 다룰 수 있게 되자 구운 고기를 먹기 시작했고 그로부터 질긴 음식을 먹기 위해 발달했던 턱과 어금니가 퇴화되기 시작했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다음 불하면 떠오르는 것은 문명 발전의 원동력으로서의 불이다. 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 그리고 철기시대. 이 시기를 구분하는 것은 단순히 돌이나 청동기냐 철이냐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 구분의 핵심은 인간이 과연 얼마나 불을 잘 다스렸는지에 더 연관성이 깊다. 인간이 불을 더 잘 다룬다는 뜻은 곧 더 높은 온도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금속은 온도에 따라 녹는점이 다르다 보니 온도가 올라갈수록 추출가능한 금속의 재질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돌은 청동에게 패배했다. 청동은 비록 돌보다 무거웠지만 적당한 강도와 탄성을 가졌고 주조가 가능했다. 그리고 청동은 철에게 패배했다. 철은 청동보다 녹는점이 높아 주조하기 어려웠지만 가벼우면서도 훨씬 강한 강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렇게 불을 더 잘 다스리는 것, 그러니까 더 강력하고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 민족 또는 국가는 그렇지 못한 상대를 정복했고 이는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1792년 콜럼버스의 항해로 시작된 유럽의 아메리카 정복, 1858년 영국제국의 인도 식민지화, 1914년 1차 세계대전, 1939년 2차 세계대전. 이 사건들의 결과는 연합과 공조의 탓도 있지만 대체로 강력한 기술을 가진 국가의 승리로 끝났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도대체 왜 어떤 곳은 문명의 발전 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빨랐으며 후진 기술을 가진 문명을 정복할 수 있었던 것일까?
UCLA 교수 제래드 다이아몬드 교수에 따르면 여러 문명에서 기술의 격차를 비롯한 수준 차이가 발생하게 된 근원은 바로 풍수지리, 다시 말해 지리적 요인과 기후, 그리고 그에 따른 동식물의 진화생물학적 차이에 따라 발생된 결과다.
피사로가 이끄는 스페인의 작은 군대가 잉카 황제 아타우알파를 사로잡은 순간은 구대륙과 신대륙의 충돌에서 가장 극적인 사건이다. 스페인 군대는 상대를 위압할만한 큰 소리와 함께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총이 있었고, 잉카에는 없던 가축인 말이 있었다. 또한 가축화를 통해 자연히 몸에 밴 균도 있었는데, 초기에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전염병의 강력함을 본 이후에는 의도적으로 옷가지 등을 물물교환하는 등으로 균을 옮겨 잉카족에게 죽음을 스며들게 했다. 마지막으로 스페인 군대에는 쇠로 만들어진 갑옷과 투구 같은 단단한 방어구가 있었고, 돌이나 화살 등의 원시 무기를 사용하는 상대를 가뿐히 제압할만한 철제 무기가 있었다.
총, 균, 쇠. 그리고 해양기술, 정치조직체계 등 수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나타난 결과는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다. 공교롭게도 이런 것들의 결합이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이 군사기술이다. 군사기술은 복합기술이다. 군사기술에는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강력한 살생기술은 기본이고, 군대를 다스릴 수 있는 통치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군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식량생산, 무기생산, 운송 등 각종 보급과 관련한 기술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문자보급, 그러니까 문맹률과 관련이 있다. 문자는 체계에 힘을 싣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명확한 정보제공뿐만 아니라 정치, 행정, 경제적 교환 등을 돕고 신속하고도 정확한 명령이 가능하다. 또 한편으로는 이야기를 보급함으로써 탐험과 정복의 동기를 부여하고 의욕을 고취하는 등 일종의 프로파간다 형식의 선전이 가능하다. 간단한 예로, 스페인에서는 대다수 일반 시민들도 문자를 사용할 수 있었던 반면, 잉카족에서는 문자 사용이 엘리트 계급에 국한되어 있었으니 아무리 10만 대군이라 할지언정 체계적인 통솔이 가능할 리 없었다. 그러나 도대체 왜 하필 유럽에 있는 국가들이 아메리카대륙보다 더 선진화된 문명을 가지고 있었는지, 어떤 근본적인 요인에 의해 승리자와 패배자가 나뉘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저자의 설명을 압축하자면 이 같은 일이 발생하게 된 근본적인 요인은 한 가지로 설명이 가능하다. 바로 환경적 요인이다. 그러니까, 세계 정복의 역사적 결과가 피부색이나 생김새 같은 인종의 특수성 때문이 아니라 어떤 지역에 살고 있었는지에 달려있었다는 것이다. 운이 좋게도 정복의 역사를 갖고 있는 지역에서 태어났다면 정복자가 되었을 것이고, 그렇지 않았다면 패배자가 되었을 뿐이다. 만약 아프리카인과 유럽인을 서로 바꾼다면, 아프리카인들은 유럽인을 충분히 정복했을 것이라고 보는 게 저자의 견해다. 물론 인류의 역사적 궤적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적 요소들은 무수히 많고, 지역마다 양상은 모두 다르다. 여기서 저자는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요소를 중요한 차이점으로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는 지리적 요인으로 대륙의 형상과 관련이 있다. 지도를 살펴보면 동서 축으로 넓게 퍼져있는 유라시아 대륙과 달리 아프리카 대륙과 아메리카 대륙은 남북 축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대륙의 형상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기후와 연관 짓게 되면 치명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동서방향으로 늘여져 있는 대륙에서는 멀리 이동하더라도 위도가 동일해 기후대가 거의 비슷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와 달리 남북방향 대륙에서는 이동할 때 위도 변화가 잦아 기후가 전혀 달라 쉬이 주변으로 이동하기가 어려웠다. 변화된 기후에 동물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았고, 인간 역시 험난한 고비를 넘기거나 죽음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세계 최장 육지 무역로인 실크로드가 있던 유라시아 대륙은 작물이나 기술의 전파가 용이하다 보니 남북방향 대륙보다 더 나은 품종의 작물을 받아들여 생산성을 향상할 수 있었고, 기술의 습득이나 개발이 더 빨랐다. 다시 말해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남북방향 대륙에 살던 인류는 고립된 상태나 다름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이동이 제한적이다 보니 유라시아 대륙과 달리 동식물이나 기술의 전파가 어려웠다. 여기서 핵심은 지형적 요인으로 인해 기술의 전파가 어려웠고, 이로 인해 기술의 진보 또한 어려웠다는 사실이다.
두 번째는 가축화, 작물화 대상인 야생 동식물의 대륙간 차이다. 식량 생산의 차이는 잉여 식량을 축적 가능케 하고, 대규모 인구부양 및 중앙집권화한 사회로 발전하기 위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과거 대부분의 야생동식물은 가축화, 작물화에 부적합했다. 가축이나 작물이 되어 식량 생산에 이용된 종은 소수에 불과했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가축화, 작물화를 위한 야생 후보종의 수는 대륙마다 크게 달랐다. 누군가의 의도가 아니라, 자연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자연이 만든 멸종은 하필 동서 축인 유라시아보다 남북 축인 아메리카 대륙에서 훨씬 더 심했다. 그 결과 남북아메리카 대륙은 유라시아에 비해 생태군이 더 단순했고, 인간이 가축화 또는 작물화할 대상 자체가 더 적었다. 슬픈 현실이지만 아메리카대륙에서는 같은 노동력으로 얻을 수 있는 식량이 상대적으로 적었고, 가축화할만한 동물도 부족해 균에 대한 저항성도 얻을 수 없었다.
세 번째는 문명 발생지 혹은 각 지역의 면적과 전체 인구 규모 차이다. 면적이 넓거나 인구가 많다는 건 혁신의 기회가 많다는 뜻과 같다. 발명가의 수도 많고, 무엇보다 경쟁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상대보다 더 혁신적인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하면 상대에게 정복당하기 십상이었다. 면적과 경쟁 사회 수를 비교했을 때 대륙 중 규모가 가장 큰 건 유라시아였다. 통일 왕조 시대가 길었던 중국이 있는 아시아 쪽보다는 작은 국가들이 오밀조밀 모여있던 유럽 쪽이 훨씬 더 경쟁이 치열했다. 그들이 다른 대륙보다 과학이 발달하고 더 강력한 무기와 사회 체제가 있었던 것은 다름이 아니라 경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살아남기 위해 말이다. 반면 남북아메리카는 넓은 면적에 비해 인구수가 적은 탓에 경쟁이 적었다. 사실상 연결이 약한 작은 대륙 두 개로 분리되어 있다 보니, 별개로 보면 면적도 유라시아에 비할 바가 못되긴 한다. 결론적으로 유라시아 대륙의 환경이 다른 대륙의 환경에 비해 더 많은 자원과 재료를 구비했으며 발명이 일어나기 쉬운 여건에 있었다.
다시 말해서 아프리카와 유럽의 역사적 궤적이 달라진 것은 궁극적으로 부동산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산업이나 기술의 발전은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요인들이 결합되며 쌓인 금자탑과 같다. 피라미드의 가장 하층부에는 지리생물학적 요인으로 대표되는 환경적 요인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사실은 독자로 하여금 약간의 허탈감을 불러일으킨다. 거시적 관점에서 이것은 결국 인간의 능력이나 노력 따위가 아니라,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은 정해져 있다는 운명론적 태도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태어났으면 지배자가 되어 좋은 환경에서 좋은 인프라를 누리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이고, 후진국에서 태어났으면 피지배자로서 좋지 못한 환경에서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아쉽게도 인간은 누구도 자기가 태어날 위치를 정할 수 없다.
최근 프랑스를 비롯 유럽 각국에서는 정부 농업 정책에 대한 반발 등으로 농부들의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판매로 벌어들이는 소득이 생산에 소요되는 비용보다 작다 보니 이를 참지 못한 농업 종사자들이 직접 농기구를 몰고 시내 한복판으로 나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인류가 AI, 반도체 등 신기술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인류 역사상 가장 농업에 관심이 없는 세대인 건 확실해 보인다. 지구 최대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도 전쟁 초기만 하더라도 모두들 앞다퉈 식량위기를 걱정하는 듯했지만, 관심은 금방 수그러들 뿐이었다. 앞서 인류 문명 발전의 근간으로 환경적 요인을 언급했다. 그런데 환경 요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바로 인류가 식량문제를 해결했다는 것이다.
만약 인류가 식량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면 가진 인력을 모두 농업에 써야 했을 것이고, 잉여로운 다른 일을 하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다. 식량은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비록 농업은 필수적이고 문명의 근간이지만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농업은 소외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기술개발분야에 쏠림현상이 심화되면 될수록 기술 진보의 근간인 농업과 식량 생산 체계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고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 파급력은 상상력을 초월할 것이라고 감히 예상되는 요즘이다. 기술개발도 좋지만 한 가지 사실을 명심했으면 좋겠다. 인간은 배고픔 앞에서 모두 평등하다. 책 <총, 균, 쇠>를 강력하게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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