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백한 푸른 점> / 칼 세이건
그들은 그들의 밤하늘을 우러러 창백한 푸른 점을 찾아내려고 애쓸 것이다. 그것은 비록 보잘것없는 나약한 존재에 지나지 않으나 그들은 사랑하여 마지 않으리라. 인류의 모든 능력이 담겨져 있던 그 그릇은 한때 얼마나 깨지기 쉬운 것이었던가. 인류의 어린 시절은 얼마나 위태로웠으며, 인류의 시작은 얼마나 초라했으며, 제 길을 찾아내기까지 얼마나 많은 강을 건너야 했던가. 그 사연 모두에 그들은 경탄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
1장 우리는 여기에 있다
2장 빛이 빗나간다
3장 엄청난 격하
4장 우주는 인간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5장 지구 위에 지적 생명체가 있는가
6장 보이저 호의 개가
7장 토성의 위성들
8장 최초의 새로운 행성
9장 태양계 외곽의 우주선
10장 성스러운 암흑
11장 태백성과 샛별
12장 땅이 녹는다
13장 아폴로 호의 선물
14장 다른 천체들을 탐사하여 지구를 보호한다
15장 낯선 세계의 문이 열린다
16장 하늘의 측량
17장 행성간 공간의 혼돈
18장 카마리나의 늪
19장 행성을 다시 만든다
20장 어둠의 세계
21장 하늘로!
22장 은하수를 발끝으로 누비며
작가 칼 에드워드 세이건
1934년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우크라이나 이민 노동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시카고 대학교에서 인문학 학사, 물리학 석사, 천문학 및 천체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스탠퍼드 대학교 의과대학 유전학 조교수, 하버드 대학교 천문학 조교수, 코넬 대학교의 행성연구소 소장, 데이비드 던컨 천문학 및 우주과학 교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특별 초빙 연구원, 행성협회의 공동 설립자 겸 회장 등을 역임했다. NASA의 자문 위원으로 보이저, 바이킹 등 무인 우주 탐사 계획에 참여했고 과학의 대중화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 세계적인 지성으로 주목받았다. 행성 탐사의 난제 해결과 핵전쟁의 영향에 대한 연구로 NASA 훈장, NASA 아폴로 공로상, 소련 우주항공연맹의 콘스탄틴 치올코프스키 훈장, 미국 천문학회의 마수르스키 상, 미국 국립과학원의 최고상인 공공복지 훈장 등을 받았다. 대표 저서로는 가장 많이 판매된 <코스모스>와 퓰리쳐상을 받은 <에덴의 용>이 있고, 영화화된 소설 <콘택트>가 있다. 이 외에도 <우주의 지적 생명>, <화성과 인간의 마음>, <브로카의 뇌>,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창백한 푸른 점>, <악령이 출몰하는 세상>, <에필로그> 등을 썼다.
자고 일어나니 테슬라 주가가 300달러를 가뿐히 넘겼다. 모두의 염원이 드디어 이뤄졌다. 일론 머스크. 그는 도대체 누구일까? 그의 큰 그림은 어디까지인 걸까? 최근 모니터를 보며 눈물이 찔끔 났던 순간이 있다. 바로 일론 머스크가 CEO로 있는 스페이스 X 사의 로켓 추진용 헤비 부스터가 상단 로켓을 위성 궤도에 안착시키는 임무를 마치고 제자리로 다시 복귀하는 장면을 볼 때였다. 아파트 높이의 거대한 추진체가 사뿐히 자리에 안착한다는 것을 누가 상상할 수나 있었겠는가? 그리고 심지어 그걸 성공시켜 버리다니 그야말로 경이로운 순간이었다.
일론 머스크가 로켓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는 그의 원대한 목표인 '인류 화성 이주'를 실현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한편, 그의 여러 인터뷰를 볼 때마다 나는 대단한 기업의 CEO가 도대체 저렇게 강력한 동기를 얻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의문이었다. 왜 그는 하필 화성 이주라는 목표를 가장 큰 명분으로 삼았으며, 그러한 생각의 원천은 도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더군다나 이제껏 많은 우주 관련 책을 읽었음에도 화성 이주와 관련된 내용이 담긴 책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의 아이디어 혹은 영감을 얻은 원천이 바로 칼 세이건의 책 <창백한 푸른 점, Pale Blue Note>에서 왔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진위여부는 알 수 없다.
일론 머스크는 화성 이주 실현 가능을 위한 전제로 크게 두 가지를 꼽는다. 첫 번째는 운송수단이다. 이는 현재 진행 중이다. 로켓 회사 스페이스 X는 거의 매일 우주로 위성을 하나씩 보내고 있을 정도로 미친 기술력을 가지고 있을뿐더러, 지금도 장거리 운송, 우주여행을 위한 기술을 개발 중이다. 두 번째 전제는 테라포밍이다. 테라포밍이란 화성을 인간이 거주 가능하게 만드는 걸 뜻한다. 쉽게 말해, 인류가 의도적으로 행성의 여러 조건을 바꿔서 인간이 살 수 있는 행성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행성의 평균 온도를 20~30도씨로 맞춘다던지, 산소포화농도를 맞춘다던지 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정확히 이런 계획이 책 속에 담겨있다. 책 중 '제19장 행성을 다시 만든다'에는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이 이야기는 <놀라운 SF Astrounding Science Fiction> 1942년 7월호에 실린 <충돌궤도>란 제목의 소설로 윌 스튜어트란 필명으로 씌어졌다. 그는 지구와 같은 세계로 변화시키는 작업을 <육지조성, Terraforming>이라 불렀다.
정말 인류는 화성을 테라포밍할 수 있을까?
화성은 두터운 대기로 온실효과가 강력한 금성과 달리 온실효과가 거의 없는 행성이다. 칼 세이건의 표현대로 '얼어붙은 사막'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잘 알다시피 화성은 과거 호수, 바다가 있었을 법한 증거를 가지고 있는 행성이다. 그렇기에 인류가 어떤 미묘한 트리거만 만들어주면 생명이 살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환경으로의 회귀가 충분히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그 남은 증거가 바로 화성의 극에 있다. 화성의 남극에는 현재 지구에서는 부정적인 의미에서 온실효과의 주범이라고 불리는 이산화탄소의 고체 형태 즉, 드라이아이스가 상당량 존재한다. 앞서 말했듯이 화성은 온실효과가 부족하다. 그러면 이렇게 추측할 수 있다. '만약 인류가 저 드라이아이스를 녹여서 대기조성량에 변화를 일으키고 온실효과를 만들어낸다면 화성의 환경이 바뀌지 않을까?' 이것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빠른 것은 화성에 핵폭탄을 터뜨려 이산화탄소를 한 번에 방출시키는 것이고, 느린 것은 펌프 등으로 화성의 이산화탄소를 녹이는 것
정말 인류는 평균온도 영하 60도씨의 화성을 인류가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바꿀 수 있는 걸까?
그러나 언뜻 생각하기에도 행성 규모에서 환경변화를 인위적으로 일으킨다는 계획은, 실제로 그런 기술이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쉽사리 믿기지가 않는다. 마치 신이 된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그런데 실제로 우리는 이미 비슷한 걸 하고 있다. 비바리움(Vivarium). 비바리움은 관찰, 연구를 목적으로 동식물을 사육하기 위해서 인공적으로 생태계를 공간을 꾸며놓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것을 취미 혹은 업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처럼 비바리움을 만들어 특정 환경을 조성해 놓고 동식물을 사육하고 있는 모습은 인류가 생명을 존중하고 평등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다기보다, 지배자와 피지배자의 관계를 요구하고 있는 것에 가깝게 느껴진다. 이것 역시 일순 환경을 부숴 동식물을 죽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신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인류가 화성을 테라포밍하려는 장대한 계획은 정말 인류의 존속을 위한 것일까? 아니면 신의 권능에 다가가려는 것일까? 새삼 둘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을 느낀다.
칼 세이건의 책은 언제 봐도 훌륭하다. 단순 정보 전달을 넘어 사회 현상에 대한 고찰과 미래 인류에 대한 걱정, 그리고 그의 순수 인류를 향한 조언을 아낌없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를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우주에 있는 미지의 영역이 아니라 오로지 지구라는 행성에 살고 있는 인류다. 인류애로 가득한 그의 친절한 조언을 듣고 있노라면 정보가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마치 어떤 정신이 느껴진다.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영적인 것에 가까운 그의 정신교육은 인류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일론 머스크가 그렇게 된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의 존재가 소중하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로 걱정스러운 것은 이토록 훌륭한 책인 것과 상관없이 이 책에 대한 접근성이 무척이나 떨어진다는 것이다. 요즘 세상이 그렇다. 아무리 책이 좋다고 한들 누가 책에 관심을 가지겠으며, 현실에 살기도 바쁜데 누가 우주에 신경을 쓰겠는가. 인류의 과학기술이 대세인 우리 시대가 남긴 하나의 숙제가 아닐까 싶다. 훌륭하면 뭐 해? 아무도 쳐다보지 않으면 그만인 것을. 우리가 우주에 한걸음 가까이 갈수록 과연 이 책 보다 더 인류를 고양할 수 있는 책이 나올 수 있을까? 과감하게 그건 어렵다고 판단한다는 가정하에, 이 책은 시대의 포문을 열어젖힌 위대한 책이라고 칭할만하다. 책 <창백한 푸른 점>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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