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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팀포지티브제로 TPZ Jul 22. 2021

이상한 계획들이 모이는 곳, 플라츠

"구독형 타운" 플라츠 - TPZ 김시온 대표, 윤지원 디렉터 인터뷰

TPZ의 김시온 대표는 2013년부터 성수동 사거리에서 아티스트들의 아지트 '플레이스사이'를 운영해왔다. 그는 학교에 다닐 때는 성악을 전공했으며 회사와 공간을 운영하기 전까지는 게임 대회의 챔피언이 될 정도로 프로게임 수준의 게이머로 활동하던 시절도 있었다. 게임, 음악, 예술. 크게 이 세가지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그와 TPZ의 비전이 담긴 곳이 플라츠다. 1층과 지하의 공간들을 오픈하자마자 화제가 되고 있는 이곳은 생각보다도 더 이상한 계획과 원대한 꿈의 출발점이 될 공간이다.



Where weird plots gather



1. 연무장길에 플라츠를 오픈하고 벌써부터 관심을 가지는 보이는 사람들이 많아요. 플라츠를 소개해주세요.


김시온) 플라츠의 슬로건은 Where weird plots gather(이상한 계획들이 모이는 곳)이에요.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면 새로운 화학작용이 일어나고, 서로 다른 것이 만나 또 다른 아이디어가 생깁니다.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계획들(plots)을 갖고 모여 자유롭게 나를 표현하고, 서로 영감을 공유하며 비로소 어떠한 크리에이티브 한 광장이 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독어로 광장을 의미하는 플라츠(Platz)라고 이름 지었어요.


미국의 앤디 워홀 팩토리, 스위스의 카바레 볼테르처럼 시대마다 아티스트와 크리에이터가 모이는 커뮤니티이자 아지트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공간에서 형성되는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 간의 느슨한 연대와 커뮤니티를 플라츠는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문화, 아티스트와 창작자, 그리고 오래전 부터 이 동네에 있던 건물과 그곳에서 일하는 사람들까지. 이 모든 것들이 연결된 성수동에서 플라츠는 다양한 형태로 크리에이터들의 도시로 연결되고, 존재하고자 해요.



플라츠는 TPZ의 가치와 지향점을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모듈



2. 플라츠1에는 코워킹 스페이스와 리테일 공간이 합쳐져 있어요. 한 마디로 규정짓기 쉬운 곳은 아니란 생각이 들어요.


윤지원) 플라츠를 단순히 코워킹 스페이스에 한정지어 생각하고 있지는 않아요. TPZ가 소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좋아한다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공간을 타운 매니지먼트의 형태로 상상하며 만들어나가고 있어요.


김시온) 플라츠는 TPZ의 가치와 지향점을 경험할 수 있는 하나의 모듈이에요. 지금까지 TPZ는 성수동의 여러 공간을 통해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선보여왔어요. 먹고, 마시고, 듣고, 즐기는 경험에 이어서 일과 주거 영역으로까지 확장해서 생각하고 있어요. 일과 스테이는 일상생활과 더 밀접한 관계가 있잖아요. TPZ의 관점으로 크리에이터들의 업무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지금은 플라츠가 하나의 건물처럼 보이지만 현재 운영하는 공간들, 앞으로 운영할 공간들이 모였을 때 어떤 모습이 될 수 있을지 큰 그림을 그리며 사업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1호점에는 업무 공간이 들어가지만 2호점은 또 다른 모습이 될 거예요. TPZ 내부에도 크리에이터가 모여있고, 크리에이터들이 친구인만큼 우리가 줄 수 있는 분명한 가치는 크리에이티브한 작업을 하는 사람들 간의 느슨한 연대와 커뮤니티예요. 플라츠에서 일한다는 것 자체가 메리트처럼 느껴지도록 공간의 경험을 설계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3. 플라츠에서 느슨한 커뮤니티를 지향하는 이유가 있나요? TPZ의 이전 공간들도 ‘자연스러움’을 중요시한다고 느꼈는데 플라츠1에도 공간에 자연스러움이 베어있는 것 같아요.


윤지원) 보통 코워킹 스페이스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네트워킹을 촉진시키는 경우가 많아요. 네트워크를 쌓기 위해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처럼 네트워크를 목적으로 하는 것에는 크게 흥미가 없는 사람도 있어요. 크리에이터들의 독립적인 성향을 이해하고, 이들의 문법에 맞는 공간과 경험을 더 고민합니다. 자연스럽게 밍글이 이루어지는 방향을 추구하고 있어요. 



4. 크리에이터들을 위한 일터라면 어떤 형태를 생각하고 계신가요?


윤지원) 크리에이터들에게 일과 삶은 완벽하게 분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플라츠에 있으면 일과 놀이, 서로가 서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합니다. 플라츠1의 경우 4층에 TPZ 헤드쿼터가 있기도 하고, 우리가 고객인 곳을 만들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공간 안에 우리의 생각들이 녹아들고 있겠죠?


창작자가 좋아할만한 업무 공간은 생산성과 효율성이 가장 우선시 되는 공간과는 또 다를 것이라고 생각해요. 플라츠1은 포스트 포에틱스와 협업해 전세계의 아름답고 퀄리티 높은 수십권의 아트북이 큐레이션되어 있어요. TPZ 멤버들이 큐레이션한 책도 놓여져 있고요. 효율과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업무 환경도 중요하지만, 작업 레퍼런스를 찾을 수 있고, 공간 안에서 재미있는 사람을 만나며 영감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플라츠에서 지내고 일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기를 바라요.




플라츠는 '구독형 오피스’가 아니라 ‘구독형 타운'이에요.


5. 플라츠 멤버십은 다른 공간 멤버십과는 어떻게 다른가요?


김시온) 저희는 ‘구독형 오피스’가 아니라 ‘구독형 타운'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TPZ 공간이나 콘텐츠를 좋아하는 고객을 위한 마일리지 시스템을 어떻게 할 것인지와 플라츠 커뮤니티 멤버십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함께 구상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서 세상은 지금보다 더 개인화될 것이에요. 개개인은 멀티 페르소나와 직업을 갖고 살아갈 것이고요. 그 시대에 맞는 오프라인 공간 및 커뮤니티를 상상해보고 있어요. TPZ는 복합문화공간이었던 ‘플레이스 사이’ 시절부터 창작자와 고객의 간극을 좁히고, 창작자에게 힘을 부여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어요. 창작자의 유통 방법은 이전부터 이어져온 관심사로 이런 맥락에서 NFT도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6. 성수동을 중심으로 TPZ의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는 이유가 있나요?


김시온) 성수동은 여행을 갔을 때처럼 다양한 시선과 인사이트를 얻기 좋은 곳이에요. 밥집 안에 들어가도 젊은 아티스트와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는 분들이 함께 밥을 먹고 있죠. 다양한 직업군과 세대가 섞여 있는 의외의 조합이 재밌는 거거든요. 이렇게 다양성이 공존하는 동네가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성수동에는 클래식한 것과 트렌드, 위트가 공존하고 있어요. 다양성이 조화를 이뤄 창작자에게 영감을 주는 동네입니다. 2013년에 아티스트들의 커뮤니티이자 아지트였던 '플레이스 사이'를 운영할 때부터 성수동에 있었어요. 그때 했던 활동을 계승해 성수동에 여러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TPZ의 공간은 모두 다른 모습이지만, 클래식과 위트, 다양성의 공존에 가치를 두고 있어요. 성수동의 본질을 더 강화시킬 수 있는 형태로, 이미 건물이 가지고 있던 매력을 베이스로 재해석하고 확장합니다. TPZ의 공간을 연결하여 하나의 도시를 만들고, 커뮤니티 및 소비자 멤버십으로 온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작업을 구상중이에요. 


지금까지 TPZ는 오프라인을 통해 가치있는 경험과 시간을 디자인해왔어요. 여기에 게이머로서의 세계관을 더해 창작자, 소비자들과 인터랙션하는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7. TPZ 타운과 플라츠를 통해 이루고 싶은 모습이 있나요? 


김시온) TPZ는 ‘Empower Creators’ 크리에이터에게 힘을 부여한다는 미션을 가지고 여러 일을 진행하고 있어요. 플레이스 사이를 운영할 때와 비전의 본질적인 맥락은 같습니다. 다만 10년 전보다 지금이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어요. 


서울은 문화와 기술을 받아들이는 수용성과 적응력이 가장 빠른 도시입니다. 서울이 지닌 잠재력이 분명하고, 성수동의 본질을 살리고 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없을까, 구성원들과 함께 질문을 던지고, 우리만의 해답을 찾아보려고 합니다. 성수동을 중심으로 크리에이터들의 타운을 만드는 것을 구상 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꿈이 있습니다.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소개하고, 창작자의 권리를 높이는 작업이 우리 삶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포지티브제로가 생산성이 없다라는 의미의 Zero에 긍정적인 의미의 Positive를 붙여 "쓸모없는 것의 쓸모"를 말하듯이, 예술을 삶 속으로 더 가깝게 끌어올 수 있다면 세상이 더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나누는 친구와의 수다, 재즈 바에서 듣는 음악과 와인 한 모금, 공간에서 만난 동료와의 대화와 협업이 누군가의 일상을 행복하게 만들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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