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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아델 Aug 09. 2021

안작 메모리얼

12월 여름 여행: 시드니 한 달 살기


안작 메모리얼


뉴타운 친구들과 뮤지엄 역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소화도 시킬 겸 하이드 파크를 걸었다. 하이드 파크 한쪽에 높게 솟아있는 탑이 있는 안작 메모리얼에 가고 싶었는데 마침 전시회도 열리고 있다 해서 가보기로 했다.


안작 메모리얼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휴관: 굿프라이데이 & 크리스마스

가장 사람이 적은 시간은 평일 오전 9시~9시 30분, 오후 3시 이후이다.


시드니 안작 메모리얼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전쟁의 희생자를 기리는 곳이다. 세계 1차 대전에서 호주 국방군으로서 전쟁에 참여했던 희생자를 기리고 있다. 안작 메모리얼은 전쟁에서 직접 사용된 무기, 전쟁 용품, 군복 등이 전시된 메인 전시관과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전시회가 열린다고 한다.


큰 규모는 아니었지만 전쟁의 아픔과 희생자들을 기리는 마음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입구에서부터 건물을 돌아보고 나올 때까지 경건한 마음에 모두 말을 아끼게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 세계 2차 대전 전쟁을 피해 호주로 이민 와서 자리 잡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다. 우리에게는 멀게 느껴지는 세계 전쟁이었지만 친구들에게는 세대를 거쳐도 깊게 아픔이 남아있는 전쟁이었다. 시드니에 도착해서 서로의 뿌리를 물으면서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에게 들은 전쟁 이야기, 호주로 이민 와서 고생했던 이야기를 이번에 많이 듣게 되었다. 이런 친구들의 이야기들이 한데 엮여 전쟁의 슬픔을 더욱 깊게 느낀 시간이었다.






THE HALL OF MEMORY


메모리 홀의 돔에는 총 12만 개의 금색 별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전쟁에 참여한 사람들을 의미한다고 한다. 별들 아래에는 '희생 Sacrifice'이라는 조각 작품이 홀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있다. 전쟁에서 전사한 군인의 시신을 그의 어머니, 여동생, 그리고 그의 어린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아내가 방패에 올려 집으로 옮기고 있는 형태이다. 전사한 군인은 그리스 스파르타 전사의 모습이라고 한다.


팔,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십자가 형태로 축 늘어져 있는 모습에서부터 슬픔이 고스란히 전달되는 작품이었다. 안작 메모리얼에 도착하면 위에서 먼저 그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조각 작품이지만 죽음을 느낄 수 있어 가슴을 맞은 듯이 아팠다.






전쟁의 잔상들


우리가 방문한 날에는 세계 1차 대전이 벌어졌던 장소의 풍경화들과 전쟁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냥 보았을 때에는 아름다운 풍경화였지만 전쟁의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이라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슬프게 느껴졌다. 제목과 작품 설명을 읽으며 작품들을 자세히 볼수록 전쟁의 잔상이 주변을 맴도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덤덤하게 수채화로 그려진 트럼펫은 'Call to Home'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 아름다운 꽃이 뒤에 흐릿하게 그려져 있는데 아마도 국화꽃이 아닐까 싶다. 낡은 듯한 트럼펫 하나와 제목을 매치하는 순간 마음이 먹먹해지는 작품이었다.


´ If any question why we died, tell them beacuase our fathers lied ´라고 새겨진 작품 앞에서 우리 모두 숙연해졌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어린 나이에 목숨 걸고 죽음을 맞이하는 사람들의 심정이 어땠을지 상상도 되지 않는다. 어른들의 이기적인 욕심 때문에 전쟁에서 희생당하는 수많은 어린아이들이 떠올랐다.


전쟁 기념관이라고 하면 무서운 무기와 군복을 입은 마네킹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만을 떠올렸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작품들을 통해 전쟁과 그곳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떠올리게 하는 안작 메모리얼의 전시가 인상적이었다.






THE HALL OF SERVICE




이곳에는 세계 1차 대전에 참전한 호주 군인들이 거주했던 장소에서 채취한 흙을 8개의 벽에 모아 놓은 곳이다. 뉴사우스웨일스의 마을, 도시 그리고 교외까지 총 1,701개의 장소에서 채취했다고 한다. 그리고 바닥에는 전쟁이 일어났던 100 군데의 장소에서 채취한 흙을 전시해 놓았다. 고국과 다른 대륙에서 안타깝게 삶을 마감한 그들에게 조금이나마 집의 따뜻함을 전달하고 그런 아픔이 일어난 곳을 잊지 말자는 마음에서 만들어진 곳이었다.


아주 작은 모래들이 모여있는 것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었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수많은 곳을 황폐화 시키며 벌어졌을 전투에 대해서도 상상해보게 되었다.




전쟁 영화를 좋아하는데 소설처럼만 느껴졌던 이야기가 어느 순간부터 아주 가슴 아팠다. 나이가 들면서,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잔혹하게 벌어지고 있는 전쟁들을 생각하게 되면서 전쟁 영화를 보는 내내 슬픔이 사라지지 않게 되었다. 그런 전쟁을 막는데 내가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는 없지만 이런 장소들을 방문하고 희생된 사람들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그들과 가족들에게 아주 작은 위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12월 여름 여행

싱가포르 & 시드니 한 달 살기


바르셀로나의 축축한 겨울이 유난히 싫었던 그 해 12월, 뜨거운 태양을 즐길 수 있는 시드니에서 한 달 살기를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비행기로 21시간이 걸리는 시드니를 가는 길에 싱가포르에서 잠시 쉬어갔다. 시드니에서는 가장 힙한 동네인 뉴타운의 에어비엔비에서 한 달을 머물면서 시드니와 그 주변을 여행했다. 시드니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도 갖게 되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 시간이었고 그들 덕분에 시드니와 호주를 10년 전에 여행했을 때 보다 조금 더 이해하게 되었다.


머리와 마음이 같이 리프레시 되었던 12월의 여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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