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떠났던 건, 고작 20살이 되던 이듬해 5월 28일
끝이 언제일지 모르는 나만의 장기 여행을 떠나기 전 내가 가진것은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만큼 적었다.
· 고등학교 졸업장
· 아르바이트 경력 3회(롯X 호텔 연회장, 3성급 호텔 리셉션, 옷가게)
· 200만원
· 엄마가 사주셨던 소니 바이오 노트북
· 4년 배운 수영 실력
공부에도 그렇다 할 소질이 없었던 나지만 딱 하나 자랑 할 수 있는 것은 남들보다 거대한 꿈 이였다.
낯을 가리는 성격인 나는, 식당을 가도 쑥스러워 '저기요!'를 외치지도 못하던 중학생의 나는, 꿈 얘기를 할때면 늘 말이 많아졌고 들떴다.
어릴적부터 독립심이 강한 편 이였다.
간절히 원하는 무언가가 생기면서부터, 혼자 힘으로 그것을 이루고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고등학생이 되어서 부모님께 경제적으로 독립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읽지 않는 중고 도서를 온라인으로 틈틈이 팔고, 빈 병을 슈퍼에 팔아 차곡차곡 모은 돈을 통장에 저축하며 여행을 위한 자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분산 저축을 위해 여러개의 통장을 개설하여 저축을 했던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수능이 끝나고, 호주로 떠나기 위한 자금을 모으려 몇달간 옷가게 아르바이트를 했다.
저녁 늦게 일이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알 수 없는 눈물이 흘렀다.
때론 내가 좋아해서 선택한 길이지만 힘이 들때도 있고 누군가에게 위로 받고 싶을때도 있기 마련이다.
오랜 기다림 후에 꿈 하나만을 가지고 나는 호주행 비행기에 올랐다.
언제 끝이 날지,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지, 과연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이 길이 나에게 잘 맞을지 아무것도 모른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