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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더 Heather Aug 04. 2020

01. 4.5개월 백수 & 무기력함, 그리고 다시 시작

호주에서 먹고살기



2020년 2월, 2년을 넘게 다니던 회사에서 퇴사를 했다. 새로운 전환점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고 2월 말에 친언니와 장기여행을 하기로 계획이 되어서 퇴사를 하기에 적절한 시기였다. 그때 당시에는 호주에 코로나가 터지지 않았던 상황이었고 물론 머지않은 미래에 호주에도 코로나가 영향을 끼칠 거란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퇴사의 날 브이로그


그렇게 퇴사를 했고 친언니와 여행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원래는 2주간의 여행이었지만 중간에 코로나 영향으로 항공편이 취소되기도 하고 강제로 변경되면서 의도하지 않게 여행기간이 3주로 늘어났다. 여행 기간이 꽤 길어서 여행에만 집중을 했고 그때는 여행을 하는 이 시간이 오래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3주는 금방 지나갔고 다시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다.


약 9년간 해외생활을 하면서 쉼 없이 다양한 일을 해왔고, 최근 2년 동안 평일 없이 오피스안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일하는 것에 지쳐버렸다. 다시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하나도 생기지 않았고 앞으로 호주에서 무엇을 하고 살아야 할지에 대한 자신감도 사라졌다. 거기다가 호주에 코로나가 발생하여 정신없는 나날들이 계속되었다.


감사하게도 그동안 일을 해오며 저축을 해왔던 덕분인지 당장 자금에 대한 걱정 없이 쉴 수 있었다. 약속도 거의 없어서 집세와 약간의 생활비를 제외하면 지출할 일이 없었다. 구직 활동은 하지 않았지만 집에서 바쁘게 보냈다.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생각만 했던 것들을 시도해보았고 그 덕분에 조금의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이베이 판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불필요하게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되었고 짐을 줄일 겸 이베이로 하나씩 판매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판매하는 방법이 간단했고 어느 정도 집세에 도움이 될 만큼 판매가 들어왔다.


이베이로 돈 벌기


Depop 판매


젊은 층들이 많이 사용하는 중고거래 어플. 한국의 당근 마켓과 비슷하지만 젊은 층들이 많이 사용해서 그런지 주 거래 물건들은 옷, 신발, 가방, 액세서리이고 사진도 인스타 감성처럼 찍어야 잘 팔릴 확률이 높다. 이베이에는 다양한 카테고리의 상품들을 올린다면 Depop은 패션 쪽의 상품들이 많고 연령대가 낮다 보니 좋은 상품들을 아주 저렴하게 득템 할 기회도 많다.


Etsy 판매


엣시는 핸드메이드 제품들을 판매/구매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요즘은 엣시에서도 핸드메이드 제품뿐만 아니라 이베이처럼 다양한 물건들이 판매된다고 한다. 나는 워낙 반지를 좋아해서 핸드메이드 반지들을 만들어 Etsy에 올려놓았는데 판매가 되었다.


엣시 Etsy & 디팝 Depop으로 돈 버는 방법



일을 하지 않고 쉬는 기간이 길어지다 보니 오히려 나보다 주위에서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돈은 있니?", "그래도 일 해야지.", "일자리 알아보고 있어?" 등.. 하지만 이런 질문들을 받는다고 해서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이렇게 오래 쉴 수 있는 기회도 앞으로 흔하지 않을 테니 최대한 쉬는 데까지는 쉬어보자고 생각했다.


자신감도 없고 자존감도 낮다 보니 걱정이 많아지고 늘 친한 지인들에게 연락하여 걱정거리를 털어놓았다. 귀찮았을 법도 한데 지인들은 내 얘기를 공감하며 잘 들어주었다.


힘들 때 가장 힘이 되었던 메시지


그러다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가 있었다. 한국에 있는 친한 친구와 오랜만에 메시지를 하는 중이었다. 친구가 좋은 소식이 있다고 했다. 친구는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때까지 해왔던 전공 대신 지금은 회사를 다니고 있는데 그 분야에 대해 더 공부를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지원하게 되었고 입학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친구는 대학원 공부와 일을 어떻게 병행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친구와 메시지를 하다 보니 확실한 동기부여를 받게 되었다. 친구는 자신의 발전을 위해 한 발짝 나아가는 중인데 나만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었다. 그 순간 아직 젊고 몸도 건강한데 뭘 하고 있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쉬는 기간이 더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일을 하고 싶은 마음이 더욱 없어질 것 같았다.


그렇게 오랜만에 연락한 친구와의 메시지로 나는 다시 일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모든 것에 무기력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는 쉬고 싶은 만큼 푹 쉬는 것이 재충전하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면서도 주변 사람들과 자주 연락하며 나의 얘기도 하고 상대방의 얘기도 들으면서 힘을 얻고 동기부여를 얻는 것도 다시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그날 밤, 정말 오랜만에 이력서를 수정하고 seek.com.au에 접속하여 일자리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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