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른 완벽주의자, 그건 바로 나.
16 Personalities 검사가 너무 정확해 "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예요"라고 성격 유형 검사를 마친 한 참여자는 말했습니다.
mbti 검사 사이트에 들어가면 나오는 첫 문장이다. 혈액형, 심리테스트처럼 일반적인 성격 유형을 나타내는 건지 알았는데 직접 검사를 해보니 정말 살짝 소름이 돋을 정도로 정확했다.
https://www.16personalities.com/ko
가끔 예민하기도 하면서
나와 성격이 반대인 사람과 보내는 시간이 매우 힘들고
아니다 싶은 관계는 확실히 끊어버리며
혼자 있는 시간을 무척 좋아하고
머릿속에 아이디어는 다양하지만 실행하기까지 오래 걸리는 편이고
내향적인 성격에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건 질색하지만
어느 정도의 관심받는 것을 즐기는 편이라 학창 시절에는 지누션의 전화번호 노래에 맞춰 전교생 앞에서 혼자 춤을 추기도 했으며
영상, 음성보다는 글로 기록하는 것이 좋고 편하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연락도 자주 하고 잘하는 성격이다.
내 성격은 왜 이럴까 생각한 적이 많았다.
조금만 외향적이었다면 해외에서 기회가 더 많았을 거고 더 많은 도전을 해보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예전에 유명한 곳에서 강연 제의가 들어온 적이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두려워 답장을 하지 못한 적도 있었다.
싱가포르에 거주할 때 지인이 ‘마이 리얼 트립이라는 게 있는데. 개인 가이드가 되는 거야. 해보면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해주었지만 남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하는 가이드란 직업이 나의 성격과는 맞지 않을 거라 생각하여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싱가포르에는 관광객들도 많고 관광도시로 잘 알려진 곳이라 그때 가이드를 했었더라면 많은 돈을 벌었을 거라는 생각이 종종 든다. 하지만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하지 않았을 것 같다.
여행사에서 일을 할 때도 사람이 인력이 부족해 가이드를 나가야 할 때가 있었는데 자신이 없어 늘 동료에게 부탁하곤 했다. 사람들 앞에서 주도적으로 말을 해야 할 때가 있으면 며칠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리고 신경이 쓰였다. 사람들이 나를 바라보면 왠지 내가 말을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았다. 해외에서 살면서 남들 앞에서 말을 해야 할 일들이 종종 있었지만 사람들 앞에만 서면 머릿속이 하얘지고 내가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살면서 어떤 일이 하기가 어렵다고 모두 피할 순 없지만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었다.
몇 달 전만 해도 내 성격은 틀렸다고 생각하고 외향적인 성격으로 바꾸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mbti 검사를 해보고 결과를 쭉 읽어보니, 내 성격은 다양한 유형의 성격 중 하나이고 틀린 게 아니라 다를 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나를 나로서 생각하기로 했다. 예전에는 Love yourself라는 말은 노래 가사에나 나오는 말이고 민망하다고 생각했는데 나에 대해 더 알게 된 순간부터는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게 다른 것보다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내 성격이 이상하고 틀린 게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는 이상하게도 이전보다 자신감이 생겼다.
물론 모든 infp 유형의 사람들이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유독 아래의 내용들이 마치 나를 말해주는 것처럼 공감되었고 나는 infp 성격 그 자체이구나라고 생각했다.
침착하고 수줍음이 많은 사람처럼 비추어지기도 하지만, 마음속은 언제라도 연료가 공급되는 기회가 오면 크게 타오를 수 있는 열정의 불꽃이 숨어 있다. 그 불꽃은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아 큰 불꽃이 될 수도 있고 사라질 수도 있다.
눈물이 정말 많다. 화가 나거나 서러우면 눈물부터 흐르는 경우도 있는 편.
일이 조금 힘들어도 사람들과의 관계가 화목한 장소에서는 잘 적응하며 생활한다. 하지만 내리 갈굼과 정치적인 다툼이 잦은 사회에서 생활하는 것은 이들에게 초고난도다.
공상적인 성격 때문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불만족을 느낄 확률이 높다.
자신의 이상과 다른 현실에 괴리감을 느끼며, 이는 잦은 불만족으로 연결된다.
가식적인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허물이 없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보여 주려 한다. 또한 상대방도 그래 주기를 원한다.
아직 어색한 사이의 사람에겐 자신의 모습을 꼭꼭 숨기고 보여주지 않을망정 거짓말을 지어내어 말을 하지는 않는 편이다.
다른 사람에게 아부, 애교도 엄청 못 부리거나, 어려워한다.
융통성 없이 규칙을 강요받는 것을 몸서리치듯 싫어하며 반복되는 일상생활을 선호하지 않는다.
본인의 사적 영역을 침해받는 것을 매우, 극도로 싫어한다. 그리고 매우 독립적인 성격이다.
남들의 기준과는 상관없이 본인 스스로가 원하는 기준에서 의미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게으른 완벽주의자. 어떠한 일을 시작하는 것을 굉장히 귀찮아하지만, 막상 그 일을 할 때 본인의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거나 결과가 완벽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다시 그 일을 재개하는 것을 꺼리며 아예 도중에 그만두거나 시작조차도 하지 않으려 한다.
게으른 완벽주의자라는 말을 보는 순간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건 나였다. 늘 해야 할 일들을 마지막으로 미루는 일이 잦았고 그러다 보니 결국 해야 할 일들을 못하거나 예약해놓은 것들을 하지 못해서 금전적으로 손해 보는 경우까지 있었다.
거기다가 내향적인 성격까지 더해 호주에서 늘 다양한 것을 도전(=새로운 취미 생활) 싶지만 혼자서 처음 가는 액티비티 그룹에 참가해야 하거나 처음 본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는 것은 너무나 불편한 일이라 결국 생각만 하고 도전 해 보지 못 한 것들이 너무도 많았다. 매년 다이어리에 새로운 버킷 리스트들을 적곤 했지만 한 해가 마무리될 때 결국 이룬 것은 한두 가지 정도뿐이어서 올해부터는 새 다이어리도 구매하지 않게 되었다.
중학생 때부터의 꿈은 미국에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늘 먹고사는 것이 바쁘다는 이유를 대며 아직도 다녀오지 못했다. 작년에서야 퇴사를 하고 다녀오려고 했더니 코로나가 발생해 이제는 갈 수 있는 여유가 되어도 갈 수가 없었다. 이러한 이유로 결심했다.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을 때 하지 않으면 나중에 하고 싶어도 못할 수 있다고.
나는 하고 싶은 게 참 많다. 그동안은 내향적인 성격을 이유로, 게으름을 이유로 속에만 간직하고 있었던 것들이 너무 많다. 너무 근사한 게 아닌데도 못 한 것들이 있어 글로 적기에 민망하기도 하다. (예를 들면 동네 마음에 드는 카페 방문하기.. 이상하게 왜 아직도 못한 건지 모르겠다.)
호주에서 infp로 살아가는 것, 가끔 어려울 때도 있지만 용기 내서 그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씩 도전하고 기록해보려고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vZXgApsPC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