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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행너구리 Nov 27. 2024

배팅의 세계 4화: 슬롯머신, 황홀한 잭팟의 순간

슬롯머신 잭팟의 순간

블랙잭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니, 이제는 여행 때마다 카지노를 들러도 큰 기대 없이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돈을 크게 잃지도, 따지도 않으면서 안정적으로 즐기는 수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슬롯머신 쪽에서 들리는 사이렌 소리가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어떤 사람이 2,000달러짜리 당첨이 되었고, 위요위용 소리가 울리더니 담당자가 찾아와 현금을 지급하는 모습이 정말 신기했다.

그 장면이 머릿속에 계속 맴돌았다. “나도 저렇게 당첨되고 싶다!”라는 마음이 점점 커졌고, 심지어 그런 꿈까지 꾸었다. 마치 시크릿의 법칙처럼, 그 순간을 간절히 상상하며 인터넷에서 “슬롯머신 당첨되는 법” 같은 기사를 찾아 읽기 시작했다.


기사를 읽다 보니 웃기고 황당한 조언들이 많았다. 예를 들어, “화장실 근처보다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중앙에 있는 슬롯머신을 하라.” 당첨 장면을 많은 사람들이 봐야 카지노 측에서 더 큰 홍보 효과를 얻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또 “누군가 계속 하던 자리를 옮겼을 때 그 기계를 하라.” 그 사람이 이미 돈을 많이 썼으니 이제 터질 차례라는 논리였다. 허무맹랑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그럴듯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단 낫지 않겠어?”라는 마음으로 다음 여행에서 한 번 실험해보기로 했다.


그렇게 나는 다시 나이아가라 카지노를 찾았다. 블랙잭 테이블을 지나며,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중앙에 위치한 슬롯머신을 찾아냈다. 오늘은 슬롯머신에 100달러만 써보기로 마음먹었다. 첫 판에 60달러를 넣었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어서 20달러를 더 넣고, 다시 20달러를 추가했지만, 100달러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뭔가 아쉬운 마음에 “딱 50달러만 더 해보자”라고 다짐하고 40달러를 넣었다. 몇 번 돌리던 중, 갑자기 보너스 판이 떴다. 보너스 화면에서 무언가를 선택하라는 메시지가 나왔고, 나는 별 기대 없이 하나를 골랐다. “봐야 40~100달러겠지”라고 생각하며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고른 보너스에서 차 모양이 하나씩 상금을 보여주기 시작하더니, $13, $26, $120을 넘어 $1,230에서 멈추는 순간,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JACKPOT”이라는 문구가 화면에 떴다.


그 순간의 황홀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고, 담당자가 다가와 확인한 뒤 현금으로 바로 지급해줬다. 손에 쥔 큰돈은 기뻤지만 동시에 조금 무섭기도 했다. 캐나다라는 안정적인 환경이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이렇게 많은 돈을 들고 있으면 누군가 노리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바로 친구들을 불러 “오늘은 내가 쏜다!“라고 외치며 근처 펍으로 가서 윙과 맥주를 주문했다. 친구들에게 당첨 소식을 전하며 함께 웃고 떠드는 시간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순간이었다.


그날은 1박 2일 일정이었기에, 그 후로는 더 이상 카지노에 가지 않았다. 대신 나이아가라 폭포를 구경하거나 친구들이 하는 게임을 지켜보며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은 아쉽게도 큰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나는 이긴 돈으로 아침과 점심을 모두 사줬고, 돌아오는 길에는 이케아에 들러 친구들에게 필요한 작은 가구들도 사주었다. 그렇게 즐기고 나니 당첨금 $1,230 중 500달러 정도가 남았다.


그 경험은 단순히 돈을 따는 기쁨을 넘어, 주변 사람들과 행운을 나누며 더 큰 기쁨을 얻는 순간이었다. 혼자만 그 돈을 썼다면 뭔가 두려운 마음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혹시 내가 정말 필요할 때 써야 할 운을 이렇게 소소한 데 써버리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도 머릿속을 스쳤다.


이렇게 나는 블랙잭에서 시작한 카지노 경험이 이제 슬롯머신의 잭팟까지 이어지는 신기한 일들을 겪게 되었다. 카지노라는 곳은 분명 양면성이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두려운 곳이 되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단순한 즐거움이 되며,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자신을 잃게 만들 만큼 강렬한 자극이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내가 무엇을 경험하고 싶은지 명확히 알고, 그것을 스스로 통제하며 즐길 수 있는 태도가 아닐까? 카지노에서의 경험은 단순한 운을 시험하는 것을 넘어, 내가 어떤 태도로 세상과 마주해야 할지 다시금 생각하게 해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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