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적인 글의 매력
누군가가 물어봤다. 나에게 왜 글을 쓰냐고. 글을 쓴다고 하기에는 가뭄에 콩 나듯 쓰지만, 나는 계속 쓰는 사람이고 싶다. 글의 매력에 평생 흠뻑 젖은 사람이고 싶다.
나는 어렸을 때 무엇이든지 기록하는 아이였다. 가족들이랑 여행 간 곳, 그날 읽었던 책, 그날 친구들과 있었던 일... 몇 달 전, 짐을 정리하면서 그 기록들을 읽어보았을 때 몇십 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때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 이게 글의 매력이구나 싶었다.
기억을 생생하게 추억할 수 있는 것.
성인이 되자, 점점 그날 갔던 곳, 먹었던 음식을 사진으로만 남기게 되었다. 책은 더 이상 읽지 않게 되었다. 내 손바닥에는 더 재밌는 세상의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나의 감정을 고작 "좋아, 나빠, 우울해, 슬퍼" 몇 단어로 밖에 표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닫고 책을 다시 손에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록을 하기 시작했다. 짧게 기록한 독서 기록에 가끔 살아가는 지혜를 얻는다.
이게 글의 매력이구나 싶었다.
찰나의 기록에서 삶의 지혜를 얻는 것.
단순 하루의 기록이 아닌, 여러 가지 생활 주변의 글감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공감을 해주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내 글의 어떤 문장으로 힘을 얻었다고 했다.
아 이게 글의 매력이구나 싶었다.
누군가에게 힘을 주기도 하고, 공감을 얻어낼 수 있는 것.
글이 가지고 이 매력들에 이끌려 나는 오늘도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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