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보다 무서운 것
이 영화에서 공포감을 자아내는 것은 돌연변이 괴생물체보다 그것들을 정확하게 보지 못하게 만드는 안개이다. 아니, 순서를 바꿔야겠다. 자욱한 안개가 자아내는 불확실성이라고. 영화를 보는 내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슈가 떠오르더라. 누구도 그 결과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이 결정의 대가는 어쩌면 상상 이상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공포감. 이 판도라의 상자 속에 무엇이 있는지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정확히 알 수 있을 텐데… 수년 후 바다에서 봉준호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괴물’ 물고기가 발견되는 뉴스를 접할 것만 같은 내 불안한 촉이 현실이 되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 영화에는 괴생물체와 자욱한 안개 이상으로 무서운 존재도 나온다. 몇 년 전 넷플릭스 시리즈 ‘지옥’에서도 이미 봤던 광신도들이다. 세상이 혼란해지고 불확실해질수록 광신도들의 권력은 이와 비례해 커지는 것 같다. 작금의 한국 정치 지형도에서도 거대 정당의 권력은 광신도 부류에서 비롯하지 않는가.
너무나도 절망스러운 영화의 결말부를 보면서 생각했다. 그 어떤 절망스러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마지막까지 희망의 끈을 놓아서는 안된다는 것.
한화 이글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