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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Nov 30. 2022

두바이의 과거를 찾아 떠난 여행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은?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다. 세계에서 가장 큰 쇼핑몰은? 두바이 몰이다.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분수쇼는? ‘팜 주메이라 분수쇼’로 이 역시 두바이에 있다. 두바이에는 유독 ‘세계 최대, 세계 최고’ 수식어가 붙은 명소가 많다. 세계에서 가장 깊은 수영장(딥 다이브 두바이), 세계에서 가장 비틀린 모양으로 건축된 건물(카이얀 타워), 세계에서 가장 긴 무인 자동운전 메트로(두바이 메트로) 등 두바이가 지닌 세계 기록은 하나하나 열거하자면 입이 아플 정도다.



그렇다면 ‘최대 & 최고’라는 타이틀을 자랑하는 랜드마크를 빼고는 두바이를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는 것일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확실하게 ‘아니요’다.

두바이가 속해 있는 아랍에미리트 연합국이 탄생한 것은 지난 1971년의 일로 건국 시점으로만 따지자면 이 나라는 불과 50살 남짓 된 젊은 축에 속하는 나라다. 하지만 아랍에미리트가 완전히 무(無)에서 생겨난 것은 아니었다. 하나의 이름으로 국제무대에 데뷔하기 전에도 수도인 아부다비와 대외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두바이를 포함한 일곱 개의 토후국들이 이 지역을 터전으로 역사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과거를 잊은 이는 현재와 미래를 제대로 꾸려갈 수 없습니다. 우리는 과거로부터 교훈을 얻기 때문입니다.”
 
아랍에미리트의 초대 대통령인 ‘셰이크 자예드 알 나흐얀’이 남긴 말이다. 두바이의 과거는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지금부터, 번쩍이는 미래 도시를 벗어나 소박했던 두바이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나러 떠나 보자.



두바이식 민속촌
알 파히디 역사지구
Al Fahidi Historical Neighbourhood


부르즈 칼리파와 두바이 몰로 대표되는 현대적인 건축물들이 즐비한 다운타운 두바이. 그곳에서 북쪽으로 12km가량 떨어진 두바이 크릭(Dubai Creek) 가에 알 파히디 역사지구가 자리하고 있다. 과거, 알 바스타키야라고 불렸던 알 파히디는 우리나라로 치자면 민속촌 같은 곳으로 아직까지도 두바이의 옛 모습이 남아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이곳에는 돌이나 석고, 야자나무 등 예로부터 쓰여온 건축 자재를 이용해 전통 방식 그대로 지어진 건물들이 아직까지도 많이 남아 있다. 그렇기에 방문자들은 19세기 중반에서 20세기 중반에 이르는 과거의 두바이로 시간 여행을 떠난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볼 수 있다. 오늘날 알 파히디의 건축물 중 일부는 아랍에미리트의 전통을 알리는 박물관이나 체험관 등으로 개조되었고 또 다른 곳들은 전통 공예품이나 기념품 등속을 파는 가게, 그리고 아랍 전통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으로 활용되고 있다. 세계 각지로부터 모여든 예술가들의 아틀리에나 갤러리로 활용되는 공간들도 있어 가끔은 작가의 허락을 구해 그들의 예술활동을 엿보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



아라비아 반도의 작렬하는 태양을 피할 방법을 고민하던 과거의 사람들은 건물이 만들어내는 그늘을 이용하기 위해 건물과 건물 사이의 공간을 좁게 만들었다고 한다. 그렇게 탄생한 골목들. 이리저리 꼬부라지듯 휘도는 그 길을 헤매는 일, 그러다가 문득 어딘가에서 나타난 하얗거나 까만 이 지역의 전통의상을 입은 이들을 만나 가볍게 목례를 나누는 일, 그것은 오로지 알 파히디 역사지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매년 3월에 진행되는 시카 예술제(Sikka Arts Festival)도 놓치지 말아야 할 볼거리다.



알 파히디 역사지구
주소: Bur Dubai, Al Hamriya, Dubai, UAE
요금: 역사지구 입장료 무료. 박물관과 체험 프로그램 유료



두바이의 가장 오래된 과거
주메이라 고고학 유적지
Jumeirah Archeological Site


어쩌면 두바이의 가장 오래된 과거를 만날 수 있는 곳은 바로 여기, 주메이라 고고학 유적지가 아닐까? 이곳의 역사는 무려 기원 후 9세기경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유목생활을 해오던 이들이 한 지역에 모여 정착생활을 하게 되면 그 과정에서 점차 도시를 이루는 요소들, 예를 들어 시장이나 종교시설, 마을의 공용 공간 같은 공간들이 생겨나는데 주메이라 고고학 유적지에서도 이러한 흔적들이 발견된다.

오늘날 남아 있는 것은 건물터와 기단 등 극히 일부일 뿐이기에 언뜻 보면 이유 없이 놀고 있는 공터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 유적마다 세심하게 적힌 설명을 살펴보다 보면 이곳이 두바이의 과거로 향하는 문을 열기 위한 중요한 장소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주메이라 고고학 유적지를 바라보며 한때 사람들로 북적였을 거리를 상상해 본다. 집이며 모스크, 상점들은 활기에 넘쳤을 테지. 그러고 있노라면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다녀온 듯한 느낌마저 드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 것이다.



참고로 유적지에는 햇빛을 피할만한 곳이 전혀 없다. 그러므로 여름보다는 겨울, 낮시간보다는 이른 아침에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다행히 바로 옆에는 유적지와 그곳에서 발굴된 유물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살펴볼 수 있는 방문자센터 겸 박물관이 있고 전통음식과 차를 내는 레스토랑도 있다. 간 김에 이 두 곳도 함께 방문해보길 권한다.



특히 레스토랑의 외부 테이블에 앉아 다운타운 두바이의 마천루를 병풍처럼 두른 채 드넓게 펼쳐진 유적지를 바라보며 아라비안 스타일의 식사와 음료를 즐기는 경험은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두바이 여행의 즐거움이다.



주메이라 고고학 유적지
주소: Al Wasl St, Jumeirah 2, Jumeirah, Dubai, UAE
요금: 유적지 및 박물관 입장료 무료, 유적지 앞 도로변 무료주차 가능



두바이의 역사, 사막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두바이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은 무엇이고 언제 지어졌을까? 놀라지 마시라. 1787년에 지어진 알 파히디 요새(Al Fahidi Fort)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사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놀랐다. 가장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이라길래 10세기 이전쯤은 가볍게 언급될 줄 알았는데 18세기 말이라니. 이건 좀 아무래도 역사가 너무 짧은 것은 아닌가, 성급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잠깐, 이 지역은 원래 사막이 아니었던가. 다시금 생각해 보니 과연 그렇다. 계절에 따라 거처를 옮겨 가며 사막을 떠돌던 베두인들의 세상, 그곳이 바로 오늘날의 두바이인 것이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지 못하고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들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이유로 짧은 역사를 운운했던 것은 내 생각이 짧아서였다.



그렇다면 땅을 베개 삼아 하늘을 지붕 삼아 살아갔다던 베두인들의 삶을 체험해 볼 방법이 있을까? 물론 있다. 그것도 아주 다양하게. 가장 간단한 방법은 당일치기 사막 투어에 참여하는 것이다. 사실, 두바이 도심에서 차로 30분이면 사막에 닿을 수 있다. 사막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딱 하나인 것은 아니요 입장료를 내는 것도 아니니 자동차를 렌트했다면 과감하게 직접 운전대를 잡아봐도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 주변의 지리에 익숙하지 않다면 적당한 스폿을 찾기 힘들 수도 있고 자칫 잘못하다가는 바퀴가 모래에 빠져 고생을 하거나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쓰게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 이도 저도 다 신경 쓰고 싶지 않다면 마음 편히 사막 투어를 예약할 것을 추천한다.



투어에 참가하면 동서남북 그 어디를 바라보아도 모래뿐인 생경한 광경에 넋을 빼앗길 것이다. 베두인이 모는 낙타를 타 볼 수도 있고 사막을 밝히는 모닥불 가에 모여 앉아 아라비안 티와 대추야자로 대표되는 아라비아 스타일의 전통 음식들을 맛볼 수도 있다. 높은 모래 언덕을 오르내리는 사륜구동 자동차를 타고 웬만한 롤러코스터 뺨 때리는 스릴을 선사하는 듄 배싱을 즐기거나 모래 언덕에서 보드를 타고 내려오는 샌드 보딩을 즐길 수도 있다. 아, 물론, 이런 액티비티들은 전통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것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를 방문한 현대인들에게 오늘날의 베두인들이 건네는 선물쯤이라고 해두면 어떨까?




 글·사진 Travie Writer 이유미(여행하는가족) 에디터 트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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