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이 낳은 인물을 찾아,
영암 기(氣)찬 여행!
남도의 명산인 월출산을 병풍처럼 두른 영암은 예로부터 큰 인물이 많이 나는 고장으로 여겨져 왔다. 역사 속 인물을 비롯해 현재 각자의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스타들까지, 영암이 배출한 인물들을 만나러 가보자. 왕인박사 유적지를 제외하고는 모두 기찬랜드에 자리한다.
왕인박사 유적지일본 아스카 문화의 시조
왕인박사 유적지
영암의 시간을 한참 거슬러 올라가면 백제 시대 학자인 왕인 박사와 조우한다. 왕인 박사는 여덟 살이 되던 해에 문산재에 입문해 학문을 쌓았으며 열여덟에 오경박사에 등용될 만큼 학식이 뛰어났던 것으로 전해진다. 백제 17대 아신왕 때 일본 천황의 초청을 받아 논어와 천자문을 가지고 일본으로 건너가 학문을 전파해 아스카 문화를 꽃피우는 데 일조한 인물로, 일본 오사카에 있는 왕인 박사의 묘지가 사적으로 지정될 만큼 일본에서도 추앙받는 인물이다.
왕인 박사의 탄생지인 영암 군서면 성기동에는 그의 위패와 영정을 봉안한 사당과 유허비, 전시관 등이 모여 있는 왕인박사 유적지가 있다. 월출산이 바라보이는 경관 좋은 곳에 자리한 데다 연못과 산책길이 잘 가꿔져 있어 나들이 삼아 다녀오기 좋다. 영월관에 왕인 박사의 생애와 업적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동상과 부조를 비롯해 일본에 있는 묘를 실제 크기로 만든 가묘도 볼 수 있다. 벚꽃이 필 무렵인 3월 말~ 4월 초에는 왕인문화축제도 개최된다.
왕인박사유적지
주소 : 전남 영암군 군서면 왕인로 440
시간: 061-470-6643
모든 미생들이여, 모여라!
조훈현 바둑 기념관
바둑을 잘 알지 못해도 조훈현이라는 이름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조훈현은 한국 바둑계의 황제이자 세계 최연소 기록인 아홉 살에 프로 바둑기사가 된 전설적 인물이다. 1980년 국내 최초로 9단에 올랐으며 수년 만에 ‘국제기전 그랜드글램’이라는 업적을 이뤄냈다. 세계 바둑 대회 최다 우승, 단일 기전 세계 최다 연속 우승 등 그가 세운 기록들이 어마어마하다.
조훈현 바둑 기념관은 성장기부터 그가 쌓아온 업적과 한국 바둑의 역사까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로 많은 트로피와 상패들이 조훈현 9단이 걸어온 길을 가늠케 한다. 기념관은 2층 규모로 총 5개 테마로 나뉘어 있으며 옛 기원을 본뜬 디지털 체험관과 조훈현 9단과 대국을 펼치는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전시된 자료들이 워낙 방대해 꼼꼼히 둘러보려면 시간이 제법 걸린다.
조훈현 바둑기념관
주소: 전남 영암군 영암읍 기찬랜드로 42
난, 트로트가 최고여!
한국트로트가요센터
요즘 트로트 열풍이 식을 줄을 모른다. 트로트의 화려한 부활이라 할 만큼 많은 스타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영암에는 이미‘하춘화’가 있다. 영암이 낳은 스타로 기찬랜드 안에 위치한 한국트로트가요센터에는 하춘화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한국트로트가요센터는 하춘화의 아버지가 기증한 자료들을 디딤돌 삼아 건립되었다. 1층은 일제강점기부터 약 100년 정도 이어져 내려온 우리 전통 가요인 트로트를 소개한다. 193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트로트의 역사가 시대별로 전시되어 있다. 해방 이후 6.25 한국전쟁과 미 8군 부대의 주둔, 근대화 과정 등을 거치며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해 온 트로트의 발전사가 머릿속에 쏙쏙 들어온다. 스타들의 사진이 걸린 명예의 전당과 옛 거리를 재현한 추억의 골목길은 또 다른 볼거리다. 직접 노래를 선곡해 듣거나 불러보는 시설도 마련되어 있다.
2층은 가수 하춘화와 만나는 공간이다. 어릴 적부터 노래 잘하는 꼬마로 유명했던 하춘화는 일곱 살에 데뷔해 지금까지 가수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이곳에는 60년이 넘는 그녀의 노래 인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무대에서 입었던 화려한 의상들을 비롯해 팬들이 정성껏 적어 보낸 편지들도 가지런히 전시되어 있다. 지금까지 발표한 노래만 수 백 곡이 넘는다. 하춘화 아카이브에서 CD와 LP, 화보들을 직접 찾아볼 수 있다.
영암한국트로트가요센터
주소 : 전남 영암군 영암읍 기찬랜드로 19-10
관람시간 : 09:00~18: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1월 1일, 명절 당일
관람료 : 무료
문의 : 061-470-2803
우리 가락이 소중하지!
가야금산조테마공원
가야금 줄이 느렸다 빨라지기를 반복하며 듣는 이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한다. 조선 후기 영암 출신인 악성 김창조 선생이 창시한 가야금산조의 한 대목이다. 산조는 악기를 이용한 독주곡을 뜻하는데 특히 가야금산조가 널리 알려졌다. 느린 진양조에서 출발해 중모리, 중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 등 점점 빨라지는 것이 특징이다. 가야금 줄이 튕겨나갈 듯 휘몰아치는 부분에 이르면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가야금산조테마공원은 김창조 선생의 예술혼이 깃든 공간이다. 우리 가락, 그중에서도 가야금산조에 관한 전시들로 채워져 있다. 자칫 사라질 뻔했던 김창조 가야금산조 악보도 진열되어 있는데 그의 계보는 잇는 인간문화재 양승희 선생이 직접 발품을 팔아 구해온 것이다. 가야금 제작 과정도 영상으로 보여주며 다양한 종류의 가야금들을 관람할 수 있다. CD 음반을 감상하는 코너도 있으니 가야금산조의 매혹적인 가락을 직접 들어보기를 권한다.
가야금산조테마공원
주소 : 전남 영암군 영암읍 기찬랜드로 19-10
글·사진 정은주 트래비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