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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Nov 03. 2023

사가현의 중심 ‘사가 & 다케오’

여행의 시작
사가 Saga


4년 만에 하늘길이 열린 사가에 발을 들였다. 뜨겁디 뜨거운 태양의 환대와 함께. 그것도 잠시, 공항을 벗어나 도심에 들어오니 한두 방울 비가 내렸고 이내 폭우가 쏟아진다. 이런 변덕을 봤나. 그나마 다행인 건 첫 목적지는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다. 후루유 온천(古湯温泉) 마을과 료칸 온크리(ONCRI)다. 참, 온크리로 가기 전 사가에서 가장 큰 쇼핑몰인 유메타운 사가에서 먼저 쇼핑을 즐기는 것도 괜찮다. 다양한 브랜드와 마트가 함께 있어 1~2시간은 훌쩍 간다.



사가현에는 우레시노라는 걸출한 온천 여행지가 있지만, 후루유 온천도 기억해야 한다. 오래된 탕이라는 뜻의 후루유, 이에 걸맞게 역사가 깊다. 약 2,100년 전 진 시황제의 명령을 받아 불로장수의 약초를 구하러 온 서복이 신의 계시로 발견했다고 전해진다. 홍수 등의 자연재해로 온천이 파묻혀 잠시 역사가 끊겼지만, 1791년 마을 주민이 다시 온천을 파냈다. 이곳 온천수의 특징은 무색, 무취, 무미, 신체와 비슷한 온도다. 온천수가 34.5~43.6도수준이라 긴 시간 즐겨도 몸에 부담이 없다.


온크리 온천


이 온천을 만끽할 수 있는 최적의 무대가 온크리다. 블랙과 브라운 컬러로 모던함을 강조한 요즘 료칸으로, 깔끔한 다다미 객실과 다양한 레스토랑(가이세키·철판·이탈리안·바), 천연 온천을 즐길 수 있는 실내외 공간, 기프트 숍, 어린이 놀이 공간 등으로 구성돼 있다. 어느 하나 부족함 없지만, 실내외 온천과 료칸이 선사하는 풍경이 가장 큰 장점이다.


온크리 다다미 객실


온천의 경우, 미지근함과 뜨거움 사이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누루유(ぬる湯, 37~38도)라 장시간 몸을 담가도 괜찮다. 노천탕에서 산골짜기의 상쾌한 바람을 마시고, 냉탕에서는 삼나무 숲을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다. 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가 운치를 더했다. 수분을 한껏 머금은 삼나무가 스산한 분위기를 만나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는데, 이 모습에 홀려 온천을 떠나질 못했다, 방으로 돌아와서도 달라진 건 없다. 의자에 앉아 삼나무 숲을 한참을 바라봤다.


온크리의 족욕탕


삼나무의 유혹은 다음날까지 이어진다. 아침 해를 품은 삼나무는 흐린 날의 고상함과는 다른 얼굴을 보여 준다. 아침을 서두른 여행자에게 준 선물 같았는데, 볼 빨간 어린이처럼 수줍은 인상과 화사한 모습 두 가지 느낌이 공존했다.



고요한 식당에 앉아 통창 너머로 펼쳐진 경치를 만끽했고, 자리를 옮겨가며 다양한 프레임으로 사가의 자연을 마주했다. 심심한 입은 달달 쌉싸름한 호지차 푸딩과 고소한 커피가 달래 줬다.



ONCRI
주소: 556 Fujicho Oaza Furuyu, Saga
홈페이지: oncri.com


유메타운 사가


유메타운 사가
주소: 5 Chome-14-1 Hyogokita, Saga
홈페이지: www.izumi.jp/tenpo/saga


규슈 사가 국제공항


규슈사가국제공항
주소: 9476-187 Kawasoemachi Oaza Inuido, Saga
홈페이지: saga-ab.jp



가늠할 수 없는 긴 세월
다케오 Takeo


오래된 나무는 한국 사찰에서도 종종 만난다. 300~500년 수령의 고목으로 사찰과 함께 세월을 견뎌 낸 존재들이다. 그런데 다케오(사가현 서부에 자리한 도시, 온천도 유명)에서 이보다 6배나 긴 시간을 이겨 낸 나무를 봤다. 주인공을 만나기 전에 다케오 신사(武雄神社)와 부부편백나무(縁結びの御神木)가 여행자를 먼저 반긴다. 부부나무는 신기한 형상을 하고 있다. 두 편백나무의 뿌리가 이어져 있고, 나무 중간에는 가지도 연결돼 있다. 희귀한 외관 덕분에 부부의 화합과 남녀의 인연을 포함해 사람과의 인연, 일과의 인연, 돈과의 인연 등 각종 인연에 대한 소원을 비는 곳으로 유명하다.



가볍게 바라는 바를 떠올리고, 다케오 신사로 입장한다. 이곳은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신사로, 3,000년의 신목을 모시는 공간이다. 다만 한국인 여행자에게 신사는 뒷전, 신사 왼편에 있는 숲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다케오신사


몇 보 안 걸었는데 하늘의 기운을 받는 듯한 녹나무(武雄の大楠)가 눈앞에 나타난다. 인간을 압도하는 자태(높이 27m, 뿌리 둘레 26m)라 그 앞에 서니 절로 겸손해진다. 평범한 숲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비범한 존재다. 고개를 들고, 입을 벌린 채로 한참을 들여다보게 된다. 무슨 소원을 품고 있더라도 들어줄 것 같아 약간의 간절함을 담아 마음속에서 읊었다. 또 3,000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나무 앞에 선 무수히 많은 사람과 그들의 사연도 궁금해졌다. 참, 녹나무는 일본에서 파워 스폿 투어(Power Spot Tour)의 목적지로도 유명한데, 좋은 기운(혹은 신의 에너지)을 받을 수 있는 곳을 뜻한다.


타케오시 도서관


녹나무가 남긴 여운은 다케오 시립도서관(Takeo City Library)에서 되새겨 보는 건 어떨까. 이 도서관은 2013년 4월에 오픈한 이후 다케오 신사, 녹나무와 함께 지역의 랜드마크다. 다케오시 인구가 5만명 가량인데, 이 도서관을 찾는 방문객이 연간 80만명(2015년 기준)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곳 때문에 다케오로 이사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 일단 입장하면 이 말에 수긍이 갈 것이다.


타케오시 도서관


인기의 비결은 도서관과 츠타야(일본 유명 서점 브랜드), 스타벅스가 함께 만드는 특유의 분위기다. 사진 촬영 가능 장소를 2곳으로 제한해 도서관의 역할을 유지하면서, 츠타야와 스타벅스의 감성은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구성했다. 엄숙한 분위기의 도서관, 음료를 마시는 카페 분위기가 적절히 공존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마음에 드는 책과 잡지, 잡화는 구매할 수 있으며, 바로 옆에는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도 있다. 만약 다케오에서 일주일을 지낸다면 매일 이곳에서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무리하고 싶을 정도다. 채광이 잘되는 공간에서 책과 커피로 하루를 시작하고, 저녁에는 팬케이크로 간단한 식사를 하고, 도서관에서 일기를 쓰며 지나간 오늘을 기록하고 싶기 때문이다.
 
자유여행으로도 충분히 방문할 수 있는 목적지다. 열차를 이용하면 사가역에서 다케오 온센역까지 20분도 채 걸리지 않기 때문이다. 사가에서 숙소를 잡았다면 당일치기 일정으로 다케오 신사와 녹나무, 다케오 시립도서관, 케이슈엔(Keishuen, 정원 및 갤러리), 다케오 온천을 구성하면 된다.


다케오 신사


다케오 신사
주소: 5327 Takeocho Oaza Takeo, Takeo, Saga
운영시간: 09:00~17:00
홈페이지: takeo-jinjya.jp


다케오 시립도서관
주소:5304-1 Takeocho Oaza Takeo, Takeo, Saga
운영시간:  09:00~21:00
홈페이지: takeo.city-library.jp




Travel+
후쿠오카의 신사들


규슈 여행은 다양한 항공 노선과 함께 더 풍성해졌다. 규슈의 중심 후쿠오카와 사가, 가고시마까지 국적기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 덕분에 후쿠오카+사가 여행도 수월해졌다. 사가역에서 하카타(후쿠오카)역까지 기차로 43~45분, 편도 비용은 약 2만5,000원이다. 부담 없는 이동시간과 가격이다. 사가든 후쿠오카든 둘 중 한 곳으로 입국해 다른 지역에서 출국하면 된다. 3박4일 일정일 경우, 후쿠오카 2박, 사가 1박을 하면 후쿠오카와 사가, 다케오의 중심지를 골고루 볼 수 있다. 다케오의 대표 신사는 소개했으니, 후쿠오카에서 볼만한 신사 2곳을 준비했다.


도초지
Tochoji Temple


고보 다이시(Kobo-Daishi)가 당나라 수련을 마치고 후쿠오카에 806년 창건한 신사다. 특히, 후쿠오카 대불로 알려진 16.1m 높이의 목조 석가여래좌상은 신사를 대표하는 얼굴이다. 일본에서 가장 큰 좌상으로도 유명하다. 가을에는 경내 나무들이 빨갛게 물들어 가을의 정취를 느끼기 좋은 곳으로 변한다. 게다가 사찰 근처는 하카타 구시가지라 옛 정취를 느낄 수 있어 도보 여행지로 적합하다.


동장사(토쵸지)

2-4 Gokushomachi, Hakata Ward, Fukuoka, 812-0037 일본



구시다 신사


현지에서도 큰 사랑을 받는 신사가 구시다 신사(櫛田神社)다. 예부터 불로장생과 상업 번성의 신을 모시고 있어 많은 이들이 찾고 있다. 신사 내 입구에 우뚝 솟은 1,000년 수령의 은행나무는 신사의 상징과 같다. 게다가 은행나무는 ‘하카타 축하 노래(이와이 메데타)’에도 등장하는 후쿠오카현 지정 천연기념물이다. 또 하카타 대표 여름 축제 ‘하카타 기온 야마카사’를 봉납하는 신사기도 하다.



오후에는 신사와 나무를 보러 들르고, 저녁에는 불 켜진 등 앞에서 분위기 있는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나카스 강변에서 가깝고, 근처에 이자카야도 많다.


구시다 신사

1-41 Kamikawabatamachi, Hakata Ward, Fukuoka, 812-0026 일본



글·사진 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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