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떠나고 싶을 테지요.
보너스 같은 13월이 있다면 말입니다.
13주년을 맞은 <트래비>도 그렇게 덤 같고, 선물 같은 한 해가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여행의 ‘꾼’들이 권해 준 ‘13월을 위한 여행지 13곳’을선별했습니다
1. 지구가 맞나요?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Reykjavik Iceland
#혐생에지친자
#자연덕후
#이풍경실화?
#화산과빙하와폭포의나라
Why
대도시 VS 자연.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주저 없이 자연이라면 아이슬란드로! 자연을 ‘덕질하기’ 가장 좋은 곳이나 물가가 비싸다는 것이 단점. 그래서 한 번 가면 오래 머물러야 한다.
수도 레이캬비크를 거점으로 이동하며 오로라를 마음껏 즐기는 것이야 기본이고, 빙하호수 요쿨살롱(Jokulsarlon)에 둥둥 떠다니는 유빙을 넣어 마시는 위스키 온더록을 또 어디서 맛볼 수 있으랴. 양털스웨터인 로파페이사(Lopapeysa)는 난로처럼 따듯하다.
음악애호가 사이에 오로라만큼이나 유명한 것이 아이슬란드 음악이다. 매년 11월 초 5일간 열리는 세계적 음악축제 에어웨이브(Iceland Airwaves)는 작은 도시 전체에 공기처럼 음악을 채운다.
백야에 터지는 불꽃놀이는 어떤 모습일까? 8월에 열리는 컬처나이트(Menningarnott)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삭힌 상어 고기, 하우카르틀(Hakarl,하칼)은 홍어와 비슷하니, 만에 하나 향수병이 찾아온다면 할그림스키르캬 교회 앞 카페 로키(Cafe Loki)에서 주문할 수 있다.
I know 엄윤주 여행마케터
여러 나라의 오지나 깊숙한 곳을 보았다고 생각했지만 아이슬란드는 특별했다. 제주도의 55배나 되는, 대한민국의 국토 면적과 비슷한 아이슬란드를 동서남북 샅샅이 둘러보는 것이 한달 살이의 포인트. 같은 화산섬이라도 제주도와 곧잘 비교되지만 스케일이 전혀 다르다. 다시 긴 자유가 주어진다면, 최소한의 장비만을 챙겨 더욱 내밀한 아이슬란드 자연 속으로 꼭 캠핑 여행을 떠나고 싶다.
2. 쉬고 싶고 놀고 싶나요?
라오스 방비엥 Vang Vieng Laos
#만사귀찮
#현생이란이렇게
#eatdrinkplay
Why
적당한 자연풍경, 적당한 놀 거리가 있는 곳. 느긋한 휴식과 신나는 파티가 공존하는 곳 그곳이 바로 라오스 방비엥이다. 모든 것을 잊고 쉬기 위해 떠나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떠나든 방비엥은 절대 실패하지 않을 곳이다. 그럼 방비엥에서 보내는 한 달 동안 도대체 뭘 해야 할까. 간단하다.
그냥 먹고 마시고 놀면 된다. 그게 방비엥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고 전부다. 방비엥은 소계림으로 불리는 곳이다. 그만큼 아름다운 경치를 간직하고 있다는 말이다. 게스트하우스 베란다에 앉아 바깥 경치를 내다보며 비어라오Beer Lao를 홀짝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심심해지면 어떡할까. 밖으로 나가 놀면 된다. ‘코끼리 마을’이라 불리는 탐쌍마을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탕남동굴에 가면 고무 튜브를 타고 동굴탐험을 할 수 있다. 방비엥 시내를 가로지르는 쏭강 카약킹을 즐기다 노 젓는 손이 지치면 강변에 위치한 리버사이드 바에서 잠시 목을 축이며 쉴 수도 있다. 석회질 때문에 에메랄드 빛 물색을 띠는 블루라군에서 즐기는 수영도 물론 잊지 못할 추억이다.
I know 최갑수 여행작가
보통 라오스를 여행하는 이들은 루앙프라방-방비엥-비엔티엔 순으로, 혹은 역순으로 여행한다. 방비엥에서는 하루 이틀 정도 머물다 떠나는데, 방비엥은 짧게 머무르기엔 너무나 아까운 곳이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방비엥을 두고 이렇게 말했다. “그곳에는 특별한 빛이 있고 특별한 바람이 분다.” 방비엥의 이 특별한 빛과 바람을 느끼려면 적어도 한 달은 머물러야 한다.
3. 도시지만 시골 같은
독일 베를린 Berlin Germany
#예술가의도시
#나취향확고하다
#미래를위한공사중
Why
수많은 다국적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도시가 바로 베를린이다. 그래피티만 보면 도시 전체를 예술가들에게 내준 도시 같다. 동독과 서독이 합쳐졌으니 미술관이나 갤러리도 두 배다. 독일의 다른 도시에 비해 돈은 없지만 취향을 가진 도시다. 하지만 누군가는 매주 오프닝만 찾아다니는 ‘파티 아티스트’만 잔뜩 사는 도시라고 힐난하기도 한다. 예술가는 많지만 아트마켓의 규모는 그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 여느 도시의 구시가지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을 기대하고 베를린에 간다면 실망하기 십상이다. 베를린은 어디를 가나 공사 중이고, 그만큼 역동적으로 변신 중이다. 어쩌면 유럽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도시.
I know 박준 여행작가
내게 파리는 예쁘고, 뉴욕은 뜨거웠다면 베를린은 멋진데다 정겹다. 날내를 풀풀 풍기는 자유를 품었다. 아침이면 새소리에 잠을 깼다. 찬란한 햇살을 받으며 길을 가다 보면 사람들이 내게 길을 물었다. 유럽에서 가장 큰 대도시 중 하나인데 거리는 ‘시티’ 아닌 ‘빌리지’ 같다. 아침이면 빌리지를 걸어 단골 빵집에 간다. 찰지고 고소한 바게트 하나, 가벼운 브룃첸(모닝빵) 두 개를 사 집으로 돌아와 치즈를 다섯 가지쯤 펼쳐 놓고, 커피를 내리고, 버터와 ‘사탕무Beet 시럽’에 발라 먹었다. 종종 살라미와 하몽이 더해졌다. 아침식사 때문에 베를린이 더 그립다.
4. 7,000m급 압도적인 풍광
파키스탄 훈자 Hunza Pakistan
#믿기지않는풍광
#살구꽃
#뒷산도해발7000m
#바람계곡의나우시카
Why
해발 7,000m급 산이 병풍처럼 마을을 두르고 있는 마을로, 수줍게 피는 살구꽃처럼 어여쁜 이들이 살고 있다. 압도적인 풍광과 따뜻한 정이 넘치는 동네. 더 바랄 것이 무엇 있으랴. 1974년까지 훈자왕국의 왕이 살았던 발티트성과 아슬아슬한 파수의 서스펜션 브릿지는 꼭 방문해야 할 곳.
해발 2,700m에 위치한 이글네스트는 별도의 등산 장비 없이 걸어서 오를 수 있고, 훈자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므로 시간을 내서 꼭 다녀오자. 말린 살구(특히 반건조 살구)나 훈자드카페의 중독성 강한 호두케이크도 빼놓을 수 없다.
I know 채지형 여행작가
부스스 눈을 뜬다. 창문 너머 해발 7,257m의 디란이 나를 바라보고 있다. 베란다로 나가 눈으로 덮인 산을 향해 인사한다. ‘굿모닝, 디란’ 훈자에서 한 달 살아 볼 이유, 아침 인사만으로 충분하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의 고향 훈자. 미야자키 하야오도 훈자에 반해, 애니메이션을 만들었다.
5. 결코 반나절로 될 리 없는
베트남 호이안 Hoi An Vietnam
#반나절투어가웬말
#호이안속마을도모르고
#베트남국수어디까지먹어봤니
Why
다낭 가는 겸 반나절 투어로 들르기엔 너무도 아깝다. 색색 등불의 화려한 올드타운(Ancient Town)을 조금만 벗어나면 호이안의 ‘속마을’이 있기에. 배를 타고 투본강을 건너면 아직도 옛 방식 그대로 도자기를 만들고, 가내 수공업으로 베를 짜는 ‘진짜’ 호이안 사람들이 살고 있다.
베트남 중부인 호이안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퍼(Pho 국물이 있는 베트남 북부식 쌀국수)보다는 비빔국수에 가까운 ‘미꽝(My Quang, 고기와 야채를 얹고 넓적한 쌀 튀김을 곁들여 먹는 국수)’과 ‘까오라우(Cao Lau,통통한 면에 간장 베이스로 맛을 냄)’를 먹는다. 우리로 치면 컵빙수 같은 길거리 얼음 디저트 ‘쩨Che’도 빼놓을 수 없다.
한 달을 지낸다면 숙소는 아무래도 현지 가족과 함께 지내는 홈스테이가 좋겠다. 올드타운 중심에서 지내도 좋지만, 숙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주니 꼭 중심이 아니라도 괜찮다.
I know <트래비> 김예지 기자
“여기가 호이안이라고? <전원일기>는 왜 찍어?” 호이안에서의 내 사진을 본 지인들의 반응이었다. 어쩌다 만난 아주머니 집에서 베를 짜고, 말도 안 통하는 아저씨네 집에서 도자기를 빚었다. 그만큼 정이 넘치는 여행지에서 푹 살다 왔다. 해 질 녘엔 꼭 올드타운으로 나가곤 했다. 호이안의 밤은 황홀하다 못해 슬프고, 그리워졌다. 나에겐 다낭·호이안이 아니라 ‘호이안·다낭’이다.
6. 오늘이, 내일이 버거운 너에게
광주 양림동 Yangnim Korea
#그냥그런공기
#일단가봐
#양림스타일
#힐링아트
Why
양림동에 다녀온 사람마다 비슷한 반응들을 보인다. “뭔가 치유된 것 같은 기분이다.” 애쓰지 않아도 되고, 그래서 버겁지 않다는 것이다. 양림을 가장 잘 사는 방법은 ‘산책’이다. 아침이면 온갖 새가 지저귀고 오후 5~6시쯤엔 지는 해에 비친 무등산이 반짝인다. 밤늦은 산책은 단연 하이라이트. 아무도 없는 적막한 골목을 어슬렁대다 보면 머리와 마음이 조금씩 비워진다.
그래도 최소한의 목적을 갖자면 ‘예술’이다. 과거 서양 선교사들이 정착했던 양림동에는 이국적인 건축물이 곳곳에 남아 있는 데다 조그만 마을에 미술관만 열 댓 개다. 가끔은 15~20분 정도 시내로 걸어 나가 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전시를 관람하거나, 국내 유일하게 남은 ‘단관극장’인 광주극장에서 예술영화를 보는 것도 방법이다. 먹을 것도 꽤나 다양하다. 백반부터 트렌디한 파스타, 베트남 음식 등등. 매일 발 도장을 찍고 싶은 빵집과 카페도 있다.
I know 정헌기 문화기획자
머리와 마음이 지쳤을 때, 양림동은 분명 달래 줄 것이다. 도시 속 섬 같다고 해야 할까, 광주 시내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지만 자연과 도시를 동시에 가까이 두고 있다. 무엇보다 양림동은 정겹다. 지나가는 아주머니가 안부를 묻고, 우연히 마주친 동네 슈퍼 아저씨와 자연스레 말을 섞게 되는, 그런 동네다. 한 달을 지내다 보면 아마 웬만한 주민들은 다 알게 될 거다.
7. 갔다 하면 오질 않더라
태국 치앙마이
Chiang Mai Thailand
#힙하다힙해
#함흥차사
#이것은정녕블랙홀인가
Why
여행자들 사이에 이미 ‘살아 보기’로 알려질 만큼 알려진 곳. 그만한 이유가 있다. 방콕에 비해 높은 건물이 없이 고즈넉하지만 마트와 서점, 공원까지 사는 데 필요한 건 다 있기 때문. 게다가 골목골목 감각적인 카페와 레스토랑, 클럽, 바까지. 그래서 치앙마이엔 유독 ‘힙스터’들이 많다.
태국 북부에 위치한 치앙마이의 음식은 중부 지방과는 차이가 있다. ‘카오소이(Khao Soi, 걸쭉하게 낸 고기 육수에 자작자작 면을 담가 먹는 음식)’와 ‘싸이우아(Sai Oua, 태국 북부식 소시지로 각종 채소와 함께 곁들여 먹음)’ 등이 대표 메뉴다. 이왕 살 거라면 축제의 달을 노려 보는 것도 좋겠다.
매년 1월 신년 불꽃놀이를 시작으로 2월 꽃 축제Chiang Mai Flower Festival, 3월 열기구 축제(Thailand International Balloon Festival), 4월 송끄란 축제(Songkran Festival), 11월에는 등 축제인 이뼁 페스티벌(Yee Peng Festival)이 열린다.
I know 일러스트레이터 유혜주
치앙마이에서는 작은 골목을 걷는 시간이 소중하다. 카페 야외 테라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세계 각국에서 온 배낭 여행자, 아티스트들을 만나 얘기하는 것도. 집으로 돌아오는 길, 불쑥 튀어나오는 사원에 들러 잠시 쉬면서 그림을 그리는 시간도 너무나 매력적이다. 풍부한 먹을거리와 저렴한 물가, 특유의 느릿느릿한 분위기까지. 치앙마이는 정말이지 한 번 들어오면 도무지 빠져나갈 수가 없는 ‘블랙홀’ 같은 곳이다.
8. 난 별일 없이 산다
마리아나제도 티니안
Tinian Saipan
#졸리면자고
#배고프면먹고
#나는야
#풍족한
#로빈슨크루소
Why
너무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다 보니 문뜩 로빈슨 크루소가 부러워졌다. 그래서 되어 보기로 결심했다. 혼자만의 휴식을 위해 ‘살이’ 장소를 물색하던 중 티니안을 만났다. ‘아무리 바다가 예쁘다지만, 그 땡볕 더위에…’ 걱정은 잠시 접어 두자. 티니안은 뜨겁게 잘 익어 김 모락모락 날 때가 제맛이다. 아침에 일어나 어제 저녁 남겨 둔 발자국 따라 바다 옆을 거닌다. 조금 몸이 후끈해졌다면 타가비치 다이빙대로 향하자. 주저할 것 있나, 원주민 친구 손 꼭 잡고 뛰어내리면 그만이다. 분명 이내 배가 고파 올 테다. 티니안에 몇 없는 식당, ‘JC카페’는 무려 김치볶음밥을 판매한다. 가까운 곳에 위치한 마트에는 컵라면이 가득하니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I know 티니안 굿투어 장문수 소장
“예쁘긴 한데, 한 달씩이나… 왜?” 티니안에 살겠다고 선언한 뒤 가장 많이 돌아온 질문이었다. 사실 모든 ‘여행’과 ‘살이’에 목적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졸리면 자고, 배고프면 먹고. 그게 ‘살이’의 본질이 아니겠는가. 언제 이렇게 살아 보겠나. 또 아름다운 바다 보며 언제 누려 보겠나. 바쁘고 길게 살아갈 인생, 원색인 바다를 뒤뜰 삼아 쉬어 가도 좋지 않을까?
9. 나에게 사랑스런 봄을
베트남 달랏
Dalat Vietnam
#여긴맨날봄
#잘모르겠어요
#베트남인지
#프랑스인지
Why
달랏은 평화의 도시답게 계절도, 풍경도 어느 것 하나 치우치는 법이 없다. 해발 1,500m에 위치하고 있는 달랏은 연중 선선한 날씨를 자랑한다. 도시에는 꽃밭이 가득하고, 프랑스풍 건물 사이로 오토바이 떼가 줄을 잇는다. 재미적인 부분에서는 밋밋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얻기에 제격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달랏은 그 매력을 인정받은 바 있다. 과거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통치를 받던 시절, 달랏은 프랑스인들의 휴양지로 개발되었다. 시간이 지나 프랑스군이 달랏에서 철수해야 했을 때 한사코 본국으로 돌아가길 거부하는 프랑스인들이 속출했다고 한다.
I know <트래비> 강화송 인턴기자
달랏에서 ‘한달 살이’를 시작한다면 이런 것들에 주의하자. 첫 번째, 딸기를 조심하자. 예쁘장하게 생긴 달랏산 노지딸기는 극강의 신맛을 자랑한다. 몸서리치다 자칫 거울 속 표정을 목격하게 된다면 달랏의 잔잔한 소확행이 깨지고 말 테다. 두 번째, 특별한 것 없이 특별한 곳으로 기억되는 달랏의 매력을 경계해야 한다. 자칫 흠뻑 빠져 ‘평생 살이’를 시작할지도 모르니.
10. 순수를 찾아서
코스타리카 푸에르토 비에호
Puerto Viejo De Talamanca Costarica
#말그대로자연
#슬로우슬로우노퀵슬로우
#puravida
#서퍼들의성지
Why
광활한 숲과 바다. 코스타리카의 모든 것은 자연하다. 그중에서도 카리브해에 있는 푸에르토 비에호는 지극히 코스타리카다. 유럽인들 사이에선 이미, 특히 요가나 서핑을 하는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다.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린 코스타리카 음식은 대체적으로 담백한 편인데, 그중에서도 카리브해 지역에선 코코넛을 많이 쓴다.
코스타리카식 전통 아침식사인 ‘가요 핀토(Gallo Pinto)’나 태국 커리와 살짝 비슷한 ‘론돈(Rondon)’에도 코코넛밀크를 넣는다. 중남미는 위험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접어 두시길. 코스타리카는 군대가 없을 만큼 평화로우며, 국민들의 행복지수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퓨라 비다 Pura Vida(영어로는 Pure Life)’, 코스타리카인들이 늘 말하는 단어만 봐도 알 수 있다.
I know Bean Voyage 탁승희 대표
자극적이지 않은 코스타리카가 가끔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느린 여행 속에 분명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 요가, 서핑, 혹은 커피나 초콜릿을 좋아한다면 두말 할 것 없이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푸에르토 비에호에서 한 달을 산다면 토요일마다 열리는 오가닉 파머스 마켓(Organic Farmer’s Market)도 놓치지 말길! 신선한 열대과일, 채소 등을 정말 저렴하게 구할 수 있다.
11. 동양의 나폴리
통영
Tongyeong Korea
#통영
#진짜좋은데
#표현할방법이없네
#섬이무려570개
#별이다섯개
Why
통영은 여행으로 즐기기에는 작지만, 살아 보면 큰 도시다. 동피랑, 서피랑, 중앙시장, 서호시장 등 주민들이 살고 있는 현장이 고스란히 여행지로서 역할을 다한다. 덕분에 지역의 삶에 깊숙이 들어간 느낌이다. ‘한달 살이’를 계획한다면 100리 바닷길을 걸어 볼 수도 있고, 통영 주변에 있는 570개 섬들을 방문해 보는 특권을 누리길 바란다. 통영항의 해산물도 싱싱하고 좋지만, 버스를 타고 20분만 달리면 도착하는 고성 오일장이 훨씬 저렴하다. 국제음악당이 위치해 좋은 공연을 좋은 시설에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관람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살이 여행자에게는 크나큰 특권이다.
I know 일러스트레이터 밥장
지난해부터 ‘믿는 구석’이라는 아지트를 두고 통영과 서울을 오가며 살고 있다. 작은 도시지만 살수록 더 큰 통영을 만나고 있다. 레스토랑 오월, 봄날의 책방 등 통영으로 이주해 온 이들과 친구가 되면서 새로운 시선으로 통영과 ‘통’하는 중이다. 당일 여행자들로 붐비는 주말이 아니라 느긋하고 조용하고 풍광 좋은 주중의 통영을 만나게 된다면, 체류 기간을 한 달이 아니라 더 오래, 무한히 연장하고 싶어질 것이다.
12. 자연에 살리엇다
오키나와현 미야코지마
Miyakojima Japan
#밤하늘에
#별이너무많다
#따달라고하지마라
Why
오키나와가 관광지로 개발되기 전 이런 모습이었을까. 가 보지 못한 이들을 위해 비유하자면 ‘오키나와 소도시’쯤으로 여기면 편하다. 미야코 제도의 중심인 미야코지마는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손 꼽히는 ‘히가시 헤나자키(東半名岬)’를 품고 있다. 음력 9월이면 ‘판투(パ.ントゥ)’ 라는 축제가 열리는데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미야코지마만의 특색 있는 축제다. 진흙을 바른 가면과 넝쿨 풀을 몸에 두른 3명의 남성들이 돌아다니며 진흙을 묻혀댄다. 축제에 사용되는 진흙은 현지 우물 밑에서 가져오는 것이며, 나쁜 기운을 막아 낸다고 한다. 3주에 걸쳐 진행되니 이 기간 머무르며 온갖 악재를 털어내 보길 바란다.
I know 허브비치 미야케 대표
남들이 잘 모르는 곳에서 특별한 ‘살이’를 계획하고 있다면, 이곳만큼 좋은 곳이 없다. 일본에서도 많은 직장인들이 휴가철을 이용해 방문하는 힐링 캠프다. 미야코지마가 진짜 아름다워지는 시간은 밤이다. 거리에 가로등이 많이 없기 때문에 어디서나 하늘을 가득 메운 별을 선명히 볼 수 있다. 처음 방문했을 때, 배 위에서 올려다본 미야코지마의 밤은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다. 그날의 기억을 꿈으로 꾸곤 할 정도로.
13. 일생에 한 번은
조지아 트빌리시
Tbilisi Georgia
#코카서스를보았나
#옛이름그루지야
#선사시대와인은이런맛일까
Why
트빌리시는 대단히 전통적이면서, 동시에 아주 모던한 도시다. 도심 한복판에 갑툭튀처럼 놓인 현대식 다리가 그리 밉지 않고, 1~2시간만 벗어나도 심장이 쿵쾅거리는 코카서스 연봉의 풍경이 펼쳐진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와인 양조의 전통을 자랑하는 곳. 그러면서도 물가 싸고, 손님을 극진히 대접하는 전통이 살아 있는 곳. 동유럽과 러시아의 접점에서 다시 읽는 세계사는 세상에 대한 눈을 뜨게 해 준다. 트빌리시에만 머물지 말고 하루쯤 카즈베기로 가서 룸스호텔에 묵는 일탈은 필수. 그곳에 평생 잊지 못한 풍경이 있다.
I know <트래비> 천소현 기자
올드타운의 구불구불 가파른 골목을 따라 올라가니 빈 집을 개조한 바가 있었다. 그 테라스에 앉아서 트빌리시의 야경을 바라보았던 순간, 살고 싶었다. 아침이면 강변을 따라 조깅을 하고, 낮에는 슬픔으로 가득한 정교회에 앉아 기도를 하고, 저녁이면 돼지고기 숯불꼬치 므쯔와디에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 만찬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다고.
정리 트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