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피어나면
네덜란드 큐켄호프 튤립축제 Keukenhof
네덜란드 큐켄호프 공원 3.21~5.19
유럽의 봄은 큐켄호프 공원에 꽃이 피어날 무렵이다. ‘꽃의 나라’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큐켄호프 튤립축제는 매년 3월 중순부터 5월 중순까지 네덜란드 리세지역에서 개최된다.
단순히 ‘튤립’축제라고 하기에는 프리지어, 장미, 카네이션 등 수백만 송이의 꽃이 반기니 ‘꽃잔치’라 봐도 무방하다. 축제의 하이라이트는 꽃차 퍼레이드. 각종 꽃으로 치장한 수레와 자동차가 노르드비크(Noordwijk)를 출발해 하를럼(Harrlem)까지 약 40km의 행렬을 펼치면, 봄 냄새가 네덜란드 전역을 감싼다.
네덜란드어로 ‘부엌(Keuken)’과 ‘정원(Hof)’이 합쳐진 단어인 큐켄호프는 ‘식자재를 공급하는 정원’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1949년부터 지금까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져 왔으며, 다음 봄이면 또다시 새로운 꽃을 피워 낼 테니 사랑하는 이와 영원을 약속하기 제격이다. 튤립 한 떨기를 선물하고 싶어진다, 누군가에게. 봄이라서.
불꽃 피우는 밤
발렌시아 파야스 축제 Valencia Fallas Festival
스페인 발렌시아 전역 3.15~3.19
봄 냄새가 풍겨 오면 스페인 발렌시아에 피어날 건 두 가지, 꽃과 불. 꽃이야 몽글몽글 망울 맺힌 봉오리에서 피어나겠고, 문제는 불이다.
발렌시아의 봄을 대표하는 파야스 축제는 수호성인 요셉의 축일을 기념하기 위해 개최된다. 목수였던 요셉을 기억하며 1년간의 묵은 목재나 재료들을 태운다. 일종의 ‘정화’를 의미하는 셈이다. 모락 모락 피어나는 불길은 서로의 유대관계를 끈끈하게 만든다.
캠프파이어와 비슷한 맥락으로. 목적만 두고 본다면 주인공은 당연히 성인 요셉이겠지만, 사실 진짜 주인공은 커다란 ‘파야(fallas)’다. 파야는 종이나 나무로 만들어낸 거대 인형 조각으로 사회적, 문화적인 이슈들을 담아 풍자적인 의미를 담는다. 덕분에 신화, 동화의 주인공이 그 모습이기도, 유명 인물의 얼굴이 그 모습이기도 하다.
각 예술가가 700여 개의 파야를 만들어 도심 광장 곳곳에 전시하지만, 최우수 작품 한 점을 제외한 모든 파야 들은 축제 마지막 날, 한줌의 재가 된다. 슬프지만 불꽃이 밝다. 건물 높이를 한참 넘긴 불길은 지난날의 고생처럼 휘청거린다. 발렌시아의 밤, 포근한 불꽃이 핀다.
봄이 인도를 물들일 때
인도 홀리 축제 holi fest india 2019
인도 뭄바이, 델리 전역 3.20~3.21
인도의 색이 만발한다. 파란 하늘, 여린 초록 잎, 붉고 노란 꽃가지, 세상의 모든 색이 깨어난다.
홀리 축제가 시작되면 현지인, 여행객 구분할 것 없이 거리로 나와 다양한 빛깔의 색 가루나 물감을 뿌려 댄다. 다정히 얼굴에 문질러 주기도, 과격하게 몸에 던지기도. 홀리 축제의 역사는 서기전부터 이어져 왔다.
과거 인도 힌두교의 신인 크리슈나는 라다라는 이와 사랑에 빠졌단다. 서로 피부색이 달라 걱정하던 그들은 결국 검은색 염료를 얼굴에 칠해 서로 같은 모습으로 사랑했다고 전해진다. 그들의 순수한 마음을 받아 지금까지 이어진 홀리 축제는 인종과 관계없이 모두가 함께 어울린다.
축제에 사용되는 색들은 보통 꽃과 허브에서 나오는 색이다. 대부분 페인트는 전분으로 만들며 인체에 무해 하고 찬물로도 쉽게 씻긴다. 축제에 사용되는 대표적인 색은 빨간, 초록, 파란, 노란색이다. 빨간색은 순수한 사랑을, 초록색은 행복함과 활력을, 파란색은 차분함을, 노란색은 경건함을 의미한다.
정리 강화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