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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트래비 매거진 Mar 28. 2019

봄 내음 가득, 낭만 가득.
고창으로 떠나는 봄 여행

[기자가 직접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전라북도 고창

찬바람이 가시고 살랑살랑 봄바람이 다가왔다. 
시의 아름다운 선율,  조선의 얼이 담긴 성곽과 샛노란 국화밭이 기다리는 
고창으로 가야할 때다.  


봄을 탄 자연과 문학


선운사로 진입하는 첫 관문인 선운산 도립공원에 발을 들이고서야 고창 여행이 시작됐음을 실감한다. 그만큼 선운사는 고창을 대표하는 장소이며, 선운사를 둘러싼 도립공원은 계절과 상관없이 각각의 매력으로 여행자를 맞이한다. 



선운사는 산세와 어우러진 외적인 아름다움과 함께 역사적으로도 유서가 깊다. 선운산 내에 자리한 선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제24교구 본산으로, 조선 후기 번창할 무렵에는 89개의 암자와 189개에 이르는 요사가 산중 곳곳에 흩어져 있어 장엄한 불국토를 이뤘다. 참, 선운산은 도솔산이라고도 불리는데 선운은 구름 속에 참선한다는 뜻이고, 도솔이란 미륵불이 있는 도솔천궁의 뜻으로 불도를 닦는 산이라는 의미다.  


선운사 대웅전에서 염불을 외고 있는 스님


불교의 역사에 관심이 없더라도 수려한 자연 덕분에 이곳은 고창을 찾는 여행자에게 필수 코스다. 3~4월의 동백꽃, 9~12월 초까지 꽃무릇과 단풍으로 이어지는 가을 풍경은 감탄을 자아내고, 전국의 사진 애호가들을 끌어모으는 힘이 있다. 

또 천연기념물 제184호로 지정돼 있는 약 5,000평의 동백나무숲과 나무의 높이가 15m나 되는 천연기념물 송악도 있다. 이외에도 선운사 금동지장보살좌상, 도솔암 금동지장보살좌상, 선운사 대웅전, 마애여래좌상 등의 보물도 있어 산책과 더불어 배움이 있는 여행을 할 수 있다.  


고즈넉한 멋이 담긴 선운사


나란히 서 부처님에게 인사드리는 부자


이보다 더 선운사에 대해 깊이 있는 배움이 필요하다면 문화유산 해설사와 함께 사찰을 둘러봐도 좋고, 템플스테이를 통해 선운사에 머물러도 좋다. 템플스테이의 경우 구름 위의 산책이라는 주제로 당일 여행도 있지만 도솔암 트레킹, 자연 속에서 쉼의 1박2일 이상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선운사뿐만 아니라 선운산의 속살까지 들여다 볼 수 있다.  



특히 프로그램에 포함된 도솔암으로 가는 세 갈레 길 모두가 속세의 복잡함을 버리고 자연과 마주하며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산책길이니 핸드폰도 잠시 멀리하기를 권한다. 걷는 게 당기지 않는다면 템플스테이 숙소 앞 툇마루에 앉아 선운산의 경치를 감상하며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몸을 맡겨도 좋다. 사실 선운사와 선운산도립공원은 한두 번 방문으로 모든 것을 보기가 힘들어 매번 왔다가 떠날 때면 아쉬운 마음으로 가득 찬다.  


손글씨로 각자의 소망을 담았다


선운사

전라북도 고창군 아산면 선운사로 250 선운사


선운사에서 역사와 자연의 진수를 경험했다면 발걸음을 옮겨 예술의 향기에 흠뻑 빠져보는 것도 좋다. 선운사와 멀지 않은 곳에 20세기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중 한 명인 서정주 시인을 기리는 미당 시 문학관이 있기 때문이다. 미당 서정주 시인은 85년 삶 중 70년을 시와 함께했고, 시집 15권, 1,000편의 시를 남겨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표현한 시인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시문학관에서 3분 거리에 위치한 미당 서정주 시인의 생가


문학관은 그의 고향인 부안면 선운리에 2001년 가을 개관했으며, 미당 선생의 유품, 집필 원고지, 시집을 비롯한 저서 등 5,000여점을 전시하고 있다. 이곳은 원래 봉암초등학교 선운 분교인데, 문학관으로 새롭게 태어났고 독특한 외형 덕분에 눈길을 사로잡는다. 

총 3동으로 구성된 문학관의 콘텐츠도 알차 돌아다닐수록 그의 삶에 동화되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시적 감성을 한껏 충전하고 싶다면 방문 전 선운사 동구, 국화 옆에서 등 고창을 주제로 삼은 미당의 시를 곁에 두면 된다. 


독특한 건물로 시선을 사로잡는 미당시문학관


미당시문학관에는 서정주 시인의 시집과 각종 유품 등이 전시돼 있다


문학관 관람 이후에는 미당의 생가와 묘소, 돋움볕 마을, 국화밭 등 그를 기억할 수 있는 또 다른 공간들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봄에는 샛노란 국화꽃이 반기는데 문학적 낭만과 조화를 이룬 고창의 비경으로 꼽을 만하다. 짧아진 봄이 지나기 전 서정주 시인의 작품과 삶, 노랗게 물든 고창에서의 감성 여행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돌을 이고 걷다


고창의 중심으로 다다르면 길게 뻗은 성곽과 웅장한 문이 시선을 사로 잡는데, 바로 고창읍성이다. 고창읍성은 조선 단종 1년(1453)에 왜침을 막기 위해 전라도민들이 축성한 자연석 성곽으로 원형이 가장 잘 보존돼 있는 성곽으로 평가받는다. 현지인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모양성이라고 더 알려져 있으며, 나주진관의 입암산성과 연계돼 호남 내륙을 방어하는 전초기지로 활약했다.  


고창의 중심, 고창읍성


고창읍성은 원형이 가장 잘 보존돼 있는 성곽으로 평가받는다


고창읍성에는 객사, 풍화루 등 14동의 관아건물이 복원돼 있다


이곳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를 충분히 둬야한다. 1,684m의 성곽과 16만5,858㎡ 크기의 성내를 모두 둘러봐야하기 때문. 우선 고창읍성에 관한 재밌는 전설부터 듣고 본격적인 탐방에 나서야한다. 

작은 돌을 하나씩 머리에 이고 성을 도는 답성놀이와 관련된 것인데, 성을 한 바퀴 돌면 다리 병이 낫고, 두 바퀴 돌면 무병장수하고, 세 바퀴 돌면 극락승천 한다는 전설이다. 이런 답성놀이는 저승문이 열리는 윤달에 밟아야 효험이 있다고 하며, 그 중에서도 3월 윤달이 가장 좋다고 한다. 

또한 지금도 음력 9월9일인 중앙절에는 무병장수와 극락승천을 소원하는 부녀자들의 답성 행렬이 장관을 이루는 국내 유일의 답성놀이가 이곳에서 진행된다.  


약 1.7km의 성곽은 30~40분이면 둘러볼 수 있다


고창읍성 내 우뚝 솟아있는 맹종죽


잠깐이나마 돌을 이고 가는 흉내를 내보고, 30~40분 동안 고창의 전경과 숲을 보며 느긋이 성곽을 걸어보면 고창읍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또 1919년 3월21일 김승옥, 오동균, 김창규 등의 주도하에 고창청년회원, 고창보통학교 학생 200여명이 읍성 북치광장에 모여 대한독립만세를 부른 3·1독립만세 터가 있어 우리 역사를 다시 한 번 새길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도 보낼 수 있다. 

성곽 산책을 마치면 한 숨 돌리고 성내 구경을 이어나가보자. 성내에는 임금을 상징하는 전패를 모시고 대궐을 향해 예를 올린 객사를 비롯해 수령이 기거하던 살림집 내아, 2층 누각 풍화루 등 14동의 관아건물이 복원돼 있고, 하늘 높이 솟은 맹종죽 숲이 여행객을 맞이한다.  



이외에도 고창읍성 일원을 즐기는 방법이 몇 가지 더 있는데, 성곽 바깥쪽으로 크게 돌거나 성곽을 지나 노동저수지까지 걸어 고창의 생태환경을 즐겨도 좋다. 또 주변에는 고창시장, 신재효 고택, 문화의 전당, 고창읍성 한옥마을 등이 기다리고 있다.  


고창읍성

전라북도 고창군 고창읍 읍내리 126


고창의 대표 먹거리, 풍천장어


충분히 명소를 즐겼다면 고창의 맛도 놓치지 말자. 전라북도인 만큼 고창도 맛에 대한 일가견이 있는데, 가장 유명한 먹을거리는 복분자와 풍천장어다. 달고 신맛을 지닌 복분자는 그 효능으로도 유명한데 간을 보호하고, 눈을 밝게 하며, 기운을 도와 몸을 가뿐하게 만든다고. 

특히 복분자로 만든 담금주는 기름진 장어와 궁합이 좋아 고창 내 어느 장어 식당을 가더라도 판매하니 절묘한 맛의 조화를 느껴보자. 풍천장어의 경우 고창의 으뜸 식재료로 간혹 풍천을 지명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풍천은 선운사 어귀 바닷물과 민물이 합쳐지는 인천강 지역을 뜻한다. 



실뱀장어가 민물에 올라와 7~9년 이상 성장하다가 산란을 위해 태평양 깊은 곳으로 회유하기 전 바닷물과 민물이 합쳐지는 지역에 머물게 되는데, 이때 잡힌 장어를 풍천장어라고 한다. 고창의 풍천장어는 유달리 고소한 맛이 강하며 육질이 탱탱해 씹는 맛도 좋다. 더군다나 전라도인 만큼 장어와 함께 나오는 밑반찬도 허투루 만들지 않아 장어와 함께 푸짐한 한정식을 맛볼 수 있다.  


고창에도 지역의 특색을 담은 카페가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최근 여느 여행지와 마찬가지로 고창에도 지역의 도심 및 자연과 조화를 이룬 카페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카페동리도 이런 트렌드에 부합하는 곳으로, 고창읍성 앞에 자리한 초가집 카페다. 레몬석류, 배대추도라지, 복분자 등 과일로 만든 수제 청을 활용한 마실 거리가 인기며, 꽃과 아기자기한 소품으로 꾸며진 내부는 카메라를 들게 만드는 마성의 공간이다.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롯데관광개발[풍천장어&석정온천! 마음의 힐링, 자연먹거리 2일]


 글·사진=이성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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