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직접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영월 한반도마을 부터 정선 아우라지
백두대간에서 샘솟은 물은 모여 천이 되고 합쳐져 강으로 흐른다.
물길을 따르니 영월이 일렁였고 굽이도니 정선이 보였다.
한반도를 품은 선암마을
수 년 만에 다시 찾은 영월 한반도지형 전망대, 시간 깨나 흘렀음을 알려주려는 듯 몰라보게 깔끔해진 모습으로 여행객을 맞는다. 주차공간이 없어 아등바등 도로변 빈틈을 비집어야했던 옛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주차장은 넓고 깔끔하다.
전망대까지는 채 1km도 되지 않지만 산길이라 혹여 불편할까, 나무계단과 목조다리가 깔렸고 곳곳에 안내표지판도 들어섰다. 그야말로 호젓한 산속 산책길이다.
마침 삼일절이어서 그런지, 태극기 문양의 바람개비가 전망대 가는 길 곳곳을 장식하더니 전망대에 이르러서는 아예 태극기 숲을 이룬다. 한반도와 태극기의 조화는 우리네 정서상 지극히 자연스럽다. 저 너머 아래로 한반도 모습을 쏙 빼닮은 지형이 꼿꼿한 자태로 앉아있다.
한반도를 휘 에둘러 감싸 흐르는 평창강은 멀리서 봐도 유유하고 유려하다. 여름철에는 전망대 주위로 무궁화가 만개해 또 다른 조화를 이룬다니, 그 또한 챙겨 만끽해야 할 경치다.
시간과 물길의 지극히도 우연한 합작품이지만, 어찌 그리 한반도와 판박이인지 볼수록 신기하다. 누구나 그리 느끼는지, 전망대에 선 한반도 사람들은 손가락질로 한반도 곳곳을 가리키며 저기가 부산이겠네 서울이겠네, 우리 집은 저쯤이고 너희 회사는 그 뒤쯤 되겠네 하며 지도 읽듯이 들여다본다.
한반도지형전망대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옹정리
자세히 보면 동해 자리에 마을이 있다. 한반도를 품은 선암마을이다. 한반도마을이라고도 부른다. 내친 김에 마을로 내려간다. 전망대 주차장에서 차로 2~3분이면 족하다.
평창강이 마을 앞으로 흐르지 않았더라면, 흘렀다한들 U자형 굴곡을 만들며 휘몰아치지 않았더라면, 휘몰아쳤다한들 한반도 모습으로 깎아내지 않았더라면, 그저 평범한 시골 마을에 불과했을 곳이다. 마을 앞 한반도지형 덕분에 선암마을을 찾는 여행객이 끊이지 않자 선암마을도 편의시설을 갖추고 어엿한 여행명소로 변신했다.
압권은 뗏목이다. 봄이 되면 겨우내 뗏목을 묶어뒀던 끈이 풀리고 뗏목은 여행객을 싣고 강 위를 미끄러진다. 매표소 겸 매장은 너와집인지 굴피집인지 분간하기 애매한데, ‘독도주막’이라는 깃대를 보면 그쯤이 울릉도나 독도 자리인가 보다. 거기에서 섶다리를 건너 강가로 다가간다. 아직 풀려나지 못한 뗏목 위에 서니, 숱한 세월 물살에 깎이고 조각된 한반도의 속살이 오롯이 안긴다.
선암마을
강원도 영월군 한반도면 선암길 66-9
아름다워 더 비극적인 청령포
영월 한반도지형을 휘감았던 평창강은 서강으로 이름을 바꿔 청령포까지 흐르는데, 이 부근에서 다시 한 번 격정적으로 휘몰아친다. 격정의 물결은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인 섬 같은 육지 청령포를 만들었다. 이곳은 왠지 애잔하다. 강으로 막히고 깎아지른 험준한 암벽이 버티고 있는 고립무원의 땅, 이곳으로 유배된 단종의 애통함 때문일 게다.
조선 제6대 왕 단종은 숙부인 세조에서 왕위를 뺏기고 1457년 6월 청령포로 유배됐다. 그해 여름, 홍수로 청령포가 물에 잠겨 강 건너로 처소를 옮길 때까지 두어 달 간 청령포에서 머물렀다. 그해 10월, 단종은 17살의 어린나이에 숨졌다. 영월 사람 엄흥도가 강에 버려진 단종의 시신을 몰래 수습해 지금의 장릉에 암장했다고 한다.
단종이 ‘육지의 외로운 섬’이라는 뜻으로 ‘육지고도’라고 했던 청령포, 그 통한의 섬에 닿는 데는 나룻배로 채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쭉쭉 뻗은 소나무 숲 한 가운데 단종이 기거했던 처소가 재현돼 있고, 마당에는 단종이 기거했음을 알리는 ‘단묘유지비’가 서있다.
숲길 산책로는 단종이 한양을 바라보며 시름에 잠겼다는 노산대, 청령포에 일반 백성이 출입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해 영조가 세웠다는 ‘금표비’ 등으로 이어진다. 수령 600년이 넘은 천연기념물 소나무는 단종의 생활상을 보고 들었다 해서 ‘관음송’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강과 물결, 소나무와 햇살이 어우러진 청령포는 아이러니하게도 호젓하고 아름답다. 단종의 비극은 그래서 더 비극적으로 다가온다. 매년 4월 장릉과 영월읍 일대에서 열리는 단종문화제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일 수도 있다.
청령포
강원도 영월군 남면 광천리 산67-1
사랑이 어우러지는 아우라지
평창 발왕산에서 발원한 송천과 태백 대덕산에서 발원한 골지천은 정선 아우라지에서 합쳐져 하나로 흐른다. ‘아우라지’는 어우러진다는 뜻에서 유래했다.
이곳에서 한 데 어우러진 물은 흐르고 합쳐지기를 반복해 남한강이 되고 한강이 되어 서울까지 이른다. 이곳이 조선시대 때부터 물길을 따라 서울로 목재를 옮겼던 뗏목들의 출발지였던 이유다. 목재를 떼로 엮어 운반해 돈을 많이 벌었다는 데서 ‘떼돈 벌었다’는 말도 이곳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떼돈 벌기가 그리 호락호락했을 리가 없다. 뗏목꾼 삶만큼 고된 게 없었고, 뗏목에 오를 때마다 사랑하는 이와 헤어지는 아픔도 컸으니 말이다. 그 애절함이 정선아리랑에 깃들여졌다. 강을 사이에 두고 만나지 못하는 애절함을 담은 정선아리랑 애정편의 주요 무대가 바로 이곳이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 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싸이지. 잠시잠깐 님 그리워 나는 못살겠네.’
아우라지의 애절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연인들은 송천 징검다리를 총총 재잘대며 잘도 건넌다. 뒤따라 건너니 정자 앞에 아우라지 처녀상이 반긴다. 아우라지의 사연을 전하기 위해 정선군이 1999년 세웠단다.
처녀는 강 건너편을 바라보고 있는데 처녀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아우라지 총각상이 있다. 처녀와 총각을 잇는다고 해서 오작교로도 불리는 아우라지 다리를 건너면 총각을 만날 수 있는데 굳이 그러지 않는다.
아우라지의 유명 여관이자 곤드레밥 정식으로 유명한 ‘옥산장’이 바로 그 부근이니 함께 들르는 게 좋아서다. 대신 송천 출렁다리로 향하니 서서히 저무는 해의 여린 햇살이 아우라지 물 위에 스민다. 어떤 사랑이라도 어우러질 듯 그윽하다.
아우라지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여량5리
관동별미 맛볼까요?
약콩 삼계탕은 말 그대로 약콩을 소스처럼 갈아 넣은 삼계탕이다. 약콩은 서목태 또는 쥐눈이콩으로 불리는 검은콩이다. 그 효능 덕분에 예부터 약용으로 사용했다고 해서 약콩으로 부른다.
영월 고씨동굴 인근에 전문 판매식당인 ‘한식당 나무’가 있다. ‘당뇨,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질환 등 각종 성인병 예방과 치료에 탁월한 식품’이라는 설명 덕분인지 먹을수록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콩의 향기와 맛이 잡내를 잡아주는 것은 물론 고소한 맛을 선사한다. 인삼과 마늘 등 삼계탕 본연의 재료와도 잘 어울린다.
1인분 1만3,000원. 033-373-3200
나무
강원도 영월군 김삿갓면 영월동로 1131-15
옥산장 정식은 크게 ‘곤드레밥 정식’과 ‘더덕구이 곤드레밥 정식’으로 나뉜다. 곤드레밥 정식은 곤드레밥을 주인공으로 수 십 종류의 반찬과 딸림음식이 나온다.
감자로 만들어 쫄깃한 식감이 일품인 감자붕생이와 감자송편, 도토리묵무침 등도 함께 맛볼 수 있다. 여기에 더덕구이를 추가한 게 더덕구이 정식이다.
곤드레밥 정식 1만원, 곤드레밥 더덕구이 정식 1만2,000원. 033-562-0739
옥산장
강원도 정선군 여량면 여량3길 79
기자가 체험한 우수여행상품
아름여행사[약콩삼계탕/옥산장 특정식/태백실비한우 관동별미여행]
글·사진=김선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