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최프로 Feb 13. 2023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배운 적은 없습니다.

준비 없이 마케팅을 해야만 하는 분이라면...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은 마케터이신가요? 적어도 마케팅에 관심이 있으신 분이겠죠? 그럼 마케팅이 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있으신가요?


마케팅은 너무 중요해서
마케팅 부서에만 맡겨둘 수 없다

휴렛팩커드(지금의 hp)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팩커드가 한 말입니다. 이 말을 뒤집으면 그땐 마케팅은 전담 부서에서 하는 일, 그리고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들이, 또 일정 규모 이상의 조직에서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지금은 반대입니다. 전쟁이 터지면 급히 총 쏘는 법만 가르쳐서 바로 최전선에 투입시키는 것처럼 지금은 마케터가, 또는 마케팅을 하려는 사람이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준비 없이 말이죠. 




왜 달라졌을까?


이유는 간단합니다. 고객에 대한 접근이 더 쉬워졌기 때문이죠. 덕분에 예전의 마케팅은 특정 부서의 업무(그것도 돈만 쓰는)였다면, 지금의 마케팅은 곧 돈을 벌 방법입니다. 캘리포니아에서 사금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미대륙을 횡단해서 (그것도 포장마차 타고, 인디언과 싸우며..) 서부까지 달려갔던 것이 인간의 욕심입니다.


눈앞에 기회가 있고, 또 주변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나오는데 나만 손을 놓고 있을 순 없죠. 그래서 마케팅이 중요하다고 얘기하지 않아도 다들 마케팅을 하려고 합니다. 골드러시에 비교하면 이를 마케팅 러시, 브랜딩 러시라고 할 만하죠.


어떤 분은 마케팅이 쉬워졌기 때문이라고도 하던데.. 저는 솔직히 그건 아닌 것 같구요.


기회가 많아진 이유는 (뻔한 얘기지만) 미디어 혁신 때문입니다. 모든 고객, 그리고 사업을 하려는 이들이 서로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죠. 전문적인 마케팅 및 영업, 유통 조직을 갖추고 4대 매체에 광고를 해야 했던 과거에 비해 한결 진입 장벽이 낮아진 거죠.


그럼 무엇이 달라졌을까요?


마케팅의 의미가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일단 마케팅의 사전적 의미를 볼게요. 아래는 네이버 사전에 나온 내용입니다.


제품을 생산자로부터 소비자에게 원활하게 이전하기 위한 기획 활동. 시장 조사, 상품화 계획, 선전, 판매 촉진 따위가 있다.


마케팅 원론 같은 것을 보면 기본적으로 4P를 이야기합니다. 제품(Product), 가격(Price), 촉진(Promotion), 유통(Place)의 앞글자를 딴 거죠. 실제 일정 규모 이상의 마케팅 부서에서 일을 하면 소비자 조사를 하고, 경쟁사를 분석하며, 연간 플랜을 짜고, 광고 및 유통과 관련된 예산을 책정하고, 각종 이슈에 대한 대응도 해야 합니다.


그럼 지금 대부분 회사(소규모 회사가 훨씬 많으니까요)의 마케팅은 어떤가요? 주로 해야 하는 일은 소셜 미디어나 쇼핑몰 채널에 대한 관리죠. 어떻게 해야 콘텐츠 조회수가 더 많아질까? 상품 페이지를 어떻게 구성해야 더 전환율이 높아질까? 이런 것들이에요. 


그러다 보니 팀 단위, 연간 단위로 진행되던 일들이 개인 단위, 일(또는 시간) 단위로 줄어들었습니다. SNS 좀 하고, 포토샵 또는 동영상 제작을 좀 할 줄 알면 신입도 바로 마케팅 업무에 투입되죠. 사수 같은 건 애초에 없었고, 심지어 동료도 없습니다. 하고 있는 일은 마케팅이 맞는 것 같은데, 마케팅을 배운 적은 없는 상황인 분들이 많아졌죠. 



마케팅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얼마 전 어떤 회사의 마케터(솔직히 마케터라기보다, 어쩌다 마케팅 업무를 맡게 된) 분께 이런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 분 역시 사수가 없고, 마케팅 배운 적도 없어요. 이왕하게 됐으니 나름 잘해보고 싶어서 검색도 해보고 이런저런 책도 사봤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책들이나 영상들을 봐도 나에게 당장 도움이 되는 건지는 헷갈린다고 하더군요.


왜일까요? 시중에 있는 마케팅 책들은 대부분 기존의 전통적 마케팅을 다룬 내용입니다. 사례도 대기업(애플? 나이키? 구글?)들이 많고 마케팅에 대한 전반적 이해를 돕는 책이죠.


우리 회사는 대기업도 아니고, 나 말고 다른 마케터가 존재하는 것도 아닌데.. 뭔가 거대한 담론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 당장 도움이 되는 내용을 기대했다가 실망을 하게 됩니다.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려 보면 기능적 접근을 하는 책이나 강의들이 있습니다. 키워드 광고, 인스타그램 활용법, 조회수 높이는 제목 만들기 같은 것들이죠. 당장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선 도움이 되겠지만 깊이는 없습니다.


당장 혼자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분들에겐 급한대로 도움이 되겠지만 어떻게 해야 더 성장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주진 않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하죠?


답은 의외로 가까운데 있습니다. (쉬운데라고 할 뻔했다가, 아차! 하고 얼른 바꿨습니다) 이거 하나만 제대로 이해한다면 적어도 무엇부터 해야 할지 막막함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마케팅은 애초에 무엇이었을까요? 답은 고객에 있습니다. 마케팅은 고객를 이해하고, 고객에 접근하고, 고객에게 판매를 하기 위한 활동입니다. 과거엔 우리 동네 주민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이상 고객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았기에 여러 가지 복잡한 방법을 썼죠.


하지만 앞서 지금은 뭐가 달라졌다고 했나요? 바로 고객에 대한 접근이 쉬워졌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많은 마케터들이 '고객'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심지어 무시하기까지 하죠.


최근 들어 성공한 브랜드들과 관련된 책들이 많이 나와 있습니다. 잘 보시면 공통점이 있는데요. 고객을 어떻게 이해하고, 어떻게 고객과 소통하는 데에 성공했는가에 대한 내용이죠. 




마케팅은 곧 미디어라는 착각.


고객이 뒷전으로 밀린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고객과의 핵심 접점은 미디어이다 보니, 마케팅은 곧 미디어라는 착각을 하게 된 거죠. 미디어를 통해 고객을 만날 방법도 쉬워지고 여러 가지 자동화 툴도 등장하다 보니 마케팅 자체가 쉬워졌다는 착각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건 예전엔 맞고 지금은 틀립니다. 페이스북 초기, 유튜브 초기, 인스타그램 초기 등에는 먼저 이런 미디어의 본질을 이해하고 잘 활용하는 회사들이 큰 기회를 얻었죠. 당연합니다. 경쟁자가 없었으니까요.


지금은 어떤가요? 누구나 소셜 미디어를 합니다. 그것도 대한민국에서 SNS 조금 더 잘한다고 브랜드를 성공시킬 수 있나요? 그게 불가능에 가깝다는 건 조금만 생각해봐도 알 수 있습니다.


과거 전통적 마케팅과 최근까지 유행했던 기능적 마케팅 사이 제3의 길이 필요해진 상황인 거죠.


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상품을 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마음을 사야 합니다.


마케팅을 잘하기 위해서 미디어를 더 깊이 파야겠다는 생각은 접어야 합니다. 기능적 마케팅과 원론적 마케팅 사이에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마케터 분이라면, 그 답은 고객에게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네요.



글은 여기서 끝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내면, 그럼 답을 고객에게 찾는 방법은 뭔데? 라며 화를 내는 분도 계실 것 같네요. 우리 상황에 맞는 답은 스스로 찾아나가야 한다가 정답이긴 하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가이드는 있어야 하니까요. 이 글에 대한 반응(?)이 좋다면 다음 글에서 이어 나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한마디 더.. 예전에 신사임당이라는 유튜버가 스마트스토어로 수익을 올리는 법에 대한 영상을 올리다가 그런 질문을 받았답니다. 그렇게 영업비밀 같은 노하우를 다 가르쳐줘도 되냐고요. 오히려 너무 자세하게 알려주니 진짜인지 의심이 든다는 거죠. 


그때 신사임당의 답이 이겁니다. 어차피 가르쳐줘도 진짜 의지를 갖고 제대로 따라오는 사람은 천에 한 명이라는 거죠. 자칭타칭 '공신' 강성태도 이런 말을 합니다. 우리가 네이티브 스피커가 되기 어려운 이유는 인내심을 갖고 하나하나 가르쳐줄 엄마가 없기 때문이라구요. (그러고보니 신사임당이 직접 가르친 다마고치는 성공했네요) 


마케팅이든, 영어든, 쇼핑몰이든.. 엄마도 없고 의지도 없다면 답을 안다고 해서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답이 고객에게 있다는 말은 제가 광고 대행사에 다니면서도 많은 제 후임들에게, 또 광고주에게도 숱하게 이야기했던 부분입니다... 만, 회사 내에서 되돌아온 질문은 '그래서 다음 캠페인은 뭘로 할까요?' 같은 거였고, 광고주에게 들은 얘기는 '그래서 이번 크리에이티브 콘셉트는 뭡니까?' '요즘 어느 매체가 효과가 좋죠?' 같은 거였죠.


새벽에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군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