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의 경쟁 대응 목적이기보다는, 장기적인 전략의 일환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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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이 기습적으로 와우 멤버십 요금을 월 4,990원에서 7,890원으로 인상하였습니다. 이번 인상 폭이 무려 58%에 달하기 때문에, 곳곳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재밌는 건, 이날 미국 뉴욕 증시에선 쿠팡의 주가가 무려 1년 6개월 만에 20달러를 돌파하는 등 투자자들은 이를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였다는 건데요. 그렇다면 이렇듯 갑작스러운 쿠팡의 와우 가격 인상 이유는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건지에 대해 오늘 이야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대부분의 언론에서는 이번 인상의 배경으로, 중국 커머스의 부상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향후 시장 경쟁이 심화될 것이고, 이에 대비하려면 투자 재원이 필요하다는 건데요. 여기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긴 합니다. 무엇보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가장 쿠팡에게 힘이 되어줄 존재가 바로 와우 멤버십 고객들인데, 이들이 싫어할만한 일을 쿠팡이 굳이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 수익 자체가 문제라면 굳이 무료 배달 확대나 쿠팡 플레이 콘텐츠 확충 등의 추가 투자를 중단하면 되는 거고요.
그래서 이번 인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계획된 내용의 일부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선 쿠팡의 롤모델이라 할 수 있는, 아마존 역시 주기적으로 아마존 프라임 요금을 인상하고 있는데요. 우선 계속 서비스의 혜택을 추가하여, 구독 회원의 체감 효용을 높이고, 이를 통한 추가 유입 효과가 둔화될 즈음에 가격을 올려 버립니다. 비용 대비 여전히 누릴 수 있는 혜택이 크기 때문에, 고객의 이탈은 최소화되는 동시에 이익 규모는 확 커지게 되는데, 이를 다시 멤버십 혜택에 재투자하며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는 전략인데요. 쿠팡 역시 지금은 가격을 올려도 고객이 이탈이 많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기에, 재투자를 위한 수익을 키울 시점이라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차라리 기존 가격을 유지하면서, OTT 혜택 등은 분리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여기에 쿠팡의 진짜 노림수가 있습니다. 막대한 수의 회원을 모아,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여, 다양한 서비스를 총체적으로 제공하여 소비자 체감 효용은 높이고요. 이를 통해 경쟁사의 추격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전략의 핵심이거든요. 따라서 쿠팡은 굳이 이를 분리하지 않는 겁니다.
또한 작년 연말 기준으로 쿠팡 와우 멤버십 회원 수는 약 1,400만 명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1년 말 무려 70%나 와우 멤버십 가격을 올렸을 때도, 회원 수가 줄기는커녕 더욱 늘어났는데요. 다만 이제는 현재 수준의 혜택으로 이 이상 멤버십 회원 수를 키우는 건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결국 수익 확대의 길을 택하게 된 것일 거고요.
다만 경쟁자들은 오히려 이번 와우 가격 인상이 쿠팡을 견제할 적기라 판단한 것 같습니다. 이커머스 업계 내 주요 플레이어들이 일제히 멤버십 가격 인하나 추가적인 프로모션 제공에 나선 건데요.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은 연회비를 5월 한 달간 3만 원에서 4,900원으로 인하하였고, 네이버는 네이버 플러스 신규 고객에게 3개월 무료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들이 간과한 점은, 여타 유료 멤버십들은 결코 쿠팡 와우의 대체재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주 7일 쉬지 않고, 최소 주문 금액 제약도 없는 '무제한' 무료 배송 혜택은 오직 쿠팡 만이 제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쿠팡은 이번 인상 소식을 전하면서, 자신들의 경쟁자로 아예 OTT 서비스들을 뽑을 정도였습니다.
인상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에 대한 힌트는, 역시나 시장 내 압도적 1위 넷플릭스가 공격적으로 가격을 인상했던 OTT 업계를 참고하면 얻을 수 있는데요. 넷플릭스는 수차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시장 지배력은 이전 대비하여 오히려 더 강해집니다. 일부 고객이 이탈하긴 했지만, 지출이 늘자, 1위인 넷플릭스는 유지한 채 오히려 2위 이하의 OTT를 해지하는 움직임이 더 크게 나타났던 건데요. 이를 막고자 경쟁 업체들이 만약 가격을 인하한다면, 당장은 고객을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어차피 장기적으로는 콘텐츠 투자 여력이 줄어들기에 경쟁력이 저하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실제로 티빙, 웨이브 등이 현재 이런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하고요.
그리고 이커머스 유료 멤버십 시장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겁니다. 월에 3,000원 정도 추가 지출이 꺼려져, 와우 멤버십을 해지하는 고객들이 비슷한 돈을 주고 다른 멤버십을 구독할 이유는 없습니다. 쿠팡 수준의 혜택을 주지 않는 서비스라면 더욱 그러하고요. 오히려 여러 멤버십을 중복 사용하던 고객들이 역으로 와우의 이외의 것을 해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여전히 여타 멤버십들과 비교했을 때, 와우의 가격 대비 혜택은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네이버가 향후 3개월 동안 진행한다는 '네이버 도착보장' 태그가 붙은 상품을 네이버 플러스 회원 대상으로 무료 배송해 주는 프로모션은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당장은 로켓배송 수준의 배송 품질과 상품 구색을 제공하긴 어렵겠지만요. 보다 안정화되고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이 쿠팡과 견줄만한 수준까지 올라온다면, 유의미한 대체재로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때도 네이버 플러스가 현재의 저렴한 가격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하겠지만요.
따라서 결국 쿠팡의 와우 멤버십 가격 인상으로 인한 시장 내 극적인 변화는 없을 가능성이 큽니다. 분명 이번 인상이 지난번보다 더 부정적 바이럴이 큰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격을 올린다는 소식에 긍정적인 반응이 뒤따르는 것 자체가 사실 이상한 겁니다. 와우 멤버십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성비가 여전히 좋다는 의견 자체가 소수나마 나오는 것이 오히려 대단한 일이고요. 이는 쿠팡이 지속적으로 와우 멤버십의 혜택을 강화해 왔기에 가능했습니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 나오는 독점적 지위 악용이니 횡포니 하는 주장이 많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결국 상황은 다시 점차 쿠팡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겁니다.
특히 지난 3월 발표한 3조 원 이상 대규모 투자 계획을 보면 쿠팡의 큰 그림을 더욱 자세히 엿볼 수 있습니다. 이번투자를 통해 쿠팡은 현재 전국 시군구 260곳 중 182곳(70%)에서 시행 중인 로켓 배송을 2027년까지 230여 개 곳으로 확대한다고 하는데요.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낙후한 지역에서는 정말 쿠팡 로켓배송 의존도가 심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즉 단기적인 고객 이탈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와 같은 로켓배송 지역의 순차적인 확대를 통해 와우 멤버십의 추가적인 성장이 오히려 가능하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기에 과감한 인상이 가능했던 것이고요. 아마 앞으로도 쿠팡은 아마존이 그랬던 것처럼, 혜택 확대와 가격 인상을 주기적으로 반복하며 생태계를 더욱 강화해 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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