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모두가 현실을 직시하고 연착륙을 위한 준비에 나설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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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몬·위메프의 미정산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습니다. 사태 초기만 하더라도, 일부 정산 지연으로 마무리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지만, 결국 국내 이커머스 업계를 대표하던 두 플랫폼이 기업회생신청을 하는 파국으로 치닿고 있습니다.
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큰 플랫폼들이 연이어 며칠 만에 무너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미 여러 전조 현상이 존재했습니다. 큐텐 그룹의 정산 지연 문제는 지난해 말부터 점차 표면화되기 시작했고, 이번 사태 직전에는 20년 역사를 가진 유명 문구 쇼핑몰 바보사랑이 갑작스러운 폐업을 선언하면서 상당한 규모의 미정산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우리는 이커머스 시장이 위태위태하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저를 비롯하여 대부분은 이렇게나 큰 곳은 안전할 거라며 애써 안심했습니다. 아마 큐텐의 구영배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들도 이렇게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하지만 이제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었고, 우리가 그가 미뤄둔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티몬·위메프 사태는 오픈마켓 시대의 종식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구영배 대표의 구상은 어떻게든 몸집을 키워 나스닥 상장을 성사시키고, 이를 통해 누적된 적자를 한 번에 해결하고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려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 전략의 핵심은 계속 증가하는 적자를 정산 주기를 활용해 버텨내는 것이었으며, 이는 과거에는 효과적이었습니다. 온라인 쇼핑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면서 자연 성장만으로도 자금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고, 풍부한 유동성 덕분에 신규 투자 유치도 용이했으니까요.
그러나 현재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쿠팡의 독주 현상이 심화되면서, 성장이 정체되거나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작년 기준으로 전체 시장 성장의 75%를 쿠팡이 차지했고, 올해는 쿠팡을 제외한 전체 시장이 역신장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런데 이렇듯 거래액 성장이 멈추면 정산주기를 활용한 자금 운용이 어려워집니다. 성장이 둔화되면서 거래액을 앞당겨 받아야 하고, 이는 결국 과도한 마케팅 지출로 이어져 손익이 악화되는 악순환을 불러올 거고요.
오픈마켓 모델은 비교적 적은 자본으로 큰 거래액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아왔습니다. 그러나 거래액 대비 수수료 비중이 크지 않아 매출액이 작았고, 시장에서 상위권을 차지하지 못하면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이베이코리아는 오랜 기간 1위를 유지하며 흑자를 냈지만, 같은 시기 2위였던 11번가는 손실이 계속 쌓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에는 모두가 1등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치킨 게임을 벌여왔던 건데요.
하지만 단순한 선점 효과와 일시적인 마케팅 지출로 구축할 수 있는 경제적 해자는 얕습니다. 시장의 주류는 쿠팡처럼 막대한 투자를 통해 물류 인프라 등 실체가 있는 차별적 역량을 갖춘 기업들이 차지하게 되었고요. 시기를 놓쳐 이러한 준비를 하지 못한 기업들은 점차 도태되고 있습니다. 이제 단순 판매 중개 모델이 설 자리를 점차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오픈마켓 모델의 민낯이 이처럼 적나라하게 드러났기에, 시장의 재편은 피할 수 없습니다. 쿠팡은 추가적인 반사이익을 얻기보다는 지금껏 그래왔듯이 시장의 초과 성장 분을 독식하며, 압도적인 점유율로 계속 커갈 겁니다. 그리고 티몬과 위메프의 빈자리는 G마켓이 차지할 가능성이 그나마 크다고 보는데요. 네이버는 상품 중심 판매라, 딜을 통해 밀어주기 역할을 대체할 수 없고, 11번가는 계속되는 매각설로 동력을 상실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신세계 그룹이라는 안정적인 모기업이 있고, 오랜 기간 대형 셀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온 G마켓과 옥션이 가장 유력한 대안이 될 겁니다.
문제는 이러한 소수의 상위 플랫폼을 제외한 많은 중소 이커머스 플랫폼들입니다. 이들은 대부분 만성적인 적자이면서, 그간 받아온 투자로 인해 극단적인 몸집 줄이기를 통한 생존 모드 전환이 어렵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시장의 신뢰가 사라진 이때, 이들이 가장 먼저 존폐의 기로에 설 가능성이 높고요.
따라서 이들의 연착륙을 위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쿠팡의 독주가 현실화된 수년 전부터 이커머스 업계의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거라는 것 역시 이미 관계자들은 모두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이를 적절히 준비한 곳은 드물었는데요. 비싼 수업료를 치른 만큼 이제라도 잘 대비해야 합니다. 정부는 적절히 개입하여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고, 언론은 위기감을 지나치게 키우기보다는 냉정하게 이를 다뤄야 할 겁니다. 이렇듯 모두의 노력을 통해, 무엇보다 소비자들, 셀러들, 그리고 그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입는 피해가 최소화되며 위기가 지나가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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