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감선(減膳)’이라는 단어를 아시나요? 가뭄이 들었을 때, 왕이 식사를 줄이는 것을 뜻하는 말인데요. 조선시대 세종대왕이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했다고 합니다. 고기를 좋아하기로 유명했던 왕이지만, 감선을 할 때는 고기반찬을 줄이는 건 물론, 술까지 끊었다고 하죠.
왕의 식사까지 제한할 정도로, 당시엔 날씨가 정말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농업 중심 사회였던 만큼, 한 해 농사의 성패가 곧 생계를 좌우하는 문제였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은 어떻게든 날씨를 예측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렇다면 현대 사회에서 날씨는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산업이 발달하면서, 요즘은 날씨가 예전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지는 않죠. 우리가 기상 예보를 챙겨 보는 이유도 대개 '오늘 뭐 입지?'를 고민하기 위해서일 뿐, 생계를 걱정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요.
그런데도 여전히 날씨에 따라 울고 웃는 업종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야기, 기후 변화와 산업의 관계에 대해 나눠보려고 합니다.
올해 겨울, 유난히 따뜻하지 않았나요? 평균 기온도 높았고, 한파도 거의 찾아오지 않았죠. 그런데 이렇게 겨울이 따뜻해지면 걱정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패션 업계입니다. 날씨에 따라 운명이 바뀌는 대표적인 업종이니까요. 겨울이 따뜻할수록, 이들의 표정은 오히려 더 싸늘해집니다.
2018년 겨울은 따뜻한 날씨로 유독 패딩의 할인율이 높았습니다 ⓒ롯데백화점
저도 이런 상황을 직접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2018년 겨울도 올해처럼 따뜻했는데요. 그전 해 겨울이 워낙 추웠던 터라, 상대적으로 더 온화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당시 제가 몸담았던 회사는 의류 기획과 생산을 직접 하는 곳이었는데, 전년도 겨울 롱패딩이 대유행했던 걸 떠올리며 미리부터 대량 생산을 준비했었죠. 하지만 예상치 못한 따뜻한 겨울이 찾아오면서, 큰 위기가 닥쳤습니다. 날이 포근하니 아무도 롱패딩을 찾지 않았던 겁니다. 설상가상으로 패션 트렌드마저 롱패딩에서 숏패딩으로 넘어가던 시점이었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