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준미(金駿眉·Jin Jun Mei)

by 심지훈

올 크리스마스 땐 산타할아버지가 나를 찾았다. 며칠 전 최고급 홍차 금준미를 득템했다.(Oh my Christmas. Thank you for your Christmas present, Father Christmas!) 원주인이 선물 받았는데 먹지 않을 것 같다며 내놓았다. 티백인가, 잎차인가 물었다. 포장을 뜯지 않아 잘 모르겠다고 했다. 모 아니면 도겠거니 하며 일단 샀다. 단돈 1만 원에 샀다. 티백 홍차도 영국산 포트넘앤메이슨(Fortnum & Mason), 싱가포르산 TWG(The Wellbeing Group), 프랑스산 마리아쥬프레르(Mariage Freres)는 웬만한 잎홍차보다 맛이 낫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아이들이랑 예산 봉수산자연휴양림에 가 금준미를 시음할 요량이었다. 크리스마스이브 오전에 금준미를 개봉했다. 고급진 붉은 박스 안에 쇠로 된 사각 차통 6개가 있고, 차통마다 8봉의 금준미가 있다. 봉지 뒷면 설명을 보니, 각봉은 2~3번 우릴 수 있는 양이 담겨 있고, 1번 우릴 때마다 7~9탕까지 마실 수 있다. 봉지를 흔들었다. 사각사각 찻잎 흔들리는 소리. 잎차다 잎차! 홍차 1봉과 2인 다기를 챙겼다.

다인(茶人)은 티백에는 흥미가 없다. 차흥(茶興)이 돋지 않는다. 잎을 요모조모 뜯어보고, 잎을 아기 다루듯 조심조심 다관에 넣고, 끓인 따뜻한 물을 붓고, 다관이 품은 차향을 음미하고, 첫잔을 잔에 따라 맛을 느끼는 이 과정을 다인은 무시로 즐긴다. 이 과정을 번거롭다고 여긴다면 그건 다인이 아니다.

금준미와 함께 외우(畏友) 위현이 준 더 발베니 더블우드 12년산을 챙겼다. 230ml짜리 힙 플라스크(Hip Flask·휴대용 포켓 술병)를 샀다. 거기에 발베니를 담았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엔 휴양림 발코니에서 아내가 준비한 장어를 구워 발베니와 함께 먹었다. 위현이가 알려준 대로 입술을 축이는 정도로 발베니를 맛보았다. 플라스크에 달린 작은 잔에 조금씩 따라 마셨다. 집사람은 두 잔, 나는 네 잔을 마셨다. 발코니에서 찬바람과 함께 마셔서인지 시원하게 잘 넘어갔다.(Thank you for your Christmas present, Wihyeon!)

크리스마스 아침, 예당호가 내려다보이는 숲속에서 금준미 봉지를 오린다. 고급진 붉은 봉지 윗머리를 자른다. 안쪽에 투명봉지가 보인다. 투명봉지 안에 2~3번 우릴 수 있는 참한 금준미가 수줍게 얼굴을 내민다.

금준미(金駿眉·Jin Jun Mei). 현대 최고급 홍차, 중국 복건성 무이산에서 개발된 신품종 홍차로, 기존 정산소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2005년경 양준덕(梁駿德) 선생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출시되자마자 중국 내 최고급 홍차 반열에 올랐습니다. 오직 차나무의 가장 어린 순(순아)만을 사용하여 만듭니다, 금빛 찻잎이 특징이며, 현미의 고소함, 꿀과 같은 달콤함, 풍부한 꽃 향과 과일 향이 조화롭습니다, 금(金): 금빛 찻잎과 찻물을 의미합니다, 준(駿): ‘뛰어난’, ‘훌륭한’이라는 뜻으로, 최고 품질을 나타냅니다. 미(眉): ‘눈썹’이라는 뜻으로, 찻잎의 모양이 가늘고 긴 눈썹과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생성형 AI가 실하게 알려 준다.

시음 차례. 찻잎을 1/3 정도 든다. 아내는 찻잎이 적지 않냐고 한다. “반 정도는 넣어야겠는데.” 순 엉터리. 준엄한 다례(茶禮) 의식을 방해한다. 이럴 땐 무시가 상책. 잎을 관찰한다. 순아답게 잎이 작고 여리다. 군데군데 금싹(金芽)이 보인다. 다기를 열어 다관에 잎을 넣는다. 홍차가 우러나는 적정온도는 85도. 끓인 물을 붓는다. 우리는 시간은 10초에서 1분. 첫탕은 10초. 얕게 우린다. “봐. 내 말이 맞지.” 첫탕을 본 아내의 말. 기가 찬다. 차의 과정을 느끼라는 뜻을, 품으라는 뜻을 13년을 함께 살아도 모른다. 둘째 탕을 우린다. 탕색이 짙다. ‘이제 어쩔 텐가.’ 몽매한 아내에게 묻고 싶은 말. 하나 다례에 일절 도움이 안 된다. 다도 지속. 일곱째 탕에서 탕색이 꺾인다. 내공이 상당하다. 십 탕까지 너끈히 우린다. 크리스마스 금준미 시음 끝. 정말 끝내주는 아침이다. Oh my Father Christmas. God blessed you!
/심보통 2025.12.26.

*궁고재(窮考齋)를 찾은 손님들은 내년 금준미를 맛볼 호사를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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