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로건 Dec 09. 2019

"엄마는 여기 못 오겠죠?"

[놀먹자 치앙마이:제이 2편] 3인 가족 치앙마이 한 달 살기

즉흥적인 느낌주의자 모로, 철저한 계획주의자 로건, 싫고 좋음이 명확한 7살 제이, 치앙마이에서 한 달 동안 놀고 먹고 잡니다. 셋이 각자 다른 시선으로 한 달을 기록합니다. 제이 2편은 로건이 씁니다.


"와! 비둘기가 파티를 하고 있어요."


비둘기가 정말 많았다. 치앙마이의 랜드마크 격인 타패 게이트 앞 광장이다. 나도 비둘기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제이가 워낙 좋아해서 "정말 비둘기가 많네"하며 추임새를 맞춰주었다.


처음에 "비둘기가 5백 마리 있어요"하다가 "이제 비둘기 1천50마리 있는 것 같아요"하더니 "2천 마리가 넘어요"라며 추정치를 계속 늘려나갔다.



이른 아침부터 모로는 '도이 인타논 국립공원'에 투어를 갔다. 함께 일찍 일어난 제이는 엄마가 나가니 자기도 가야 하는 줄 알고 졸린 눈을 비비며, 샌들을 신고 있었다. "제이는 나가는 거 아니야, 오늘은 아빠랑 같이 있어야 해" 하니까 뭔가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집돌이 제이가 자발적으로 나가고 싶다고 하는 건 드문 일이다. 이 페이스를 끊을 수 없었다. 나의 오늘 계획은 치앙마이 최대의 쇼핑몰 센트럴 페스티벌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쇼핑몰에는 제이가 좋아하는 미술 용품점(다양한 색을 좋아한다)과 오락실이 있다.


제이가 샌들을 신은 시각은 9시, 센트럴 페스티벌이 문 여는 시각은 11시다. 2시간의 텀이 있었고,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했다.


마침 생각이 난 곳은, 어마어마한 비둘기 떼에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특히 한국 사람은 잘 안 간다는 타패 게이트에 가기로 했다. 제이에게 물어보니 비둘기를 보는 건 좋다고 했다.



타패 게이트 앞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비둘기 무리가 있었다. 비둘기와 사진 찍고 흥겨워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국 사람들이었다.


그 사이에서 제이는 무척이나 행복해했다. 비둘기 사이를 뛰어다녔고, 먹이를 주고 싶어 했다. 편의점에서 새우깡을 사다 줬다. (새우깡은 갈매기인가)  


한참을 비둘기와 놀던 제이가 한 마디 건넸다.


"엄마는 여기 못 오겠죠. 새 공포증이 있어서. 이곳은 아빠랑만 올 수 있어요."



모로는 종종 주말에 일이 있고, 그때 나는 제이와 단둘이 시간을 보낸다. 보통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쥐어준다. 제이도 좋아하고, 나도 가장 편한 방식이다.


이날 나는 '스마트폰을 쥐어주지 않는다'는 목표를 정했다. 최대한 제이에게 말을 걸었고, 대화를 하려고 노력했다. 제이가 뭘 좋아하는지 요즘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물었다.



타패 게이트부터 시작하는 치앙마이 올드시티의 골목을 함께 걸었다. 운치 있는 길을 걸으며 제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새로운 사실들을 알았다.


생각보다 말이 많은 아이라는 걸, 관찰력이 뛰어난 아이라는 걸, 몰입을 잘하는 아이라는 걸. 그리고 세심한 아이라는 걸 느꼈다. 엄마에게 새 공포증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으니 말이다.


제이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아직 모르겠지. 이제 기회가 있다면 나에 대한 이야기도 제이에게 해줘야겠다.



제이의 픽

블루누들 소고기 국수 (80바트 : 3200원)


제이는 태국에서 음식에 적응하지 못했다. 향신료 맛이 조금만 나면 먹지 않았다. 올드타운을 걷다가 함께 먹은 블루누들 소고기 국수는 그 맛이 갈비탕과 흡사했다. 밥을 하나 시켜서 한 그릇 뚝딱 먹었다. 이후에 한 번 더 갔다. 





매거진의 이전글 우리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