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게 아니라 흐려지는 중이다
빛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희미해질 뿐.
어둠 속에서 반짝이던 작은 불빛들이 서서히 스러진다.
형체는 흐릿해지고, 경계는 무너진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소멸이 아니다.
지워진다는 것은 새로운 여백이 생긴다는 뜻이다.
지나간 감정과 기억이 희미해질수록, 그 자리에는 또 다른 것들이 자리 잡는다.
우리는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조금씩 흐려질 뿐이다.
그러니 너무 슬퍼하지 않아도 된다.
모든 것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