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렵지 않게 늙기
<난 늙는것이 두렵다>
갓 면허를 따고
원초적 초보라는 문구를 뒤에 붙이곤
겁도 없이 밤에 차를 끌고 나갔었다
등에 땀이 흥건히 베이고 가고 싶지 않았지만
가야만했던 잠실까지 가서 간신히 차를 돌릴수 있었고 당시 살았던 광명시까지의 5시간 가까운 초보의 여정은 나를 운전의 성숙한 세계로 인도했다
광명시의 어느 이면도로
5톤트럭도 지나갈정도의 공간을 남겨두고
약간은 차를 비스듬히 세우고 바로 앞 은행에 들렸다
5분도 안걸린 시간
차로 돌아오니 그때로서는 최고급 차였던
각그랜져가 내 차 앞에서 경적을 울려대고 있었다
5톤 트럭도 지나갈수 있는데 왜 저리 빵빵대나?
그래도 미안합니다 고개 숙여 사과를 하고
차에 오르려는데 각그랜져의 창문이 열리며
초로의 남자가 소릴 지른다
"이런 개@~&*:÷%! 젊은것들은 차도 못사게 해야혀!"
그래선 안되는데 그 차로 다가가서
차문을 잡고 소릴 질렀다
"야이! 어따대고 욕이야! 그래 젊은놈한테 욕좀 들어봐라!!...₩/~#@&&.;!!!!"
눈이 벌겋게 뒤집힌 내 기세에 눌렸으리라
내게 욕을 먼저했던 그 초로의 남자는 창문을 올리고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미안하기 짝이없는 일이다
어쨌거나 그는 어른이었고 난 젊은놈이었으니까
오늘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분들의 공연을 보고 왔다 곧 환갑이 되실분도 이 노래패 멤버중에 있었다
나이를 무색케 하는 울림있는 공연이었고
빛나라 청춘이라는 노래패 이름처럼 진정 빛나는 청춘이었다
이 공연장을 나서서 집으로 가는데
내가 벌벌 떨며 야간운행의 정점을 찍었던
잠실운동장앞 교차로가 바로 앞이었다
안하무인의 노인과
아름답게 늙고자 하는 저무는 청춘들과
초보운전의 아슬아슬한 기억이 교차한다
그런데
좋은분들과 좋은 공연을 만나고
나서는길에 왜 추한 기억도 떠올랐을까?
그건 두렵기 때문이었다
내게 욕을 해대던 각그랜져의 늙은이 처럼 늙어갈까봐. .
어느덧 반백년을 살아왔다
독백처럼 내 스스로에게 이야기 해볼때도 되었으리라
그래서
이글을 써가며 두려움을 떨쳐본다
간절한 소망이기도 할것이다
내가 내게 바라는. .
ㅡ나는 늙는것이 두렵다ㅡ
진실 알기를 싫어하는 늙은이가 될까봐 두렵다
아집을 진리인양 설득하려드는 늙은이가 될까봐 두렵다
이제 더이상 배워야할것이 없다고 생각할까봐 두렵다
잠시도 감정을 참지 못할까봐 두렵다
전철안에서 시끄러운 노인이 될까봐 두렵다
싫은것은 이유없이 싫어할까봐 두렵고
좋아도 칭찬 못할까봐 두렵다
욕심이 많아 질까봐 두렵다
좋은차와 더 큰집에서 살기를 원하는 늙은이가 될까봐 두렵다
남의것도 눈에 들어올까봐 두렵다
아내가 차려준 김칫국에 밥한공기를 타박할까봐 두렵다
웃기보다는 화를 많이내는 늙은이가 될까봐 두렵다
즐거운것들은 스쳐보내고 짜증을 권리처럼 자주 낼까봐 두렵다
어디 두려운게 이것 뿐이랴
무엇보다
가슴속에 사랑이 없을까봐 두렵다
가족과 이 세상의 모든 아이와 꽃들과 시와
인연과 음악과 그림과 향내음까지
사랑할만한것들을 사랑하지 못하는 늙은이가 될까봐 두렵다
나이먹음을 두려워하는 늙은이가 될까봐,
다가올 죽음을 외면하려 할까봐 두렵다
몸은 늙어가도 사랑은 늙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