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어머니

by 산돌림









"지 아빠랑 걷는게 똑 같구나"

29살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나와 두여동생을 버린 여자였지만
그래도 낳아준 은혜가 있으니
이만큼 커서 당신이 첫 배아픔으로 낳은 녀석이
이제 결혼하오
소식을 전하는 자리였다

막내가 한돌 되었을때 우리를 떠나갔으니
무려 25년만의 만남이었다

그 어미의 정을 느끼지도 못했을 막내가 어찌어찌
찿아낸 생모는 가락시장의 터줏대감이되어 있었고
우리는 어색하게 시장 한켠 식당에 앉았었다

소주 한병에도 취기는 오르지 않았다
질곡의 삶을 살아왔었을 어미는 아주 작았다
미안함과 당황함을 같이 보이고 있는 눈이 마주치자
가슴도 시렸다

그리고 미웠다
그래 당신이 낳고 버린 녀석들이오
어디 조금 미안은 하시오?
내가 마음속으로 하고 있던 아픈 질문을 느낀걸까
어미는 바빠서 곧 가게로 돌아가야한다면서도

소주잔을 연거푸 비웠다

"결혼식에는 오실거요?"

"그게. . 못 가지 싶다. . "

"네 알았습니다. . "

이것으로 25년만의 재회는 마지막 만남이 될것이란것이 확실해졌고 어미는 어미의 삶으로,
우리 삼남매는 우리의 삶속으로 헤어져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수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내가 입밖으로 낸 말은
나 결혼하오
오실거요?

알겠습니다
이 세마디 뿐이었다

우리 참 힘들게 컸습니다
못된 새엄마에게 둘째와 막내는 구박도 참 많이 바았답니다
아버지와는 대체 왜 그리 무자르듯 헤어지신게요?
엄마가 필요할때 어디 계셨던게요?

하고 싶지만 가슴속으로 참아내고 있던 말들은
의미가 없었다
할수도 없었고 해서도 안되었던것이 맞았겠지. .

"이제 얼굴 봤으니 됐다. . "

그래요
어머니. .
나도 얼굴 봤으니 되었습니다

20년전에
이렇게 만난 생모와의 만남은 그토록 허무했고
난 미치도록 그 어미가 미웠었다

*

결혼식은 황망했다
마치 다른이의 결혼식에 온듯 현실감도 떨어졌다
어느덧 사진을 찍는 순서가 다가왔다
하객들 방향으로 향하자 예식장 문을 빠져나가는 낯설면서도 안타까운 작은 여인의 뒷모습이 언뜻 보였다
어머니였다
서울에서 먼 길을 오면서 어머니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못 온다고 했지만 그 먼길을 에둘러 왔던것은 그저 낳아준 어미라는 예의뿐이었을까?

*

내가 5살때 날 떠나간 어머니와의 기억은 별로없다
한가지 기억 나는건
내가 꾸벅거리며 졸때면
스르륵 끌어당겨 무릎에 날 눕히곤
배를 살살 문질러주던 손길이었다

그 순간은 영원이었고 당연한것이었었다
온전히 나만의 것이던 무릎에는 평안과 안식이 있었다
그 무릎에서 맡았던 어머니의 냄새를 어찌 잊을까

*

아이유의 무릎이란 노래를 처음 들었던날
소주에 눈물을 타서 마시며
잊으려 할수록 더 깊어지는
어머니의 무릎 냄새를 애써 떨구어 보려고 했었다

이제는 미움도 그리움도 세월만큼이나 퇴색되어져간다
내게 포근한 무릎을 기억하게 해준것만으로
내 어머니는 내게 모든걸 주었다

어머니
낳아주신 은혜도 모르고 당신을 미워했던
나를 용서해주시구려
이 못난 놈이 그래도 어머니 생각 한번은 하고 삽니다

어머니 무릎은
정말 편안했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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