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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Jun 14. 2023

수박 아이, 선생님을 향한 마음이라고?

급식을 먹고 나면 바로 3층에 있는 교실에 올라가 강의 준비를 할 생각이었습니다.


다른 반 학생 한 명이 수박을 자신의 젓가락으로 쿡 끼워서 제게 가져왔습니다.

"선생님 이거 제 마음이에요."

괜찮다고 거절했지만 이미 그 수박은 저의 식판 밥 위에 떨어졌습니다.

"선생님이 괜찮다고 했잖아. 그리고 마음을 표현할 거면 담임 선생님한테 해야지. 수박은 어제 나누어준 견과류랑 달라서 급식소에서는 내가 받은 음식을 다른 사람에게 주면 곤란해."

"그러면 다시 가져갈게요."

조각난 수박을 다시 가져가려고 자기 자신의 젓가락을 내 밥 위로 올리려고 합니다.

독감과 코로나가 여전히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입니다. 저 역시 며칠 전에 고열로 고생했었고요.

어제 해당 학생이 견과류 한 봉지를 주고 갔었지요. 괜찮다고 했으나 막무가내였습니다.

왜 다른 반 해당 학생은 저에게 견과류와 수박 조각을 갖다주었을까요?

본인이 먹기 싫어서 그렇습니다. 그렇다면 남기면 될 텐데요. 담임선생님이 오늘은 수박을 다 먹어보라고 말했던 모양입니다. 

저는 더 강한 말을 하고 싶었으나 많이 참았습니다. 마음이라고 표현한 대목에서 아이에게 상처되는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았거든요. 선생님을 향한 마음이라는 것을 믿어도 될까요? 저와 전혀 레포가 없는 아이입니다. 어렵습니다.

혹시라도 제가 급식 후 강의를 해야 한다는 급한 마음 때문에 그 아이에게 상처를 주진 않았을까 하는 후회도 되었습니다. 담임선생님에게 수박 이야기를 해드렸고요. 학생이 혹시라도 마음이 언짢았을지 봐달라고 부탁하고 교실에 올라왔지요.

수박 아이가 어떠한 마음으로 수박을 건네려 했든 간에 선생님을 향한 마음이라는 문구를 믿어 줄 걸 하는 후회도 해보았습니다.

급식판과 수저를 정리 공간에 내려놓으면서 내 마음이 급했구나, 내 탓만 하면서 급식소를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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