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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Jun 17. 2023

뭐? 블루투스?

점심시간 끝나기 2분 전이었습니다. 학생들이 모여서 언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앞문을 열고 들어갔으나 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곧이어 6교시 시작 종이 울렸지만 모여 있는 아이들은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무슨 일이야?"

"애들이 저보고 놀려요."

"아니에요. 물고기 닮았다고 말한 것뿐이에요."

"니가 블롭피쉬라고 했잖아!"


"블루투스? 그게 물고기야?"

내 말에 모여있던 녀석들은 웃음을 터트렸습니다. 왜 웃는지 저는 알지 못했습니다.


"선생님 블루투스가 아니고 블록피시요."

"그게 뭐야? 물고기 이름이야? 블루투스나 블록피시나 비슷하구만."


6교시 수업 시간이 5분 지났지만 네이버 창을 열어 '블록피시'라고 검색했습니다.

'블록피쉬로 검색한 결과입니다.'

사진 보는 순간 스무 명 넘는 아이들이 폭소했지요.


TV를 보지 않는 저로서는 처음 보는 물고기였고, 사람 외모 못생겼다고 놀릴 때 나오는 물고기라고 짐작만 할 뿐이었습니다. 핑크빛 나는 사진을 굳이 크게 보자고 하더군요.


놀린 친구와 놀림당한 친구 둘 다 앞에 나왔어요. 서로 마주 보고 상대방에게 해야 할 말을 하게 했습니다.


"미안해."


둘이 물고기 이름을 서로 주고받았더라고요. 둘 다 해당 물고기랑 닮지 않았는데 말입니다.


말귀 못 알아듣는 저는 놀리는 말인지 모르고 사오정 역할을 해버렸지만, 그로 인해서 전체가 웃으면서 갈등은 사라졌습니다.


일부러 상황을 웃게 만들려는 의도는 아니었습니다. 선생님이 모자라 보이니 아이들은 설명하고자 애를 썼고 선생님이 검색을 통해 교실 상황 알아차린 것에 대해 속이 시원한가 봅니다.


심각하게 보이는 일도 조금만 방향을 틀면 단순하게 해결되지 않나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아이들 덕분입니다.


아이들은 오늘 알게 된 물고기 이름 까먹지 않을 것 같아요. 블롭피쉬 외모 덕분에 교실이 유쾌해졌습니다.


6교시 '노래 부르기' 동아리 10분 까먹었네요. 웃음으로 채웠으니 학급 교육과정 잘 소화했습니다.


https://m.blog.naver.com/true1211/223127226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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