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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Jun 19. 2023

"오늘이 전부인 것처럼" 학생에게 선한 영향 주는 특권

작년 나는 5학년 3반이었고 박 OO은 5학년 2반이었다. 내가 연구실을 오갈 때면 나에게 먼저 인사하는 친구였다. 

"선생님 작가 맞지요? 무슨 책 쓰셨어요? 동화도 쓰세요?"

나만 보면 질문을 하는 친구였다. 아마도 내가 맡은 3반에서 내가 작가라는 말을 들었나 보다.

박 OO이랑 연결고리는 특별히 없다. 마주치면 작가라고 알아봐 주고 반갑게 인사하는 게 전부다. 가끔 동화책 읽을거리 추천해 준 정도였던 것 같다.


요즘 자주 마주쳤다. 6학년이 된 박 OO은 여전히 교사 작가인 나를 기억해 주었고 무슨 책 쓰고 있냐고 물었다. 

"동화책도 쓰세요?"


동화책. 지난 겨울방학 때 대학원에서 단편 썼다. 교수님이 나에게 100점 만점에 99점 줬다. 사건이 너무 많고 인물관계가 복잡하다는 지적을 받긴 했지만 전날 저녁에 잠깐 쓴 것치고는 분량이 많았다. 인쇄해서 동기 10명에게 나눠주느라 5천 원 정도 비용이 발생했을 정도다.

동화를 쓰고 싶어서 아동문학을 공부한다. 내가 쓴 동화를 아이들과 한 학기 한 권 읽기 하는 기분 누리고 싶다. 특별히 외부에서 작가 초청하지 않아도 자체 작가와의 만남 진행이 되니 좋은 기회겠지.


지난주 금요일 점심때 박 OO에게 내가 쓴 책 중에 한 권 선물할 테니 우리 교실에 들르라고 말해줬다. 환한 표정이 주말 동안 생각났다. 깜박하지 않으려고 메모도 해두었다. 

출근길에 1층 현관에서 박 OO을 또 만났다. 이건 운명이지. 우리 반 친구도 아니었지만 책을 주고 싶었고 오늘 줄 수 있다.


《오늘이 전부인 것처럼》에 사인을 했다. 쉬는 시간에 올 줄 알았는데 오지 않았다.


급식소에서 식사를 하는데 박 OO이랑 마주쳤다.

"선생님 어디로 갈까요?"

"밥 먹고 5학년 1반으로 와."


점심시간에 동생들 교실을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우리 반 학생들은 자기들도 책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박 OO은 내가 맡고 있는 학생이 아니었기에 편애한다는 오해는 받지 않는다. 당당하게 책을 주고 함께 사진을 찍었다. 


교실 문을 나가자마자 책을 열어보는 것 같다. 교사 작가인 나에게 보여준 관심 덕분에 내가 동화 작가를 꿈꾼다. 


출간의 기쁨도 느꼈지만 내가 선물하고 싶은 사람에게 내 책을 사인해서 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출간 작가의 행복이다.

박 OO에게 오늘은, 어른이 되어서도 생생하게 기억하지 않을까. 


학생에게 선한 영향 줄 수 있는 특권. 내가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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