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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Sep 08. 2022

교사는 '안내자'란 사실 기억하자.

모를 수도 있지.

아침마다 전쟁이다. 세 자매 등교와 나의 출근!

"선생님 치과 검진 안내장이 없어져어요."

지난 4월 나눠줬다. 여름 방학 시작할 때 8월 말까지 검진해야 한다고 방학 계획에 공지했다. 어제까지 치과 검진이 이루어지지 않아 개별 알람 전송도 했었다.

유치원에 희윤이가 들어간 후 전력질주했다. 3층 교실까지 올라가자마자 컴퓨터 켰고 안내장 없다는 학생을 나오라 했다. 학교 홈페이지 들어가는 방법, 안내장 찾는 방법을 알려준 후 안내장 인쇄를 해주었다.


어제 원격수업을 했었다. 콘텐츠 형 수업이었기에 알림장에 첨부한 링크를 누르면 유튜브로 연결되어 수업을 들을 수 있다. 과제를 하지 않은 친구도 있었다. 미술 과제용 종이에는 블로그 공지한 '링크가 열리지 않아서 못함.'이라고 적어두었다.

"홈페이지는 링크 열리던데."숙제를 해온 친구들이 말한다.

"어제 선생님한테 전화했나?전화했었어야지."

수요일 일찍 마치는 날이다. 어제 과제 해결을 위해 몇 명은 교실에 남았다.

"선생님 제 폰은 키즈용 유튜브 나이 제한이 있어서 어제 링크 안 들어가져요."

"내 폰으로 해라."

나는 스마트폰을 빌려주었다.


오후 누리교실 운영을 하느라 쌍방향 수업 진행을 하고 있었다. 누리교실 신청방법을 몰라서 학생에게 전화 왔다. 전화를 짧게 받고 수업 중이니 내일 교실에 와서 물어보게 했다. 교실에서 누리교실 신청 방법 10번은 말했었다. "네이버 웨일 들어갑니다. 학교 로그인합니다. 누리교실 아이콘 누릅니다. 교사 이름을 검색하면 선생님 강의 뜹니다. 수강 신청 누르세요."


안내장 찾는 방법을 포함하여 나에게 익숙한 일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생소한 정보일 수도 있다. 학생, 학부모들이 당연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일을 잘 모른다고 했을 때 당황했었다. 나에게 익숙한 일이 반드시 다른 사람에게도 접근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나는 학교에서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고 세 자매 안내장이나 제출물 등에 대해 딸들 학교에 문의할 내용이 없는 편이다. 그러나 학생, 학부모는 모를 수도 있겠다는 이해가 되었다.


나도 나에게 익숙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반복 질문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이 톡톡 담당자에게 물었다.

"선생님. 스마트 단말기 고장 났는데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선생님 여러 번 안내하셨는데 질문드려서 죄송합니다."


몇 달 전만 해도 "당연히 쉬운 건데 왜 몰라?" 하면서 속으로 화를 참느라 애먹었다. 감정을 실어 "내가 100번 말했습니다."라고 말했었다. 이제는 그럴 수 있다는 마음으로 반복해서 알려준다. 모든 사람이 잘 기억할 수 없고 꼼꼼하지도 않다는 사실을 이제야 받아들인다. 교사는 안내자다. 이것만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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