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과 열정 사이 4

스스로 지켜내는 질서

by 아름다운 나날들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세상이 자기 안의 질서를 흔드는 순간을 맞는다.

누군가가 내 마음을 함부로 대하거나, 관계의 균형이 완전히 무너졌을 때 우리는 본능적으로 ‘싸우거나 피하거나’ 한다.

그러나 진짜 성숙은 그 어느 쪽도 아닌, 스스로의 질서를 지켜내는 선택에서 시작된다.


나 역시 그 과정을 겪고 있다.

상대의 폭주와 왜곡, 억지 주장 속에서 나는 오래 흔들렸다.

말을 해도 통하지 않고, 침묵하면 더 밀려났다.

그래서 어느 순간 결심했다.

이제는 그의 변화에 내 삶을 맡기지 않겠다.

대신, 내가 지켜야 할 ‘내적 법’을 따라 살기로.


그 질서란 무엇일까.

그건 아주 작고 구체적인 것들이다.

하루를 정돈된 마음으로 시작하는 것,

감정의 쓰나미 속에서도 “이건 그의 문제”라고 구분하는 것,

그리고 ‘나답게’ 말하고 행동하는 일.

이건 누가 대신 세워주지 않는다.

스스로 다잡아야 하는, 내면의 국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오해한다.

조정을 시도하거나 절차를 밟는 것을 ‘굴복’으로 본다.

하지만 진짜 굴복은, 내 감정에 끌려 내 질서를 잃는 것이다.

법을 따르고, 원칙을 지키며, 내 목소리를 정제된 언어로 표현하는 일은 오히려 가장 강인한 자존의 형태다.

그건 복수도, 사과도 아닌 ‘자기 질서의 선언’이다.


이제 나는 안다.

존엄은 외부의 인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의 혼란을 질서로 다스리는 데서 자란다.

상대가 폭주해도, 세상이 흔들려도,

내가 나의 리듬을 잃지 않는다면 나는 무너지지 않는다.


그 질서는 나를 보호하고, 나를 다시 일으킨다.

그리고 언젠가, 그 평정한 질서 위에서

나는 다시 나답게 사랑하고, 일하고, 살아갈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냉정과 열정 사이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