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소문 전략서 '컨테이저스'에서 적극 추천하길래 구입. 저자끼리 아는 사이라고(..) 컨테이저스 저자의 멘토였다는 분이 참여한 책답게 '의사소통의 효과 극대화'라는 주제도 비슷하다. 컨테이저스에 영향 많이 준 듯.
저자 칩 히스와 동생 댄 히스 형제는 스티커처럼 사람들의 뇌리에 착 달라붙을 수 있는 메시지의 여섯 가지 핵심 요소로 단순성, 의외성, 구체성, 신뢰성, 감성, 스토리를 강조한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요소는 단순성.
그렇다면 짧고 간결하면 좋은 메시지일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요약문이 아니다 (33페이지)
화려한 미사여구나 멋진 단어들을 나열한다고 좋은 글이 되지도 않겠지만, 단순히 요약만 잘한다고 해서 인상 깊은 메시지를 전달하기도 힘들 것이다. 결국 양보다 질. 저자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메시지를 만드는 비법으로 '지휘관의 의도'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작전계획이 유용하다고 믿는다. '계획을 수립했음'을 입증하는 증거로서... 하지만 콜디츠 대령은 계획 그 자체에 대해서는 '솔직히 실제 전투 현장에서 아무런 쓸모도 없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1980년대에 미군은 군사계획 절차를 수정하고 (바람직한 최종 상태를 의미하는) '지휘관의 의도'라는 신개념을 도입했다. (50페이지)
다음은 보기만 해도 아련해지는 수류탄 투척 훈련 장면. 투포환을 연상케하는 자세가 포인트.
요즘엔 좀 달라졌나 보다.
자고로 쥐 잘 잡는 고양이가 좋은 고양이. '적 살상'이라는 '지휘관의 의도'만 명확히 전달한다면, 자세 신경쓰다 망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지휘관의 의도는 직속 상사로부터 상세한 지시가 없다 하더라도 모든 계급의 병사들이 행동을 취할 수 있도록 해준다 (51페이지)
단순하되 의도가 쉽고도 명확해야 좋은 메시지. '주주가치 극대화'는 좀 있어 보일지 몰라도, 사람들을 구체적으로 행동하게 만들려면 '싸게 많이 팔자'가 낫다는 얘기.
단순한 메시지란 단순한 요약이 아니라 핵심과 간결함의 결합 (56페이지)
나머지 요소들도 나름 타당한 근거와 논리를 제시하기 때문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된다. 다음으로 인상깊었던 요소는 감성.
심리학자들은 재밌는 실험을 참 많이 하는 것 같다. 한 집단에게는 계산이 필요한 질문을 던지고, 다른 집단에게는 '아기'라는 단어를 연상하게 한 후, 기부금을 모금했더니 두번째 집단이 훨씬 많은 기부를 했다고.
분석이라는 모자를 쓰고 나면 우리의 감정적 호소에 전과 다른 방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우리의 '느끼는' 능력을 억제하는 것 (248페이지)
믿게 만들고, 행동하게 만들려면 이성보다는 감성을 자극하는 메시지가 더 효과적이라는 얘기인데, 결국 게으름뱅이 뇌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 아닐까 싶다. 감성은 머리 굴릴 필요 없이 반사적으로 동작하지만, 이성은 귀찮게 머리를 굴려야 하니깐.
그럼 사람들이 감성에 의지하도록 최대한 원초적인 욕구를 건드리는 메시지가 최선일까? 사람은 복잡한 동물이라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다음과 같은 메시지와 함께 보너스를 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반겼던 메시지는 3번이었다고 한다. 자기존중, 즉 좀더 고차원적인 동기 부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는 얘기.
1. 물건을 사라고 주는 보너스
2. 은행 잔고 늘리라고 주는 보너스
3. 회사 발전에 기여해서 주는 보너스
그렇다면 3번을 선택한 이들에게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메시지를 물어보면 어떤 답이 나올까? 의외로 1, 2번이라고 답한 사람이 더 많았다고. 자신은 수준 높은 동기에 반응하지만, 남들은 원초적인 동기에 반응할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 자신을 과대평가하는 경향도 있을테고,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사람들은 모두 자신이 치우지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 동료 의사들이 제약회사의 뇌물 공세에 영항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의사들의 비율이 84%, 그러나 자신이 그 뇌물에 영향을 받는다고 대답한 비율은 고작 16% - 우리는 왜 실수를 하는가 (107페이지)
재밌다. 인간은 원초적인 욕구부터 단계적인 충족을 시도한다는 매슬로의 이론이 완벽하진 않구나.
개인적 이익은 때로는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지만 때로는 오히려 반작용을 초래하기도 한다 (277페이지)
특히 정치적 결정을 내릴 때 사람들은 당장 내 주머니에 돈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의 이익'같은 수준 높은 동기에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래도 특별한 상황에서의 예외를 제외한다면 결국 ①뇌를 귀찮게 하지 않고, 즉 머리 굴려야 하는 상황이 없고 ②즉각 반응을 불러올만큼 감성적이되 ③짧고 구체적일수록 '스티커 메시지'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저자의 표현을 빌리면 '간단하고 기발하며 구체적이고 진실되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를 만들면 된다고. 아니 이보시오 저자 양반 너무 어렵다.
그래서 쉬운 예시도 알려준다. 바로 속담.
세르반테스는 속담을 '긴 경험에서 우러나온 짧은 문장'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77페이지)
'남의 떡이 커보인다'와 같은 속담은 너무나 명쾌해서 뇌리에 착 달라붙는 것은 물론, 종종 현명한 삶의 지혜가 되어준다. 개인적으로는 '병은 널리 알려야 낫는다'는 속담이 살면서 제일 공감되더라.
여섯 가지 법칙 어쩌고 할 때는 실천은 어렵겠다 싶었는데, 속담이라고 하니 별로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저자는 쉽지 않을 거라고 얘기한다. 바로 '지식의 저주' 때문.
일단 무언가를 알고 나면 알지 못한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상상할 수 없게 되는 것... 지식의 저주는 우리의 지식을 타인에게 전달하기 어렵게 만든다 (39페이지)
저자는 여섯 가지 법칙을 달달 외우고, 속담을 줄줄 꿰차도 '지식의 저주'가 모든 것을 쓸모없게 만들어버릴 거라며, 책 전반에 걸쳐서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사람들이 내 메시지를 이해할까?'라고 자문하는 전문가는 언제나 '그렇다'는 결론을 내린다. 왜냐하면 그 자신이 이해하고 있기 때문 (420페이지)
'지식의 저주'를 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부의 대국민 발표문에 사용되는 어휘는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가급적 초등학교 수준을 벗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최선은 쉽게만 쓰는 것이 아닌, 상대방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
아이디어를 단순하게 만들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수업의 핵심을 찾는 것이며, 그 다음은 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는 지식을 거기 묶어 연관지어 설명하는 것 (388페이지)
많이 공감가는 내용.
필요한 것의 30%만 가르치고 자신은 다 가르쳤다고 생각...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전문가가 되면 자신이 하는 것이 자동화되어서 암묵적이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오히려 인식이 없어지는 것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은 전부라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일부만 전달하는 경우도 있다는 얘기. 자전거 타는 법을 가르친다고 생각하면 쉬울 듯하다.
① 양쪽 핸들을 5:5로 힘을 나눠 잡고
② 힘차게 패달을 밟는다.
뭔가 많이 빠진 것 같은데, 더 이상 매뉴얼이 떠오르지 않는다. 자전거를 탈 줄 아는 사람은 매뉴얼이 자동화되어 인식 없이 타게 된다는 얘기. 사실 예전에 자전거를 가르쳐본 적이 있는데, 설명 아무리 해봐야 소용 없고, 팔꿈치랑 무릎 보호대 채워주니까 금방 배우더라.
상호간에 신뢰나 친밀도가 높을수록 메시지 전달이 잘 된다는 연구도 있고 하는 걸 보면, 메시지만 잘 만든다고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제일 좋은 건 역시 동기를 부여해주는 것. 목 마른 사람에게는 우물 얘기를 꺼낼 필요가 없으니까. 다음은 저자가 극찬한 동기부여 메시지.
'표준방정식 같은 걸 어디다 써먹죠?'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아마 아무데도 써먹지 못할 거야.' 그런 다음 나는 아이들에게 사람들이 역기를 들어올리며 운동을 하는 것은 누군가 그를 쓰러뜨린 후 몸 위에 역기를 올려놓는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찬가지로 수학을 공부하는 까닭은 논리적인 사고력을 기르기 위해, 그래서 더 좋은 변호사나 의사, 건축가, 교도소장 또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 수학은 정신을 위한 근력 운동이다. 그것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지, 목적 그 자체는 아닌 것 (284페이지)
수학 교육의 본질을 학생들이 알고 있는 지식과 잘 연관지은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그나저나 수단과 목적을 헷갈리지 않는 것, 달과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헷갈리지 않는 것, 참 어려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