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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향마을 우전(乌镇)의 아침과 마지막 차 한 잔

새해맞이 여행의 마지막 풍경

by 우리도 처음이라
머무름이 만들어준 아침

아침의 우전(乌镇)은 아직 고요했다. 새벽공기를 깊게 들이마시며 마을 산책을 나섰다. 밤새 머금은 습기가 돌길 위에서 은은히 피어올랐고, 물길 옆 집들은 아직 잠들어 있는 듯 조용했다. 이른 시각의 우전은 전날 저녁의 북적임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런 풍경은 이곳에서 하룻밤을 머물러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었다.

마을 안쪽의 염색장(草木染)에 다다르자 바람에 흔들리는 천이 줄지어 서 있었다. 선명한 쪽빛과 노란빛, 붉은빛이 아침 햇살과 섞이며 천천히 흔들렸다. 손끝에 닿는 천은 차가웠지만 그 사이로 스며드는 빛은 잔잔히 따뜻했다. 낮게 깔린 새벽 공기와 부드러운 햇살 덕분에 그곳은 한 장의 사진 같은 풍경이 되었고, 우리는 그 아침을 오래 남기듯 셔터를 눌렀다.

산책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오니 따뜻한 조식이 준비돼 있었다. 훈둔과 볶음밥, 갓 쪄낸 만두와 고구마, 두유 한 잔이 담백하게 테이블 위에 놓였다. 소박한 식사였지만 이른 아침의 공기와 닮아 있었고, 조금 전 걸었던 길과 염색장의 쪽빛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여행을 마무리하는 차 한잔

식사 후 숙소를 나서 떠나기전 마지막으로 물가의 차관에 앉았다. 드리워진 발 사이로 물빛 풍경이 조용히 들어오는 차관은 천천히 흐르는 물결과 가늘게 흔들리는 나뭇가지, 그 위로 낮은 햇살이 내려앉았다. 보온병에서 차주전자로 따뜻한 물이 떨어지고 은은한 향이 퍼졌다. 한 모금의 차가 입안에 머무는 동안, 시간도 잠시 느려지는 것 같았다.

경덕진(景德镇)의 흙과 불을 지나 우전의 물과 빛으로 이어진 새해 여행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요란하지 않았지만 천천히 스며드는 색과 공기 속에서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기분은 충분했다. 떠나오는 길에도 그 아침의 공기와 느린 숨은 오래도록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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