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인반수

조성범

by 조성범

반인반수

죽은 시간을 처먹는 놈팡이를 가장한 할망구
말이 말라비틀어진 조국의 말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한,
반만 사람의 탈을 쓴 반인반수
절반의 탈바가지도 아까운 족속
가면무도회, 피의 역사를 뒤집어쓰고

시간을 기르는 마귀할멈의 미소에
졸렬한 죽음이 걸어 나온다.

"세월이 위기이자 기회입니다"

사탄이 활개 치는 악의 미소
잔주름 끌어당기며 주걱턱 곧추세우고
웃음을 흘리는 저주받은 늙은 노망의
품에서 퍼지는 악취조차 파렴치하네

갖은 교언영색으로 한글을 능멸하는
망국의 세습과 색인
오늘도 수십만 원짜리 탈바가지 머리 올리고
오색빛깔 뒤범벅이 된 치맛자락 날리며
굽신거리는 사탄의 똘마니, 인사를 받으며
보무도 당당히 손가락을 쳐든다

피의 사제, 유신을 옆구리에 차고
웃음을 흘리며
"악의 딸이 사탄이 되어"
조국을 죄인의 땅으로
무다리를 땅속에 처박고 있네

거짓 영혼, 영혼 없는 눈알이
두리번두리번 먹잇감을 찾아
칼날을 번뜩이며 수첩을 물들이는 날

밤을 벤 칼은 피를 기억하나니
시간이 세월이 되어
주인의 피를 찾으리라
그날이 그날이


2014.7.21.
조성범

. 돌고 돌아 언덕을 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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