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고 건축과 나와 운 좋게 대학 진학해 졸업하고 건축설계 23년하다 어느 날 갑자기 건축 디자인 때려치우고 더 늦기 전에 하고픈 일하겠다 내 맘대로 갔다 지천명에 중학교의 꿈과 열망 문학 글쟁이의 길로 가는데 안해(아내)는 무던히 먹거리 찾아 생존의 노동을 하고 있다 얼굴 보는 날이 싸우는 전쟁터이고 온갖 말이 창이 되어 뾰족하게 갈고닦아 사정없이 던지다 보니 팔 년의 시간 동안 시집 세 권과 공저 네 권을 내는 중 어느 날 내 길도 소원이지만 아내의 뒷모습에서 떨어지는 울분, 침잠된 허기를 보고 뭐라도 해서 보탬이 되고자 품팔이 일터로 나섰다 정직 건축가 월급의 삼분의 일을 줘도 왜 이리 고맙다 하는지 그게 궁금하다 품팔이 노동하다 쓴 글 수천 시 쌓여 4 시집 기다리는데 다비삐 출간하여 뭐하나 하다가도 그저 안쓰럽구나 때가 되면 숨빛 쬐겠지
2020.9.1.
조성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