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운 교수의 영국 이야기]
ㅡ 탐독하고 쓰는 후기
건축 설계를 했던 사람으로 자괴감이 들고
미안하다는 생각이 앞서는군요.
현대건축이 우리 것이 아닌 외국에서 온 것이지만 우리의 도시건축과 도시계획 설계는 어떤 면에서는 혁명적이긴 하지만 철학의 빈곤이 심한 게 사실입니다.
서울 종로통 피맛골이 있던 자리를 뭉개고 도시정비 사업하고 있는 거리를 보노라면,
이건 뭐 자본의 폭력 그 이상 그 이하 아니라 봅니다.
우리의 건축, 도시건축은 왜 그렇게 무지막지하게
자본 논리로만 지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한국 건축가나 도시계획가는 세계적인 전문가가 없어 그렇게 몽매하게 오직 자본 논리에 빠져 질척거리고 있는 것인가 말입니다.
이 논제를 회피하는 것이나 죄를 피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돌려서 말하면 우리의 도시건축설계에 있어서 건축가 도시계획가의 위상이 선진국의 문화 사회와는 같을 수 없는 얕은 상태에 있다는 것입니다.
건축가나 도시계획가의 위상은 단지 자본가나 권력자의 종일뿐 스스로 자립할 수 없는 역학 구조를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서울시 등 도시계획 심의 위원회나 건축심의에 한 번이라도 참석해 보면 위원장인 부시장의 눈치에 따라 위원(유명대학 알려진 교수이고 대부분 미국, 유럽 등 세계적인 대학의 유학파이다)들이 입도 뻥긋 못하고 결정되는 것을 너무나 쉽게 봅니다.
건축(도시계획 포함)은 인간, 시간, 공간을 다루는 전문가라고 하는 역사학자들의 정의에 대부분 건축계에 있는 종사자들은 동의합니다.
여기서 문제 되는 것은 건축의 결정 단계가 생각보다 복잡다단하다. 그것을 조율하는 최고 컨트럴 타워인 건축법 등 상위 체계와 법을 만드는 국회, 세부 법령과 지침을 만드는 정부와 지자체 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데 거시적인 공익 관점보다는 미시적인 자본논리에 철저히 중독되어 있다는 자괴감입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의 건축도 서구 건축의 모습처럼 향기로운 도시와 삶을 만들 수 있을까요.
2016.12.22.
조성범
*그림. 김낙춘 스승님(충북대학교 건축학과 명예교수, 화가,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