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패門牌
한 집안의 살아있는 지문이며
큰 어른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어머니의 숨결이 문설주에 서려있네
대궐 같은 집일수록 허욕과 두려움에
스스로 부모님이 지어주신 성과 이름을
재빨리 숨기느라 설주는 맨질맨질하네
거리를 걷다가 빛바랜 기와집에
머리 곧추세우고 걸려있는 문패를 보노라면
향기의 무게에 바람조차 슬금슬금 바닥을 쓸기 바쁘구나
집은 크고 마당은 헤벌레 하게 넓으나
옥으로 갈고닦아 달빛조차 미끄러져
낙상하기 딱 좋은 그런 집은 왠지 휑하네
솔 문패, 한 집안의 역사가 고스란히 묻어있고
비바람에 달랑달랑 거리지만 풍문風聞를 껴안으며
빛 조차 그림자를 뿌리려 깃을 여미네
사계의 바람소리를 온몸으로 껴안으며
사천왕의 눈매가 사방을 적요하게 지켜주니
인물 향이 문패를 타고 만 리를 적시네
2013.1.24.
조성범
사진. 안동 풍산김씨 영감 댁 / 문패
(출처: 한국민족문화대백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