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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석 Jan 21. 2017

사법부는 썩었다

- 국정조사에서의 위증만으로도 이재용은 구속되어야 한다

2017-01-21(토) 김용민 브리핑 토요판에 실린 [최동석 칼럼]입니다. 아래 링크에서 들을 수 있습니다.

0121토① | 김기춘 조윤선 구속…이재용 영장 재청구한다


사법부는 썩었다

국정조사에서의 위증만으로도 이재용은 구속되어야 한다     


안녕하십니까? 최동석입니다.     


1.

2017-01-19, 그러니까 지난 목요일 새벽, 특별검사가 청구한 이재용의 구속영장을 조의연 판사가 기각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오늘은 이 얘기를 좀 해야겠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괴감이 들고 괴로워서 잠을 잘 수가 없었다고 하면 과도한 걱정일까요? 인사조직론을 공부한 사람으로서, 우리 사법부는 정의감도 선한 의지도 거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더 확인했습니다. 일말의 양심도 없는 자들이 사법부에는 너무 많이 포진되어 있음이 다시 확인되었다는 말입니다.      


1.1.

사법부를 성역으로 여기며 사법부 비판을 금기시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금기가 없는 세상이 바로 민주주의입니다. 영장전담 판사의 엉터리 논리를 보고도 분노하지 않는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사법정의와 민주주의와 시대정신을 거부하는 판사들을 그냥 두어야 한다는 말입니까? 사법부는 썩었습니다.     


2.

이재용은 국정조사 당시 거짓말로 일관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구속시켜야 마땅합니다. 왜냐? 이재용은 평범한 직장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삼성제국의 지혜롭지 못한 제왕입니다. 그는 사회적으로 막중한 역할과 책임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에 걸맞은 사회적 의무를 다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답변으로 피해갈 수 있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됩니다. 행위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법정의를 세워야 합니다.      


2.1.

이재용이 풀려나면 자본권력을 동원하여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물적 자원을 총동원할 것입니다. 그들은 지금까지 그래 왔습니다. 그 재벌의 하수인처럼 행동해왔던 검찰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기 때문에 국회가 특별검사를 임명하여 수사를 했고, 그 과정에서도 무수한 거짓말과 증거인멸과 증거인멸 시도가 자행되어 왔음이 백일하에 드러났습니다.      


3.

법원은 수사과정에서 이재용을 구속함으로써 삼성제국과 이재용을 완전히 분리시켜야 했습니다. 증거를 더 이상 인멸하지 못하도록 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검찰의 엉터리 수사로 말미암아 특별검사의 영장 청구도 늦어졌는데, 판사까지 영장을 기각하다니 대한민국의 앞날이 참담한 상황입니다. 이것은 법률의 문제가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으로서의 최소한의 양심에 관한 문제입니다.      


4.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가장 깊이 고민했던 철학자는 아마도 칸트일 것입니다. 인간이 인식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천착한 그는 확고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인간에게만 주어진 순수한 사변이성은 옳고 그름을 인식할 수 있고, 순수한 실천이성은 선악을 구분하여 행동하게 하며, 순수한 판단력은 아름답고 추한 것을 선별할 수 있는 힘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인간에게는 진선미를 분별하여 종합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본래부터 내재되어 있다는 말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사법부는 순수한 이성의 작용이 멈춘 상태라고 저는 판단합니다. 이것은 법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이성이 작동하느냐 않느냐의 문제라는 말입니다. 저는 사법부의 행태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5.

초등학교만 졸업해도 대한민국의 역사는 어느 정도 이해합니다. 법률을 공부한 판사가 우리 역사의 도도한 흐름 속에서 박근혜 최순실이 저지른 조직적 범죄가 얼마나 엄중한 것인지를 모른다는 말입니까? 도대체 어느 나라 판사입니까? 재벌들의 범죄행위를 솜방망이로 처벌해왔던 오랜 관행 때문에 우리나라 법률가들이 가진 자들의 범죄에 대해 점점 무감각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고 있습니다. 사법부는 스스로 자신의 무덤을 파왔습니다. 전국의 법률가들이 이런 몰상식한 판사를 탄핵하라고 들고일어나야 하리라 생각합니다. 특검은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여 이재용을 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해야 할 것입니다.     


5.1.

미국에는 RICO법이라는 게 있다고 합니다. 조직적인 법죄집단을 일망타진하기 위한 법률입니다. 우리에게는 그런 법률이 없습니다. 박근혜 최순실과 같은 조직범죄를 일망타진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데, 법률체계가 미비하여 이런 엄청난 조직범죄를 단순한 개인범죄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조직범죄를 이렇게 원시적으로 수사하다 보니 꼬리 자르기를 하는 등 조직범죄구성과 그 의도를 완전히 근절시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6.

또한 박근혜는 자신의 범죄행위를 정책적 판단이었다고 둘러대는 모양입니다. 과거 고위공직자들의 정책적 판단오류에 대해 사법부가 면죄부를 주어왔기 때문에 그런 전략을 쓰는 것 같습니다. 보편적 상식이라면 중요한 정책적 판단을 내리고자 할 때는 각계각층의 이해관계자들 의견을 수렴해야 정상입니다. 중요할 것일수록 독자적으로 혼자 결정하도록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에게는 이런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정책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숙의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그런 절차와 과정에 관한 법률이 미비합니다.      


7.

예를 들면,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산업에 수조 원의 정책자금을 지원하면서 아무런 근거도 합의문서도 없이 결정해버렸습니다. 그런 불상사가 나타났음에도 국회는 아무런 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8.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들의 정책적 판단이라고 해서 면죄부를 주면 안 됩니다. 그런 정책적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납득할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그런 근거가 없다면 그것은 범죄일 수밖에 없습니다. 심지어 통치행위라고 하면서 비자금을 만들어 쓰는 것에도 면죄부를 주어왔습니다. 이것은 정말이지 잘못된 것입니다. 이런 잘못된 관행들이 한 둘이 아닙니다.      


8.1.

피라미드형 계급구조로 조직을 설계하고 그 정점에 있는 일인에게 모든 권력과 권한을 몰아준 후, 그의 맘대로 정책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국가조직운영시스템을 설계했습니다. 이런 설계는 인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선한 의지는 드러나고 악한 의지는 억제되도록 설계했어야 함에도 그런 조직론에 대해서는 무지했습니다. 왕조시대와 진배없는 구조를 그대로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직론이 없는 사회의 그 비참함과 그런 사실에 대한 반성도 없는 천박함을 그대로 드러낸 인물이 바로 박근혜입니다.     


9.

독일에서는 어떻게 정책판단을 내리는지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정책결정은 Mitbestimmungsgesetz라는 공동결정법에 근거하여 반드시 공동으로 결정하도록 했습니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더욱 그렇습니다. 정부에서도, 기업에서도 역시 공동으로 결정해야 하며, 독자적으로 또는 일방적으로 결정하여 명령하거나 지시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의사결정과정에서 집단지성이 발현될 수 있도록 하는, 매우 민주적인 절차입니다. 이런 과정이 없는 결정은 그 효력을 상실합니다. 의회뿐만 아니라 행정부에서도 기업에서도 합의제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습니다.     


10.

이런 게르만 모형이나 스칸디나비아 모형과 비교해보면, 한국식 모형에는 국가조직을 운영하는 철학적 윤리적 조직론적 사유가 결핍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11.

정치인들은 사법부가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없도록 제도설계와 입법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했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 정치인들은 자본권력에 포획되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열심히 입법 활동을 했지만, 정작 시민들의 의사는 무시해왔습니다. 그 바람에 이 지경까지 왔습니다. 그동안 국가조직의 운영을 합리화하려는 노력이 거의 없었음이 이번 사태를 통해서도 다시 한번 더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12.

입법부에서는 삼성제국이라는 거대한 자본권력이 검찰과 사법부의 판단을 압도하지 못하도록 하는 근본적인 조치를 취했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이재용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보다 더 실체적 진실에 가까운 증거들을 특별검사가 찾아낼 수 있었을 것인데, 그 길을 사법부가 막아버리고 말았습니다. 판사들은 어느 편에 서야 자신의 일생에 도움이 될지를 생각하면서 판결했다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13.

이것은 법률 이전에 일반인의 보편적 상식에 속하는 문제입니다. 나는 법률가들이 사회를 보는 눈이 법조문에만 고정되어 있는 사태에 대해 염려해왔습니다. 역사와 세계와 이 시대정신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근시안적이고 졸렬하기 짝이 없는 자들이 법복을 입고 있습니다. 물론 훌륭한 법률가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말 소수에 불과합니다.     


14.

이것은 김기춘 우병우 홍만표 진경준 조윤선 같은 법률 기술자들을 만들어내는 우리 법학교육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유전무죄 무전유죄 현상은 사법부가 스스로 만들어온 참담한 현상입니다. 사법부의 흑역사에 대해 더 이상 말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15.

이제 민주화로 나아가는 도도한 흐름을 보더라도 법률가들이 제정신을 차려야 합니다. 사법부는 스스로 정화되기 어려운 조직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거듭날 수 있도록 외부의 강력한 충격이 필요합니다. 그래야 사법부가 근본적으로 혁신될 수 있을 겁니다. 자본권력과 정치권력이 사법부의 판사들에게 영향을 전혀 미치지 못하도록 하는 환경조건을 만들면 됩니다. 우리 사법부를 저렇게 방치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도 의회에서 정치인들이 논의해야 합니다. 그러나 정치인들은 손 놓고 있습니다. 인사조직론의 관점에서 사법부의 환경조건을 어떻게 정비해야 하는지 추후에 논의하겠습니다만, 그 근본 원칙은 국가운영의 모든 면에서 직접민주주의의 정신을 실행하는 것입니다.     


16.

이제 우리가 지금까지 시리즈로 생각해왔던 직접민주주의에 대해 조금 더 계속 이어가 보겠습니다. 소수의 정치인들과 고위공직자들에게 나라를 맡겨두어서는 나라꼴이 점점 개판이 되어가기 때문에 저는 시민들의 집단지성이 그대로 국정운영에 반영되도록 하는 직접민주주의를 강조해왔습니다.      


17.

선거 때마다 수많은 공약이 제시되었지만, 시민들의 의사는 결코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만약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었다면, 가진 자들이 이렇게 엄청난 부정부패를 저지르는 나라가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된 데에는 자산 수준과 소득 수준에 따라 뚜렷하게 구별되는 계급사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정치권력과 사법권력을 가진 자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더 높은 계급으로 편입되도록 행동하는 관행이 당연한 것처럼 인식되어 왔습니다. 전관예우 관행이 그것입니다. 이것을 뿌리 뽑아야 하지만, 정치인들은 관심이 없습니다. 더구나 전관예우의 관행으로 그 사회적 계급이 상승하면, 그 계급은 자식들에게까지 세습되고 있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습니다.     


18.

오늘날 자본권력이 0.1%의 최상위 계급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해방 후 지금까지 그들이 자본권력을 지속적으로 확장시켜왔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이들이 국가운영시스템을 전방위적으로 장악했습니다. 그들을 감싸고 있는 비호세력들이 온갖 편법과 불법을 저지르고 있음이 이번에 밝혀진 것입니다.      


19.

정치인들이 정의로운 나라, 행복한 나라, 누구나 자신의 재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런 약속은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헌법도 여러 차례 바꾸어왔습니다. 수많은 법률을 제정해왔습니다. 수많은 선거를 치렀습니다. 이 모든 것이 허사였다는 것은 분명해졌습니다.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해방 후 70년간 이 악순환 고리에 걸려들어 시민들의 삶은 점점 피폐해졌습니다.      


20.

87년 체제는 박근혜 최순실 사태로 마감되었습니다. 이 엄청난 사건을 마무리한 후에 87년 체제를 적당히 손질해서 다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기득권층에 꽤 있을 것입니다. 헌법을 바꾸는 척하면서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타협책을 내놓으려고 할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직접민주주의를 실행할 리가 없습니다.      


21.

그러나 우리 시민사회는 과감히 직접민주주의로 나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시민들의 집단지성을 믿어야 합니다. 수백만의 촛불집회에서 보았듯이 광장민주주의의 저 성숙한 시민의식을 우리가 믿어야 합니다. 수백만 명이 모인 촛불집회에서 단 한 건의 불상사도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거리는 더 깨끗해졌다는 이 사실은 촛불민심이 국가조직을 운영해도 되겠다는 확신을 갖게 했습니다. 엘리트들에게 정치를 맡기면 오히려 박근혜 같은 저질스런 인간들에게 국정이 농락당하기 십상입니다. 한국식 의회민주주의는 이제 시효가 끝났음이 분명해졌습니다. 직접민주주의를 통해 보완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사법부의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는 주말이 되었습니다. 이제 시민들은 사법부 때문에 다시 촛불을 더욱 높이 들어야 합니다. 오늘도 광화문 광장에서 뵙겠습니다. 이번 시간에 못한 직접민주주의의 실질적 효과가 무엇인지는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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