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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 Soo Nov 10. 2019

베트남 유랑기 Part#6

SAPA.. 베트남의 지붕 마을

2017년 12월 한국엔 겨울이 왔을 거지만 이곳 베트남의 한낮은 아직 정수리를 태우고도 남을 정도로 뜨겁다. 이런 베트남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제대로 발걸음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체류기간의 마지막 여행지로 꼽은 곳이 베트남 최북단 지역에 위치한 sapa

이곳은 해발 1,600미터 고지대에 자리 잡은 산골마을이며 베트남에서도 연중 기온이 20도대의 선선하고 쾌적한 지역이다. 동북으로는 중국과 그 면이 닿아있고 서북으로는 라오스와 그 면이 닿아있는 국경지역

머물고 있는 하이퐁에서 한 번에 갈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금요일 하루를 연차를 내고 목요일 퇴근 후 하노이와 사파를 오고 가는 직행버스 사파 익스프레스를 타기 위해 늦은 밤에 하노이로 가야 한다.

하노이에서 사파를 가기 위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기차 편과 버스 그러나 거의 모든 여행자들이 버스를 선호하는 이유는 사파 메인 타운까지 운행을 하기 때문, 기차를 이용하게 되면 시간도 더 오래 걸릴뿐더러 기차역에 내려서 또다시 버스를 타고 이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늦은 밤 10시가 넘어 하노이에 도착을 하고 하루를 묵기 위해 아고다를 통해 예약해놓은 숙소로 들어가 가방을 내려놓는다. 하룻밤에 15,000원(35,000 VTD) 짜리 방 치고는 상당히 고급지다 이미 밤이 늦은 시간이었던 탓이기도 하거니와 이른 아침부터 움직여야 하는 일정이라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른 아침 커피 한잔으로 잠을 깨우고 나가니 사파행 버스가 기다리고 있고 삼삼오오 모인 여행자들은 각자의 방법대로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큰 배낭을 메고 트래킹이 목적인 사람들, 그저 숙소에 짐을 풀고 산책하듯 사파의 거리를 다닐 사람들이 한데 섞여 그렇게 북새통을 이루며 버스의 출발만을 기다리고 있다.

간밤에 비가 조금 내렸는지 늘상 매연으로 매콤한 하노이의 공기인데 오늘은 제법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6시간 반 정도 걸리는 사파로 여행을 시작한다. 사파까지 가는 버스는 우리나라 현대에서 만든 버스를 들여와서 이용한다 우등고속버스로 1:2 좌석 배열 혼자 가기에 1인석을 배정받아 편히 앉아간다. 음악을 들으며 얼마나 갔을까 건너편 옆자리에 앉은 스웨덴 친구가 가방에 붙어있는 태극기를 봤는지 한국에서 왔느냐며 슬쩍 말을 걸어온다 한국 하면 비빔밥이라면 하얀 앞니를 시원스레 내 보이며 웃음을 지어 보인다. 스웨덴에 와 봤느냐는 질문에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하니 본인이 돌아가면 초대장을 보내 줄 테니 자기 집에 꼭 놀러 오라는 선심성 인사치레에 오케이라는 손 표시를 지어 보이곤 미소를 전해주니 이제 그만 갈 길이 멀기에 잠을 자자며 간밤에 먹은 술로 인해 머리가 아프단다. 어쩌겠는가 지켜줘야지.. 그렇게 한동안을 달려 양 옆으로 뻥 뚫린 임야지대를 지난다.

오로지 보이는 건 드넓게 펼쳐진 녹초지와 한가로이 풀을 뜯는 검은 소들 뿐이고, 귀에서는 팬텀 싱어의 조민웅이 부른 Alejate가 흘러나오는데 이상하게 이별을 얘기하고 헤어짐의 슬픔을 얘기하는 이 노래가 지금의 이 풍경과 어우러지는 느낌이다. 왜 였을까? 그건 아직까지도 모를 일이다


장장 6시간여의 이동을 거쳐 도착한 사파

자동차와 공장에서 뿜어내는 매연 속에 살다 이 고산지대에 올라오니 천상계가 이곳이구나 싶더라 아직은 한가로운 사파의 메인 거리 그 거리를 걸어 이미 예약을 해둔 숙소에 도착을 한다. 사파에서 나름 전망이 최고라고 꼽히는 숙소였으나 이런... 날씨가 전혀 도와주지를 않는다 숙소의 주인인 네덜란드 출신의 여 사장님도 요즘 안개가 많은 날이라 방에서 전망이 전혀 좋지 않다는 말로 그 쐐기를 박아준다. 뭐 어쩔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날씨를 주관하는 능력이 없으니 지금의 날씨는 나름대로 즐기수 밖에는 그런게 여행이지 싶다. 사진으로 봤던 컨디션 좋은 룸,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sea view의 전망, 포토샵을 잔뜩 칠해 먹음직스럽게 담아내 음식 사진들에 속고 또 속으며 때로는 실망도 있을 수 있는 것이 바로 여행이기에 그 여행을 선택한 여행자는 그에 맞춰 움직일 뿐이니까 그렇게 룸을 안내해 주고 손으로 그린 지도? 음... 약도라고 표현해야지 맞지 싶은 그림을 가져와 사파 여행안내를 해 주고는 홀연히 사라지는 매니저.. 그렇게 사파에서의 2박 3일이 시작된다.

이곳 사파는 베트남이 프랑스 식민지 시절 프랑스 인들이 여름 휴가지로 사용할 만큼 기후조건이 아주 좋은 곳이다 아마도 베트남에서 유일하게 4계절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기도 하고, 참고로 필자가 사파를 내려온 그다음 날 이곳에는 눈이 내려 하얀 순백의 세상이 펼쳐졌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했으니 지금 베트남인 들에게나 외국의 여행자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트레킹 여행지가 될 수 있는 곳이다. 이곳 사파 지역은 크게 세 소수민족 흐몽족, 자오족, 자이족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오족과 자이족은 사파의 메인 도시에서 상당이 떨어져 있는 곳에 살고 있기에 짧은 기간으로는 가 볼 수가 없고 흐몽족 중에 블랙 흐몽족과 레보우 흐몽족이 집단촌을 이루고 살고 있는 두 지역만 가 보기로 한다. 우선 첫날은 걸어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catcat 마을로 향한다.

이 곳은 레인보우 흐몽족의 집단촌으로서 가파른 언덕에 길을 내고 집을 짓고 하나의 마을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으며 메인 타운과 가까운 탓인지 토속적인 생활의 모습을 보여준다기보다 기념품을 판매하는 쇼핑타운의 느낌이 짙더라

이렇게 catcat(깟깟) 마의 여자분들은 어른이고 아이들이고간에 머리에 무지개 색의 두건을 두르고 있으며 이 문화로 인해 레인보우 흐몽족이라는 명칭으로 불려진다. 그렇게 한 동안 마을을 트레킹하고 있는데 한 곳에 여행자들이 웅성대며 흐뭇한 아빠미소를 보이며 모여 있길래 발걸음을 옮겨보니 작은 꼬마숙녀께서 꼬꼬마 춤을 선보여 주고 여행자들은 하나같이 박수를 쳐주며 박자를 맞춰주고.. 그 모습들이 여느 여행지에서 보는 딱딱한 모습이 아니어서 참 따뜻했다.

오후 늦게 시작한 catcat 마을로의 걸음은 해 질 녘까지 이뤄졌고 어느덧 어둑한 어둠이 내려지는 시간에 메인 타운으로 돌아와 하루를 마무리한다. 모든 걸음에는 하나같이 사연이 있고 이유가 있다고 한다. 어떤 이는 슬픔이 또 어떤 이는 행복이 기인하여 걸음을 시작한다고 하지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걷는다는 것 즉, 여행을 떠난다는 것에는 작은 이유와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그리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야 지금을 살아가는 데 있어 작게나마 추후에 떠날 이유가 생기게 되는 것이니까.

실질적인 여행 둘째 날..

숙소의 매니저 친구가 운영한다는 바이크 샵에서 스쿠터를 반값에 렌트를 해서 Ta ban 마을과 Ban ho 마을까지 여정을 떠난다. 울퉁불퉁한 산길을 넘고 넘어 마을과 마을을 통해 조금 더 깊이 소수민족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고 싶은 마음에서다. catcat 마을에서의 느낌보다는 조금 더 원주민 삶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마음이랄까?

그 길에서 작은 꼬마에게서 살아있는 애벌레를 선물 받아 맛있게(?) 먹기도 하고 길 한가운데 서 있는 소가 가던 길 갈 때까지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했으며 급작스레 쏟아지는 소나기를 피해 흐몽족 여인과 함께 처마 밑에서 비가 그치질 기다리기도 했다. 그랬다 여행은 모든 순간이 급작스러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비도, 소도, 손바닥 위에 올려진 꼬물거리는 애벌레도, 짧은 순간 눈인사를 건네던 흐몽족 여인네의 미소도 그렇게 급작스럽게 다가오는 것이며 예기치 못한 순간순간에 당황도 하고 놀라기도 하고 또한 그 모든 순간을 즐기기도 하며 이뤄가는 게 아닐까 한다. 늘 떠나는 여행이지만 항시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 또한 그것이 아닐까 한다. 매 순간 무미건조한 일상에서 탈출을 원하는 이유 또한 말이다.

많은 여행자들이 배낭을 메고, 슈트케이스를 끌며 떠나는 이유가 바로 그것

우린 여행 속에서 삶을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은 여행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으며 각자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그 홍수에서 살아남아 자신만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 하나의 독립적인 삶

그것이 우리가 진정 꿈꾸는 유토피아가 아닐까?

혼자 이어도 좋으며, 여럿이어도 좋지 않은가

따사로운 햇볕이 쏟아지는 해변도 좋고, 바짓단에 흙탕물이 튀는 흙길이면 어떤가 그저 그렇게 걷고 어울리며 국적을 떠나 한 자리에 모여 하나의 공통된 주제인 삶을 노래한다는 것이 말이지

우린 어쩌면 떠나기 위해 이 자리를 지키며 오늘도 살아가는 게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을 한다. 때로는 답답해 미치겠으면서도 이 자리를 놓지 못하고 다가올 그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 하루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

그것이 사랑이고 그것이 아낌이 아닐까?

어떤 작가는 이렇게 말을 한다 "여행은 본질적으로 한 세계와, 그 세계를 부여받은 개인의 내면을 제멋대로 해석하는 독선을 갖는다. 여행자는 결국 이 독선의 희열과 비극을 각오한 자들이다." 현재 글로 써 내려가는 이 세계관 역시 나라는 한 여행자의 독선적 성격이 짙은 생각이며 그렇기에 모든 부문에서의 책임을 각오하는 심정에서 시작한다. 또한 돌아올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떠나는 것이고, 떠날 수 있기게 돌아올 희망도 부여되는 여행의 이유이기도 한 거지.  그런 여행은 우리를 용기 있게 만든다. 누가 내 짐을 대신 들어주기를 바라지도 않으며, 잃어버린 것에 연연하기보다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어떻게 쓸지에 대해서만 집중하게 만들고, 두려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두려운 것을 시도하게 만드는 용기를 부여받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여행에 있어서 마무리는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가끔 한다.

그건 아마도 글을 잘 마무리하는 것과 같은 느낌이 아닐까 하고 생각을 하게 되더라 일명 출구전략이라고 표현을 해도 괜찮을까 싶지만 참 어려운 문제이기도 한 것 같다. 왜냐면 여행을 어떻게 시작을 했는지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그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오기 때문

아마 저 질문은 어떻게 왜 태어났는지 그 이유를 모르며 지금을 열심히 살고 있는 이에게 삶을 어떻게 마무리를 할 것인가 라는 질문과 똑같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만큼 여행 또한 인생을 영위하듯 즐기면 그 마무리는 자연스러울 정도로 아름답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가장 중요한 지금, 바로 이 순간을 말이지


 


베트남에서의 그리 길지 않은 출장기간 동안 나름 많은 시간을 들여 다녀보고자 했으며 더 많은 사람들과 더 많은 감정을 통하며 소모하고 싶었다. 일부러 떠남이 아니면 쉽지 않은 시간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내 삶을 오로지 삶을 위한 삶으로 만들고 싶지 않음이 크다. 신성 시대에 마을의 안위와 풍년을 위해 제물을 바치듯이 "내 삶을 송두리째 잃고 싶지 않기에 얼마간의 삶을 바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말한 알베르 카뮈의 말처럼 내가 이뤄갈 내 삶을 빡빡한 일상에게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얼마간의 내 삶을 여행에 바치는 이유 이기고 하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나에게 여행은 여행을 통한 자신에게 주는 자아실현이라는 작은 기념품이다. 여행이라는 시간과 경험을 통해 나를 가장 돋보이게 하는 수단이고, 자신을 똑바로 인식하고 가치를 증명해 보이는 가장 작은 방법이기도 하기에 말이다.


우리는 왜 여행을 하는가에 대한 막스 프리쉬의 글로 베트남 유랑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우리는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우연히 마주치기 위해서, 삶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다시 한번 경험하기 위해서 우리는 여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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