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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Oct 18. 2023

무서움에 대하여

기계화된 세상의 진화

 어제 창용삼촌이 놀러 오셨다. 덕분에 오랜만에 외식을 했다. 우리가 방문한 식당은 태블릿으로 주문하는 곳이었다. 기본 반찬은 로봇이 가져다줘서 제법 시선을 끈다.


 식사를 마치고 삼촌네로 모셔다 드리는 길. 기계를 무서워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삼촌이 송금과 출금을 무서워해서 인터넷뱅킹이나 ATM기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그간 외숙모가 대신 모든 은행업무를 진행해오셨다고 한다.  


 외숙모도 처음에 교통카드 나왔을 때 무서워했다고 말씀하셨다. 교통카드를 갖고도 1년 동안은 사용을 안 하셨다고. 감히 어떻게 쓰는지 아무에게도 물어볼 수 없었다는 후문.


 우연히 용기 내서 한번 교통카드를 찍어보니 그때 되더라는 아름다운 결말이었다. 외숙모의 무서움을 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지금도 무서워했다면 듣지 못했을 수도 있는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엄마도 셀프주유소에서 주유하는 게 무섭다고 받아치셨다. 창용삼촌과 저번에 셀프주유소 같이 갔는데 둘 다 셀프주유를 무서워했던 추억을 떠올리셨다. 여전히 엄마는 셀프로 주유해 본 적이 없으시다.


 태블릿으로 주문하는 일, 로봇이 배달하는 일,  ATM에서 출금하는 일, 교통카드로 태그 해서 버스비를 내는 일, 직접 주유하는 일. 누구나 다 처음엔 어렵고 낯설었던 일들이다. 안 해본 것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한두 번씩 해보고 나니 이제는 숨 쉬듯 익숙한 일이 되지 않았나.  


 내 차 기름 넣으러 갈 때가 다 됐는데, 엄마랑 셀프주유소에 가봐야지. 혼자서 무서워하지 말고 이미 해본 사람과 함께 얼른 최초의 시도를 해버리는 것이다. 엄마가 무서워하는 걸 다 깨 주고 싶다.

*밤에 주변이 깜깜해서 무섭다고 했더니, 이 동네에 오래 사신 이웃분이 가로등 불 꺼져있으면 두꺼비집 열고 셀프로 켜면 된다고 알려주셔서 사진 찍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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