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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Oct 22. 2023

편백나무숲에 가면 편백향을 맡을 수 있을까

완주 상관편백나무숲 방문기

 완주 상관편백나무숲에 다녀왔다. 이곳에 온 이유는 단 하나. 편백나무숲에 가면 내가 좋아하는 편백향을 실컷 맡아볼 수 있을까 궁금했다.  


 입구에서 동네 아저씨가 우릴 멈춰 세웠다. 편백나무숲에 왔으니 냄새를 맡아보라고 편백나무향 스프레이를 뿌려주신 것. 그래, 바로 이 향이지!


 오솔길을 쭉 따라 걸으니 편백나무숲이 나왔다. 열심히 코를 킁킁 댔다. 기대했던 진한 편백향은 맡지 못했다. 자극적인 인공편백나무향에 너무 길들여진 탓일까.


 심어진 나무들의 그루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편백나무가 빼곡했다. 그도 그럴 것이 10만 여 그루가 식재되어 있다고. 나뭇잎들이 하늘을 가릴 만큼 솟아있을 만큼 키도 컸다.


 평상에 가만히 앉아서 멍 때리기에 참 좋았다. 특히 편백나무에선 일반수목보다 피톤치드가 5배 가득하게 나온다고 하니 얼마나 건강한 곳인가. 힐링캠프가 따로 없더라.


 편백나무숲 하나만 보고 왔는데, 숨겨진 보물이 많더라. 바로 100개 이상의 돌탑부터 나만의 비밀 아지트로 삼고 싶은 나무집 2채까지 시간과 정성을 담아 쌓은 작품 발의 피로를 말끔히 푸는 유황족욕탕까지. 목적 있는 산책이 충분히 가능한 곳이다.


 한때는 입장료나 주차비를 받기도 했다. 현재는 입장료와 주차 모두 무료다. 이렇게 좋은 곳을 공짜로 누려도 되나 싶더라. 개인 사유지를 일반인에게 열어주신 것이 감사하다.


 편백나무숲이 위치한 곳은 상관면의 공기마을이다. 산 봉우리에서 마을을 바라봤을 때 밥공기를 닮아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피톤치드를 고봉밥으로 먹은 기분이랄까.


 편백나무숲, 돌탑, 나무집. 모두 시간과 정성이 깃들어있는 작품이다. 나는 이만큼 노력과 애정을 담아 무언가를 쌓아 올린 적이 있었나? 반성은 금물이다.


누구든 그저 편백나무숲에 앉아 멍도 좀 때려보고, 돌탑에 돌멩이 하나 주워 소원도 하나 빌어보고, 나무집 정상에 올라 야호를 외치며 즐기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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